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걱정 끝… 중고폰 거래 신뢰 높인다
고가 단말값 낮추기 나선 정부
'헌 폰 팔고 새 폰 살까.'
정부가 연간 1000만대로 추정되는 중고폰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 200여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단말기 가격을 낮춰 통신물가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중고폰이 자급제 단말로 알뜰폰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지도 관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기준·절차 등을 규정한 '단말기유통법 시행령' 개정안과 중고폰 거래사실 확인서의 발급 방법 등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제도는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중고폰 유통사업자를 안심거래 사업자로 인증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 등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 중고폰 품질이나 가격 등에 대한 정보 제공과 관리체계 구축, 중고폰 성능확인서 발급, 반품·환불 절차 마련 등이 중고폰 인증기준으로 명시됐다. 세부사항은 과기정통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인증기관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맡는다.
중고폰 거래사실 확인 서비스는 전문기관이 판매자와 구매자간 중고폰 거래 정보와 정상 거래 여부를 확인해 증명서(확인서)를 발급해주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들어 중고폰 거래 후 판매자가 악의적으로 분실, 도난을 신고하면 구매자가 중고폰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중고폰 구매자도 분실·도난 해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고시 제정, 가이드라인 마련, 시스템 구축·테스트 등 준비 작업을 마무리한 후 연내 시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달 중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반을 꾸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행령이 확정된 만큼 최대한 빨리 진척시킬 예정"이라며 "이용자와 사업자가 중고폰을 거래할 때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IT시스템 구축 등을 기준으로 세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중고폰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중고폰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고 가격 정보가 '깜깜이'인 등 음성적 거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폰 판매자·구매자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고폰 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연간 약 1000만대, 약 2조원대 중고 휴대폰이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판매하지 않은 이들의 50.8%는 그 이유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꼽았다. 이를 해소하면 개인 중고폰 총 거래 규모가 76%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중고폰 사업자 인증제를 운영하고, 미국에서도 중고폰 상태를 검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있다.
국내에서 중고폰 거래 사업자는 300여 개로 파악된다. SK네트웍스 자회사의 '민팃'과 LG유플러스 자회사 미디어로그의 중고폰 플랫폼 '셀로' 등이 대표적이다. KT도 자회사 KT M&S '굿바이'를 통해 중고폰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민팃은 'ATM' 기기를 설치해 중고폰 감정·보상금액을 결정하고, 데이터 삭제 소프트웨어에 대한 글로벌 인증도 받았다. 일부 사업자는 중고폰 판매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증제 시행으로 개인정보 유출 걱정과 가격에 대한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KB리브모바일은 이날 중고폰에서도 파손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AI 기반의 '비대면 진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고가 휴대폰 구매에 부담을 느껴 중고폰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개인정보 유출 불안과 적정 가격에 대한 혼선 등으로 인해 중고폰 시장 활성화에 제약이 있었다"며 "인증제도와 서비스 도입으로 휴대폰 구매 부담이 완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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