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고문으로 얼룩진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국가 폭력” 비판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진 방글라데시에서 삼엄한 경계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이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시위는 일단 잦아들었지만, 학생들과 정부의 대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방글라데시 정부의 폭력적인 ‘과잉 진압’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국으로 번진 시위가 일단 진정된 가운데 지난 18~19일 시작된 인터넷 차단과 통행금지령이 이날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거리에는 여전히 군인들이 배치돼 있으며, 도로 곳곳엔 총알과 피로 물든 얼룩이 남아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선 정부가 추진해 온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정부는 1971년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군인 자녀에게 정부 일자리의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2018년 반발에 부딪혀 폐지했다. 그러나 최근 고등법원이 이 제도를 부활하라고 판결하면서 취업난을 겪는 대학생들의 반발이 커졌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평화 시위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지만, 전날 대법원이 할당 비율을 5%까지 줄이라고 명령하면서 잠시 소란이 멎은 상태다.
다만 시위대와 정부 사이의 긴장은 여전하다. 시위대는 구금된 학생들을 석방하고, 통금과 대학 휴교령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이밖에도 총리의 공개 사과, 경찰과 정부 책임자 해임 등 8가지 요구를 48시간 내에 이행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셰이크 하시나 총리는 사과를 거부했다. 그는 폭력 사태를 야당과 학생단체들의 책임으로 돌렸고, 통금 조치는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통금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하시나 총리의 과잉 진압이 폭력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이웃나라인 인도와 스리랑카에서는 방글라데시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고, 영국 옥스퍼드대학 학생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정부 대응이 “충격적”이라며 폭력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평화 시위 보장을 촉구한 바 있다.
앞서 하시나 총리는 시위 진압을 위해 전국에 군대를 배치했다. 필요한 경우 즉시 발포하라는 명령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공식 사상자 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AFP통신은 현지 병원에 보고된 사망자 수가 163명이라고 집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사태로 최소 14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카 경찰은 이번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총 532명을 체포했으며, 경찰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붙잡힌 학생들이 고문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금됐다 풀려난 나히드 이슬람은 “경찰 20~30명이 나를 끌고 가 기절할 때까지 고문했다”며 “아직도 팔다리에 멍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할당제를 넘어 하시나 총리의 철권통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하시나 총리가 집권 이래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됐다면서 “이들의 분노는 오랜 시간 누적된 부의 불평등과 정부의 부패를 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할당제 시행 초반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컸지만, 이 제도가 친정부 인사들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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