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에 어깨 무거워진 정신아… 전문가들 “공동대표 등 경영 체제 개편 불가피”
김범수 구속으로 대형 투자·M&A 등 영향
“위기관리·기술경영 등 전담할 인물 필요”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의 부재로 내부 쇄신은 물론 신사업 추진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 대표가 사태 수습과 경영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정신아, 쇄신 작업·성장동력 확보 이끌어야
카카오는 이날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총수인 김 위원장의 부재로 그룹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정 대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지난 3월 취임한 정 대표는 카카오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에서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쇄신 작업과 함께 AI(인공지능) 서비스 등 신성장 동력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을 홀로 진두지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 내부는 김 위원장의 영장 기각을 기대했던 만큼 예상치 못한 구속 소식에 어수선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주가도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5% 넘게 급락했다.
업계에선 김 위원장의 구속이 카카오의 주요 경영 전략과 투자 활동에 제약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비상 경영을 선언하며 자율 경영 체제에서 중앙 집권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중심에 있던 체제는 그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형 투자, 인수합병(M&A), 미래 성장 동력 발굴 등 그룹의 장기적인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이다 보니 서비스의 선택과 집중이 현장 중심 제조업보다 더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부재는 기업 존립에 위험 신호”라며 “지속경영을 위한 전략적인 투자와 선택이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지난 18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CA협의체 위원장들을 모아 임시 그룹 협의회를 진행한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날 김 위원장은 “그룹 쇄신과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 전략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 “공동 대표 등 경영체제 개편 불가피”
정신아 대표는 김 위원장의 부재 속에서 AI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카카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AI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취임 이후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경영 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과거처럼 공동 대표 체제 등 다양한 방법을 구상해야 할 시점이란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자이자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김 위원장이 벌려 놓은 사업이 많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정 대표의 역할이 강조되겠지만 외부에서 영입되어 온 만큼 김 위원장의 역할을 100%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신사업과 경영 쇄신에 집중할 수 있게 기업 위험 관리를 전담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을 추가적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IT 산업은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경영 전략을 세밀하게 세우는 것에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추가적인 경영 개편으로 기술 기반 경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지 않으면 현재 위기를 헤쳐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다시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김 위원장이 다시 계열사들 CEO들한테 전권을 위임하는 동시에 이사회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대신 과거처럼 측근 위주의 회전문 인사가 아닌 진짜 전문가를 데려와 혁신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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