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불안이’ 보며 울었나요?···어른 관객 울린 ‘인사이드 아웃2’
이소연씨(34·가명)는 최근 초등학교 2학년 조카와 함께 <인사이드 아웃2>를 보러갔다. 그는 주인공 라일리의 ‘자아의 나무’가 부서지는 장면을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났다. 어릴 때는 발랄하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카가 챙겨준 휴지로 눈물을 닦아가며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정작 조카는 ‘라일리의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모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저도 어릴 땐 외향적이었는데, 어느 순간 ‘불안’과 ‘당황’이 많아지면서 내향형이 된 것 같다”며 “자아의 나무가 무너지는 걸 보며 ‘어릴 때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지’ 하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말했다.
지난달 12일 개봉한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2>가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23일 기준 <인사이드 아웃2>의 누적 관객은 808만4677명이다. 개봉한 지 40일이 넘었지만 지난 주말에도 23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 이미 전편인 <인사이드 아웃>(2015) 관객 수 497만 명은 훌쩍 넘겼고, <겨울왕국> 시리즈에 이어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3위를 달성했다. <인사이드 아웃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으로는 새로 등장한 캐릭터, ‘불안이’가 꼽힌다.
폭주하는 감정, ‘불안’…저거 나 아니야?
<인사이드 아웃2>는 어린이였던 주인공 라일리가 청소년이 되며 새롭게 마주한 감정을 다룬다. 전편에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게 된 라일리에게 찾아온 감정들은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다. ‘기쁨’이의 통제 아래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라일리의 감정 본부는 새로운 감정들이 찾아오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다. 불안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기쁨을 밀어내고 본부의 주도권을 잡는다. 흔들리는 눈동자, 폭탄을 맞은 듯 솟아오른 파인애플 머리, 한시도 다물지 않는 입, 뭔가를 ‘경고’ ‘주의’하는 듯한 강렬한 주황색 피부까지. 불안이는 외관부터 위태롭다.
감정의 주도권을 잡은 불안이는 온갖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 혹시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쉴 새 없이 점검하고 주변을 경계한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던 라일리의 일상은 불안이 토네이도처럼 폭주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라일리는 폭발하는 불안을 제어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싸우고, 거짓말하며 한시도 자기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못한다. 쫓겨났던 기쁨과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는 사랑하는 라일리를 돕기 위해 긴 여정을 시작한다.
불안은 어른만의 감정은 아니지만, 어쩌면 어른에게 더 익숙한 감정일지 모른다. 작은 행동, 별것 아닌 성취에도 주변의 칭찬과 지지를 받던 어린이는 시간이 지나며 이전보다 훨씬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욕망과 현실의 한계 사이에서 타협해야만 하는 어른이 된다. 불안은 그 사이사이 찾아오는 고통스러운 감정인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불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인사이드 아웃2>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혹은 위로다.
CGV 연령별 예매율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40대(29%)로, 30대(26%), 20대(27%)보다 높다. 자녀와 함께 온 이들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깜짝 흥행한 <엘리멘탈>, 1300만 관객을 넘기며 지금까지도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지키고 있는 <겨울왕국2>의 연령별 예매율은 모두 20대(엘리멘탈 34%, 겨울왕국 34%)가 가장 높았다.
‘널 있는 그대로 사랑해’ 엔딩 크레딧
자연스럽게 ‘자신의 불안’을 투영해서 보게 되는 영화인 만큼 사람마다 ‘눈물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도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씨의 회사 동료는 불안이가 온갖 나쁜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공장처럼 찍어내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입사 초기 고객 불만을 접수하는 일을 담당했었는데, 당시 나쁜 상황을 계속 상상하며 대비해야 했던 자신과 겹쳐 보였다는 것이다.
최정수씨(31·가명)는 불안이 자체가 자신 같아서 보는 순간부터 울었다. 최씨는 “무언가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상상하며 걱정하는 모습이 평상시 내 모습과 겹쳐 보였다”며 “이런 불안의 감정이 커져 스스로를 몰아친 적이 많다”고 했다.
전편과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엔딩 크레딧 문구도 화제다. 전편에서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영원히 철들지 말아줘’라는 문구를 넣었던 제작진은 이번 영화에는 이런 메시지를 남겼다.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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