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바람이’ 딸도 청주동물원 온다…아빠 알아볼 수 있을까

[애니멀피플]
청주동물원 “8월 안에 이송할 계획”

지난해 폐업한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에서 지내던 ‘바람이 딸’ 암사자도 사자 ‘바람이’를 따라 청주동물원으로 가게 됐다. 암사자는 현재 강원 강릉의 한 사설동물원에서 위탁 사육 중이다. 청주동물원 인스타그램 갈무리

늑골이 드러날 정도 비쩍 말라 ‘갈비뼈 사자’라 불리다가 구조돼 지난해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수사자 ‘바람이’(20살)가 딸과 재회할 전망이다.

23일 충북 청주시는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지내다 5월 강원 강릉시의 한 사설 동물원으로 옮겨진 암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데려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주동물원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람이의 딸’을 이송하기 위해 강릉에 와 있다”며 “(정확한) 이송 날짜는 환경청의 허가가 나고 정해지지만, 적어도 8월 안에 (청주동물원으로) 이송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청주시와 청주동물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암사자는 올해 5살로 과거 부경동물원이 바람이와 함께 사육했던 한 암사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지난해 7월 바람이가 ‘갈비뼈 사자’로 불리며 동물학대 논란이 불거진 뒤 청주동물원으로 이송된 뒤, 바람이가 지냈던 실내 사육장에 이 암사자가 갇혀 지내는 모습이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사자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으로 이송된 뒤 같은 실내 사육장에서 지냈던 ‘바람이 딸’. 유튜브 채널 ‘그림이 좋아서’ 영상 갈무리.

올 초 청주동물원은 지난해 11월 폐업한 부경동물원에 남아있는 ‘바람이 딸’ 암사자와 백호랑이 등을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유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임시 보호 시도가 한 차례 무산됐다. 이후 5월 부경동물원과 대구의 실내 테마파크 동물원을 함께 운영하던 대표가 임대료 등 운영비용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면서 동물들은 경매에 부쳐졌고, 이를 다른 사설 동물원들이 위탁·매입하면서 각기 다른 곳으로 흩어지게 됐다. ‘바람이의 딸’도 이때 강릉의 한 사설 동물원에 위탁됐으나, 최근 부경동물원 대표가 청주시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이송이 결정된 것이다.

청주동물원 야외 방사장에 시간을 보내고 수사자 ‘바람이’. 청주시 유튜브 갈무리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바람이의 딸’이 현재 지내고 있는 동물원은 과거 부경동물원보다는 나은 환경이지만 호기심을 채워줄 자연물이나 다른 개체가 없어 홀로 지내기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건강상의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이송 때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바람이는 딸을 알아볼 수 있을까. 김 팀장은 “아빠 바람이와 딸이 만나는 흐뭇한 장면을 떠올리실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두 사자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송 뒤 방사장 적응 기간 훈련 등을 거쳐 천천히 합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