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에 찌든 간호사들, 주4일제 했더니 사직률 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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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교대) 간호사는 다 그럴 걸요. 규칙적인 근무가 안 되니 건강한 생활이 절대 안 되는 거죠. 일할 때는 막 일하다가 끝나고 나면 팍 퍼져서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집콕(집에 콕 틀어박혀서 지내는 것)하다가 다시 출근하고... 근데 그게 쉰 게 아니더라고요. 주4일제는 확실하게 한 템포 쉬어가는 거라 스트레스가 확실히 완화돼요."
세브란스가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노사 합의를 통해 주4일제 실험을 실시한 결과, 간호사 퇴사율은 3분의 1가량 줄고 환자의 친절 칭찬 건수는 1.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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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간호사 57.4%, 입사 후 1년 내 퇴사
주4일제 했더니 퇴사 줄고 환자 만족 상승
보건의료노조 '우리도 시범사업하자' 촉구
"보통 (3교대) 간호사는 다 그럴 걸요. 규칙적인 근무가 안 되니 건강한 생활이 절대 안 되는 거죠. 일할 때는 막 일하다가 끝나고 나면 팍 퍼져서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집콕(집에 콕 틀어박혀서 지내는 것)하다가 다시 출근하고... 근데 그게 쉰 게 아니더라고요. 주4일제는 확실하게 한 템포 쉬어가는 거라 스트레스가 확실히 완화돼요."
지난해 주4일제를 체험한 간호사 A씨의 말이다. 세브란스가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노사 합의를 통해 주4일제 실험을 실시한 결과, 간호사 퇴사율은 3분의 1가량 줄고 환자의 친절 칭찬 건수는 1.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4일제가 단순한 '직원 복지' 차원을 넘어 고강도 집약 노동 산업에서 인력 이탈을 막고 업무 성과를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 셈이다.
23일 오후 한국노총 산하 세브란스병원노조와 일하는시민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 1년의 결과와 함의' 토론회에서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됐다. 세브란스는 지난해 신촌·강남병원의 노동 강도가 센 3개 병동에서 주4일제를 시범 운영했다. 병동당 근무 간호사 수는 20~30명인데 병동마다 상·하반기 각 5명씩, 1년에 총 30명이 주4일제에 참여했다. 병원은 3개 병동에 추가 인력 5명을 투입했고, 대신 참여자는 임금을 총액 기준 10% 안팎 줄였다.
사측인 세브란스병원이 이번 시범사업에 동의한 배경에는 대형병원 간호사들의 '높은 사직률'이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올해 3월 발표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병원을 그만둔 간호사의 80.6%가 5년 미만 근속자였고, 1년도 채 못 다닌 간호사도 43.4%에 달했다. 새내기 간호사의 57.4%는 첫 직장에서 1년 안에 사직하기도 했다. 고강도 노동과 불규칙한 3교대 근무 탓에 입사 후 1년을 버티면 병동에서 돌잔치를 열어줄 정도다 보니, 병원 입장에서도 대책 마련이 필요했던 것이다.
시범사업 연구를 맡은 일하는시민연구소 분석 결과, 간호사 사직률은 주4일제 시행 전후 비교 시 최고 6.2%포인트 감소했다. 신촌 171병동은 3.6%(2022)에서 0.0%(2023)로, 신촌 172병동은 9.1%에서 2.9%로 감소했다. 강남 83병동은 21.9%(2021)·27.0%(2022) 수준에서 주4일제 시행 이후 18.2%로 줄었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만족도는 올랐다. 병동에 들어온 '친절 칭찬 건수'를 조사한 결과 171병동은 연간 80건대에서 132건, 172병동은 40건대에서 111건, 83병동은 평균 50건대에서 70건으로 각각 늘어났다. 주4일제 실험 참여 간호사 B씨는 "병원이 친절함을 강조하지만 궁지에 몰려서 힘들게 일만 하는 사람에게 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주4일제 덕에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고 마음도 안정되니 환자들에게도 한 번 더 손이 가고 더 부드럽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세브란스병원 사례가 보건업계 내 다른 병원·직종에도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이달 초 공개한 '2024년 보건의료 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64.6%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말했고, 75.6%는 '주4일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44.3%는 주4일제 시행 시 '육체·정신적 부담이 줄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 종사자 상당수가 피로와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노동강도 완화와 환자 안전 등을 위해 주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시범 사업을 하자'고 요구 중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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