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무릎팍도사'·'물어보살' 원조…故 장두석이 밝힌 '부채도사' 탄생 비화

최보란 2024. 7.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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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장두석 [OSEN]

"실례 실~례합니다~"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대한민국을 웃겼던 '부채도사', 개그맨 장두석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

1957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고(故) 장두석은 지난 1980년 TBC 제2회 개그콘테스트를 통해 방송계에 데뷔했다. 이후 KBS2 '유머1번지', '쇼 비디오 자키' 등에 출연하며 80년대 대표 코미디언으로 자리 잡았다. 고인은 '아르바이트 백과', '장및빛 인생', '시커먼스' 등의 코너로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유머1번지'의 '부채도사'가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기억된다.

장두석은 생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가수로 데뷔를 준비하면서 무대 의상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들른 점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라며 '부채도사' 탄생 비화를 들려준 적이 있다. 당시 부채로 점을 보는 여자 무당이 꽤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훗날 설 특집 코너에서 점쟁이 역할을 하게 된 장두석이 부채신을 섬기는 박수무당 캐릭터를 탄생시키는데 영감을 줬다.

인터뷰에서 고인은 "처음부터 '부채도사'라는 코미디를 만든 건 아니었다. 새해 특집 코너에서 점쟁이 역할을 하게 됐는데 캐릭터가 별로 특색이 없었다. 마침 세트장에 소품으로 놓여 있는 부채를 보고 그때 그 부채로 점을 보는 무속인이 생각나 즉석에서 대본을 고쳐서 한 건데 제작진 평가가 좋았다. 원래 일회성이었는데 방송 후 시청자들 반응도 좋아서 고정 코너로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장두석은 "점을 쳐 보고 싶을만한 궁금한 일들이 인생사에 많지 않나. '부채도사'에서는 시사 분야부터 스포츠, 연예계 이슈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룰 수 있었다. 또 캐릭터 자체가 특이하고 재미있으니까 아이들도 많이 따라 했다"라고 '부채도사'의 인기 비결을 꼽았다. 인기가 뜨거운 만큼 논란도 있었다. 부채도사는 늘 점괘를 틀려서 웃음을 유발했는데, 무속인들을 희화화했다고 방송국에 찾아와 항의하는 일도 많았다는 후문.

'부채도사'는 늘 도사를 찾아온 손님들이 문을 열며 "실례 실례합니다"라고 물어오면 장두석이 "실례 실례하세요"라고 받아치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주제곡의 가사가 단순하고 멜로디가 중독성이 있어 코너 인기에 한몫을 했는데, 코미디언으로서뿐만 아니라 가수로서 음암적 재능까지 뽐냈던 장두석이 직접 만들었다.

그는 "음악을 좋아해서 각 코너마다 짧은 로고송을 하나씩 넣거나 음악을 활용한 코미디를 했다. '아르바이트 백과', '부채도사', '시커먼스' 모두 음악이 있었다. 나만의 특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90년대에는 음반을 내고 가수로도 활동했는데, '사랑한다 해도'가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초기에는 주로 김의환이 분장을 하고 가수 지망생, 운동선수, 교사, 깡패, 외판원 할아버지, 부채도사를 짝사랑하는 시장 상인 등 다양한 인물로 분장해 장두석과 호흡을 맞췄다. 김의환이 개국한 SBS로 옮겨간 뒤에는 여러 후배 코미디언들이 손님으로 출연했고 스타가 게스트로 나오기도 했다.

'부채도사' 코너의 일부 장면 [KBS '유머1번지]
머리를 길게 드리우고 도복을 입은 장두석은 영험한 도사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빨간코에 허당기 가득한 몸짓이 우스꽝스러워 반전 매력이 있었다. 도사라는 명칭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떻게 알고 왔쪙?", "부채신이시여, 잘 되겠습니깡?" 등 애교있는 말투가 유쾌하고 친근한 느낌을 줬다.

이처럼 개성 있는 캐릭터와 다양한 사연이 점집이라는 배경과 어우러진 '부채도사'는 이후 다양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인기 토크쇼 MBC '무릎팍도사'의 점쟁이 캐릭터와 게스트가 등장하면 울려 퍼지는 '무릎팍송' 등 '부채도사'의 인기 공식을 따랐다. 선녀보살과 아기동자 캐릭터를 내세운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도 그 계보를 잇고 있다.

'물장수', '부채도사', '시커먼스' 등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줬던 장두석은 "코미디를 하면서 안 다룬 소재가 없다. 시청자들은 점점 더 새로운 것을 찾을 텐데 시대상도 반영하고 새로운 웃음 포인트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꼭 방송뿐 아니라 스탠딩 코미디나 토크 콘서트 같은 쪽으로도 발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애정어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장두석은 지난 22일 지병인 당뇨로 세상을 떠났다. 김학래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회장 및 심형래, 이용식, 임하룡, 최양락 팽현숙 부부, 가수 이용 등 많은 동료 코미디언과 연예인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빈소는 서울 여의도성모장례식장 8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8시, 장지는 통일로추모공원이다.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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