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으로 뜬 K-팝의 불편한 팬덤 장사 [視리즈]

조서영 기자 2024. 7. 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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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K-팝의 탐욕: 티켓값의 비밀 2편
암표 가격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행법상 암표 근절 쉽지 않아
매크로로 구매했는지 확인 불가
암표 판매자는 처벌하지 못해
음반 판매 상술도 문제로 떠올라
음반 구성품 랜덤으로 배치하고
음반 구매로 응모하는 행사 늘려
팬덤 지갑만 노리는 K-팝 업계

K-팝을 지금의 위치에 올려놓은 건 '팬덤'이다. 고정 팬덤을 갖춘 아이돌 그룹이 활약하면서 국내 엔터사의 몸집도 몰라보게 커졌다. 이처럼 팬덤을 발판으로 전성기를 열어젖힌 K-팝이 최근 불편한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티켓값을 과하게 책정하고, K-팝 팬덤에게 '상술'을 부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사실일까. K-팝의 탐욕: 티켓값의 비밀 두번째편 '위험한 장삿속'이다.

K-팝 공연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視리즈 'K-팝의 탐욕: 티켓값의 비밀' 1편에서 몇 년 새 급등한 K-팝 공연 티켓값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그런데 K-팝 팬덤 사이에선 '비싼 티켓값'만 불만인 게 아니다. 팬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암표 문제는 고질병에 가깝다. 가뜩이나 비싼 정가에 상당한 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가령, SM엔터 보이그룹 '라이즈'의 콘서트 티켓 정가는 12만1000원, 15만4000원(VIP석)이었는데 암표 가격은 30만~70만원대에서 형성됐다. 유명 아이돌일수록 암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난 6월 개최한 세븐틴의 팬미팅 티켓값은 9만9000원이었지만 각종 양도 사이트와 X(옛 트위터)에선 50만~2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이거 괜찮은 걸까.

K-팝 팬들은 엔터 업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암표 근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암표는 팬들의 간절함을 이용하는 악질 장사라서다. 티켓을 구하기 어렵단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몇십만원의 웃돈을 주고 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티켓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티켓 수요는 더 커져서 가격이 솟구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올해 3월부터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의 부정 판매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연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두가지 문제 때문이다. 첫째, 티켓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애초에 암표 거래를 적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둘째, 부당한 방식으로 티켓을 구매한 사람만 처벌한다. 어처구니없게도 암표 판매상에겐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동기 국민대(법학) 교수는 "암표 근절은 티켓의 부정 구매와 부정 판매를 분리해 새로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K-팝 음반 판매량은 1억장을 돌파했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K-팝 팬덤의 지갑을 탈탈 털고 있는 게 티켓만이 아니란 점이다. 음반 역시 문제다. 요새 CD로 노래 듣는 사람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음반 판매량은 매년 늘고 있다.

글로벌 음악서비스 플랫폼 써클차트의 연간 음반 판매량(상위 1~400위 합산 기준)에 따르면, 2020년 4170만장이었던 판매량은 2021년 5709만장, 2022년 8074만장, 지난해 1억1600만장으로 급증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엔터사들이 음반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갖 상술을 동원하고 있어서다. 음반에 들어가는 포토카드 등 구성품을 랜덤으로 넣고 음반을 구매해야 응모할 수 있는 이벤트를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먼저 구성품 상술부터 보자. 지난해 발매된 K-팝 음반 중 96.9%가 랜덤 포토카드를 포함하고 있었다. 포토카드나 포토북 등 랜덤 구성품에 따라 한 음반에서 나올 수 있는 조합은 최대 128가지에 달했다. 이는 K-팝 팬덤의 지갑을 열어젖히는 '촉매제'가 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조사한 K-팝 소비행태에 따르면, K-팝 소비자는 원하는 랜덤 구성품을 얻기 위해 동일 음반을 평균 4.1장 구매했다. 심지어 90장을 구매한 팬도 있었다.

두번째 상술은 사인회다. 음반을 한장 구매하면 엔터사는 팬 사인회에 응모할 기회를 한번 부여한다. 많이 구매할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 당첨 기준이나 상한선이 따로 없어 팬 사인회에 가고 싶은 팬들은 최대한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K-팝 팬들은 평균 6.7장의 음반을 구매했다. 이렇게 구매한 음반은 이벤트와 연계된 상품이어서 취소나 반품도 쉽지 않다. 익명을 원한 K-팝의 팬은 "팬 사인회도 이젠 음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 "이런 상술이 K-팝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 엔터 4사는 올 1분기 모조리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K-팝이 고도성장기를 지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K-팬덤을 노린 '상술'은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비싼 티켓값, 암표 등 고질병도 나쁜 변수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김치호 한양대(문화콘텐츠학) 교수는 "당장의 수익을 생각하기보단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현재의 팬덤 니즈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팬덤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쳐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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