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1. 엔터테인먼트의 ‘그린워싱’, 사자마자 ‘쓰레기’?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2024년에도 어김없이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올해 처음 소개할 팀은 문정현(22), 박인해(21), 소한비(23), 안서현(21), 안정민(23) 학생으로 구성된 ‘어썸’이다. 이들은 아이돌을 기반으로 한 케이팝(K-pop) 산업에서 다량의 앨범구매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그린워싱 문제를 심층 분석했다. 이하 어썸팀이 작성한 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음반앨범 판매 전략이 다량의 쓰레기를 배출한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업계는 수용성 포토카드와 QR 앨범 등의 친환경 정책을 내세웠지만,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앨범 판매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케이팝 산업의 구조
최근 엔터테인먼트에서 앨범의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이 환경오염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케이팝 산업에는 랜덤 포토카드 증정과 팬 참여 행사의 응모 기회 제공을 통해 앨범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다. 명목상으로는 아티스트의 차트 순위 상승과 팬들에게 행사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실상 과도한 앨범 구매를 유도하여, 불필요한 앨범 쓰레기가 대량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음반앨범은 주로 플라스틱과 종이로 제작되며, 대량 폐기 시 재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립지에 쌓여 자연 분해되지 않거나, 소각 시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등의 환경 문제를 초래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케이팝 앨범 생산에 사용된 플라스틱 양이 801.5t에 달했다. 이는 2017년의 55.8t에 비해 1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과도한 앨범 구매의 결과,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해 160만 2천kg CO2e/kg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발생시킨다. 특히 같은 해 한국 내에서만 7천420만 장의 앨범이 판매됐고, 이는 약 1천395t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어졌다.
■ 환경오염 논란에 대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응
케이팝 시장의 환경오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여러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친환경 정책을 마련하기에 나섰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은 소속 아이돌그룹 아일릿(ILLIT)의 데뷔 앨범에 생분해 소재의 포장 비닐, 물에 녹는 포토카드와 종이 케이스를 도입했다. QR코드에 음원이 담긴 형태의 ‘QR 앨범’은 이미 여러 아티스트들의 음반에 등장했다. 디지털 형태의 ‘플랫폼 앨범’도 등장했다. 앨범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랜덤 구성품 때문에 무리한 수량의 앨범을 구매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의 방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정책들을 그린워싱이라고 보고 있다. 앨범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케이팝 시장은 앨범 판매량이 성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팬들은 아티스트의 높은 순위 달성을 위해 앨범을 구매한다. 기획사는 앨범 판매 매출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앨범을 출시하고, 랜덤 포토카드와 팬 사인회 응모권을 미끼로 팬들이 무리한 수량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로 친환경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기존의 앨범과 친환경 앨범의 소비를 모두 증가시키는 셈이다. 더 나아가 친환경 앨범 제작에 사용되는 포장재와 폐기물까지 추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의 친환경 정책이 환경오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 엔터테인먼트의 그린워싱에 대한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의 반응
이에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지난 4월25일 실시된 기자회견에서 랜덤 포토카드와 버려지는 앨범을 ‘엔터테인먼트의 병폐’라고 지적했다. 그는 “랜덤 카드 만들고, (인기순위 밖으로) 밀어내기 하는 이런 짓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지금 음반 시장 너무 다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녹는 종이,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 종이는 다 녹는다. 차라리 앨범을 덜 찍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민 대표는 앨범 판매량을 높이려는 엔터테인먼트의 구조적 문제 앞에서 수용성 포토카드는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밝히고 ‘건전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촉구했다.
대다수의 케이팝 팬은 민 대표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다. 평소 지속적인 음반앨범 구매를 해온 이 모양(24)은 “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친환경 정책이 앨범 구매량을 줄이는 데는 영향이 없다. 실제로 친환경 앨범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본질적인 케이팝 산업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앨범 소비량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케이팝 팬 정 모양(24)은 “팬들은 아티스트의 포토카드 모으기와 오프라인 행사 참여를 위해서 앨범을 사야만 한다. 친환경적 요소를 앨범에 도입한 것은 칭찬할 부분이지만, 더 많은 랜덤 포토카드나 앨범의 버전을 출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며 엔터테인먼트의 그린워싱 문제를 지적했다.
케이팝 산업의 그린워싱 논란에 목소리를 내는 환경운동도 잇따르고 있다. 케이팝 산업의 환경 문제에 대항하는 단체인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지난 5월17일 플라스틱 앨범 쓰레기와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기획사의 상술을 지적하며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 캠페인을 벌였다. 이 캠페인에서는 기획사를 향해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마케팅을 멈출 것을 촉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과 앨범 관련 폐기물 발생량을 공개하여 감축 계획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엔터테인먼트의 앨범 판매 방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팬덤 시장에서 굿즈(앨범 구성품)는 상품(앨범) 구매의 주목적으로 볼 수 있다. 조사 대상 음반 50종 중 22%(11개 음반)만 CD가 없는 디지털 음반 사양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굿즈(앨범 구성품) 수집을 위해 불필요한 CD 대량 구매 후 폐기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형태의 음반 발매 확대, 굿즈(앨범 구성품)의 별도 판매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앨범 대량 구매를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 가운데, 이제는 엔터테인먼트가 환경오염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해야 할 차례다. 글·사진=기아 AutoLand 화성·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4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어썸 팀 / 정리=이나경기자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 선전·英 테크시티, 핵심은 '클러스터 효과' [미리보는 베이밸리 메가시티④]
- “현대 미디어아트와 만난 전통 인형극”…국가무형문화유산 꼭두각시놀음 ‘환상덜미’ 한마
- 사라진 응원 문화에 조용한 시험장 앞 [2025 수능]
- 인천 수능 수험장 현장…웃고 울고, 모두 좋은 결과 얻길 [2025 수능]
- 남영희 한국정신문화계승회 회장 “생활 인성교육 확산에 몸 바칠 것”
- 교문 앞 서성이는 어머니…철문 닫혀도 굳건한 ‘모성애’ [2025 수능]
- 윤 대통령, APEC·G20 순방길… 트럼프 회동 여부 주목
- 이사진·선수단 물갈이 등 ‘뼈 깎는 혁신’해야 [인천UTD, 2부 리그 강등②]
- 김포의 아파트서 50대 어머니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딸 체포
- '가족 앞 전 여친 살해' 34세 서동하 신상·머그샷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