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방송4법 25일 처리”…우원식 중재안 무위 그치나

최성진 기자 2024. 7. 23.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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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중재안 거듭 거부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6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송4법 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국면 해소를 위해 범국민협의체 구성 등 중재안을 내놓은 가운데, 정부·여당은 사실상 거부 입장을 거듭 나타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도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 처리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나서는 등 국회의장의 막판 중재 노력마저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언론계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을 두고 빚어지는 극단적 갈등의 고리를 끊으려면 여야가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방송4법 처리 방침 등과 관련해 “우리 당은 내부 논의를 거쳐 우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고 방송법 등 개정안에 대한 수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으나, 여당에서 거듭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우리로서는 여당의 태도 변화를 마냥 기다릴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 의장을 향해서도 “여당의 거부로 자신이 낸 중재안이 무산된 만큼 국회의장도 국회법이 정한 대로 (상정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등 야 7당이 추진하는 방송4법은 지난달 18일 과방위를 거쳐 같은달 25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가결돼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다.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은 30일 이내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상정 여부를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 전까지 상황 변화가 없다면, 방송4법은 2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4법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담은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포함돼 있다.

본회의에 임박해서도 여야가 방송4법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우 의장은 지난 17일 방송4법에 관한 여야 갈등 해소와 방통위 정상화 등을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인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우 의장은 국민의힘에는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중단을, 민주당에는 방송4법 입법과 임명을 앞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탄핵 논의 중단 등을 요청했다.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 언론 종사자와 언론학자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꾸려 두 달 정도 가동한 뒤 여기서 합리적 공영방송 제도를 다시 설계해보자는 것이 우 의장 제안의 핵심 내용이다.

우 의장이 여야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서자 민주당은 내부 논의 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본회의 직전인 24일까지 여당의 수용 여부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민주당에서도 내부적으로는 “2인 체제 방통위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방송장악을 시도하는 것은 정부·여당인데, 순서를 따지자면 저쪽에서 먼저 이진숙 후보자 지명 철회 등 납득할 만한 조처를 내놓아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강했다.

국민의힘은 아예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은 협의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현행법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도 운영해 온 지금의 이사진 선임 절차를 중단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을 겨냥해선 “의장이 되면서 민주당 당적을 내려놓고 탈당한 게 확실하냐”는 비난도 퍼부었다. 이는 중재안이 나온 직후인 18일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관한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대통령실에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취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다.

여야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회에서 또 한번 진흙탕 육박전이 벌어질 게 뻔한 상황에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 중재안을 내놓은 배경”이라며 “여야 정치권이 스스로 결자해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 관련)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만큼, 의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에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방통위 정상화라는 과제를 두고 여야 모두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나온 국회의장의 중재 시도가 이대로 묻혀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커뮤니케이션대학원)는 “과거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과 관련해 여야 합의로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 등을 마련한 적이 있었으나, 서로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체계적이고 실질적 논의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며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러한 시도가 성공한다면 공영방송 위상 재정립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우 의장 제안과 관련해 성명을 내어 “범국민협의체를 구성해 끝장토론,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합의를 도출하자는 데 적극 찬성한다”며 “학계·언론인·시민단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 양극단의 세력들이 공영방송과 방송제도를 더 이상 망가뜨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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