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전술핵재배치와 핵공유, 그리고 美대선
북한 핵 대응 새 지평 기대
전술핵재배치·나토식 핵공유
뭐가 됐든 신속한 조치필요
美핵잠 한반도 상시배치땐
북한엔 상당한 억제력 작용
전술핵 재배치, NATO식 핵공유, 확장억제 등 생소한 용어들이 근자에 한미 양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 안보환경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일관되게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1일 워싱톤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작전지침을 문서화해 재래식무기 전투력과 핵 전투력을 통합키로했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해왔던 핵무기 대응방식에서 한·미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확장억제(핵우산강화)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핵무장에 대한 토론자체를 금기시해온 미국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계 인사들은 주로 국방비 절감 차원에서지만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또는 NATO형 핵공유를 거론하고 있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시 북한 핵 대응 전략에서 새로운 지평이 열릴지 주목된다.
로저 위커 미상원의원(공화, 군사위간사)은 전술핵 배치와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핵공유협정 체결 필요성을,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과 짐 리시 상원의원(공화, 외교위간사)이나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의 대 중국억제를 위한 임무전환을 위해서라도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까지 언급했다.
1991년 전술핵 철수 이전까지는 한반도에 100여기 이상 다양한 전술핵무기가 배치되었으나 현재 미국에는 200여기의 B61 전술핵폭탄만 남아있고 다 폐기되었다. 남은 B61기 중 100여기가 유럽에 배치되어 있어 당장은 한반도 추가 배치에 여유가 없다고 한다. 핵공유는 어떤가. 핵공유의 전형인 NATO식 전술핵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태리, 튀르키에 등 NATO의 5개 회원국 공군기지에 배치되어 미리 지정된 NATO 동맹국 전투기(DCA)에 탑재해 임무를 수행한다. 핵 사용 여부는 공동합의(double-key) 원칙에 따라 미국과 NATO 측이 모두 합의할 때만 가능하기 때문에 미측에서 볼 때 일방적인 배치와 운용이 가능한 전술핵 배치에 비해 제약요인이 있다하겠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시 가장 큰 우려사항으로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북한이 미군기지나 핵공유시설을 공격한다는 것은 전면전이나 북한 정권의 종말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핵무장한 북한을 핵없는 남한이 홀로 맞서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전술핵 재배치든 NATO식 핵공유든 무엇이든 신속하게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워싱턴 회의에서 어느 정도 깊이 있는 협의가 진행되었는 지는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핵폭격기, 핵잠수함, 핵항모등 핵전략 자산의 한반도 수시 전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광폭화되고 있는 북한핵의 수평적, 수직적 고도화에 맞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한국민의 일반적 정서일 것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안보를 위해 B-52H 전략폭격기, F-22 랩터 전투기, B-1B 랜서 초음속전폭기 그리고 핵항모의 수시 배치등을 통해 미국의 여타 동맹국들과는 차별적인 배려를 하여왔다. 그렇지만 한국민의 시각에서는 이러한 전례없는 조치도 일회성 이벤트로 비쳐질 수도 있어 좀 더 제도적인 붙박이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러시아.북한의 군사협력강화와 미대선후 정세불안으로 더욱 그러하다.
전술핵재배치나 핵공유와 병행하여 토마호크 등 중거리 유도 핵미사일(SLCM)을 탑재한 미국 핵잠수함(SSN) 1척이상을 24시간 내내 한반도 주변의 즉시 대응가능 해역에 교대배치 시키는 방안도 한국측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잠수함 특성상 북한 미사일이나 특수 작전의 표적이 될 수 없고, 미 본토로부터의 원거리 지원방식이 아닌 한반도 인근 해역 전진배치로 북한핵에 대한 상당한 억제력을 가질 것이다. 아울러 지난 11일 새무엘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일정한 전제하에 한국의 원자력추진 잠수함도입 추진 문제를 언급한 것은 비록 원론적 차원이긴 하지만 의미가 있다. 이번 미 대선을 계기로 세계 최고수준의 한국잠수함 건조 실력과 미국의 잠수함 운용 경험을 조화시켜 안보와 첨단 산업육성의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전 최종현학술원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선생님, 학생 몰래 밤마다 뭐하나 했더니”…학원에 문제 팔아먹고 수억 꿀꺽 - 매일경제
- “억울하고 분통 터져”…백종원, ‘연돈볼카츠’ 가맹점주 주장 반박 - 매일경제
-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구속…절정 달한 카카오 ‘사법리스크’ - 매일경제
- “누가 당선돼도 미국 우선주의 여전”…트럼프 2기땐 방위비·무역 고강도 압박 - 매일경제
- ‘부채도사’ 장두석, 지병으로 별세...향년 66세 - 매일경제
- 카카오 “창사이래 최대 위기”...IT 업계 “쇄신 타격 우려” - 매일경제
- 3만원짜리를 3000원에?…품절템 난리난 다이소 ‘리들샷’ 2차라인 떴다 - 매일경제
- 회사車, ‘내차’처럼 사용하다 고발당했다…최정우 前포스코 회장, 벌금 500만원 - 매일경제
- 배당 안주고 주가 누르더니 결국 상폐…헐값에 현금청산, 개미들 피눈물 - 매일경제
-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입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