"문화상품권 싸게 팔 때 불안"…6만개 파트너사 '큐텐發 쇼크' 우려
위메프에 이어 티몬까지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다수의 판매자(파트너사)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거래규모가 축소돼 현금 흐름이 더욱 악화됐고 정산지연은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이다.
자금 경색으로 파트너사에 대한 대금 지급이 전면 중단될 경우 6만개 파트너사는 물론 해당 파트너사와 거래를 하는 제조업체, 금융사도 모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큐텐그룹은 최초 정산지연이 발생한 위메프의 경우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정산이 지연된 500개 파트너사 가운데 400개 파트너사에게 정산을 완료했고 7월말까지 나머지 파트너사에게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큐텐(현 위시플러스)을 통해 해외 직접 판매를 한 셀러들도 일부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이 더 커졌다. 여기에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자 셀러들의 대규모 이탈이 시작됐다.
소상공인은 물론 백화점, 홈쇼핑 등 대규모 유통업체들도 위메프와 티몬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큐텐그룹은 시장의 불안감이 상품 거래에 악영향을 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티몬이 지난 17일 셀러들에게 보낸 공지사항을 보면 티몬은 "언론의 부정적 보도 후 일부 판매자들의 판매 중단 등으로 당사(티몬)의 상품 거래에까지 영향을 줬다"며 "거래 규모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당사의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큐텐이 1~2년 새 5개의 회사를 인수할 정도로 인수합병 속도가 빨랐고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해 거래액을 무리해서 키우다 보니 탈이 났다는 분석이다.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는 2022년 티몬을 인수한 이후 2023년 위메프와 인터파크, 2024년에는 AK몰과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잇따라 인수했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거래액만 7조원(2022년 기준)이 넘는다. 큐텐그룹은 이커머스 계열사 물류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갖춘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큐텐그룹은 티몬와 위메프를 인수한 후 거래규모를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할인쿠폰 등을 발행하다 보니 재무상태는 더 악화됐다.
위메프의 지난해 매출액은 1385억원, 영업손실은 1025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1701억원)은 줄고 영업손실(-538억원)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위메프 유동부채는 3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유동자산은 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줄었다. 당장 쓸 수 있는 돈 보다 갚아야 할 돈이 5배 많다는 의미다.
티몬은 4월말 제출해야할 감사보고서도 아직 제출하지 못한 상태다. 2022년 기준으로 보면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지만,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22%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티몬이 지난달 도서문화상품권을 '선주문'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통상 도서문화상품권은 온라인상에서 액면가보다 3% 정도 할인판매되는데 티몬은 최대 10% 할인해 판매했다. 대신 이달에 주문하면 한 달 뒤에 상품권을 발송해주는 '선주문' 형태로 판매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는 티몬의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티몬 입장에서는 상품권 판매 시점부터 발송 시점까지 약 한 달 동안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탓이다. 티몬이 큐익스프레스 상장을 앞두고 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티몬은 이 시기에 자체 캐시인 '티몬캐시'도 10% 할인해 판매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큐텐그룹 계열사에서 제휴를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6만개에 이른다. 이들 파트너사가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거래하는 일 거래액은 2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정산 파트너사 대부분이 두 달 전 판매분에 대한 정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이번달에 큐텐그룹이 무너질 경우 산술적으로 많게는 1조2000억원 안팎의 판매대금이 지급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산 계약 방식에 따라 파트너사 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부 큐텐 판매 셀러들의 경우 1년 전부터 정산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미정산액은 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6만개 안팎의 파트너사들의 자금 흐름이 막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1차 제조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여파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 특성상 문제가 생기면 오픈마켓 판매자는 물론이고 판매자와 연관된 금융업계와 제조사까지 모두 정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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