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오바마가 ‘여자 오바마’ 꿈꾸는 해리스를 아직 지지하지 않는 이유
후보 자리서 밀려난 바이든 향해 업적 칭찬에 집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 이후 자신을 대신할 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지 하루만에 ‘해리스 대세론’이 굳혀져 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이후 당의 핵심인사는 물론 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의 주요 거물급 여성 정치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캘리포니아)까지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밝힌 상태다.
22일(현지 시각) 기준 해리스 부통령은 대의원 가운데 최소 2214명의 지지를 얻어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단순 과반)인 1976명을 훌쩍 넘겼다. 해리스의 별명은 ‘여자 오바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 타이틀에 이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에 다시 도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하지 않은 상태다.
◇오바마의 침묵은 조심성? 고도의 전략?...분분한 의견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결정에 찬사를 보냈으나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교체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만 언급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임에 대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침묵이 고도의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봤지만, 그의 전 행적을 보면 그는 쉽게 자신의 지지표명을 하지 않는 인물이다. 4년 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탈락하기 전 민주당 경선에서도 바이든 캠프의 보좌진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한 적이 있었으나 그는 지지 표명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저울을 엄지로 움켜쥐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신의 말의 무게를 생각한 것이다.
또한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금 너무 일찍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정치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지명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고 이미 수많은 민주당 인사들이 지지를 보낸 가운데 자신마저 지지 의사를 표명한다면 일각에서는 마치 짜여진 대관식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후보가 결정되면 당을 빠르게 통합하도록 돕는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더욱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심성이 강한 성격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미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교체 후보로 별도의 정치인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으며 당내 각 계파의 이해관계에 초연한 ‘공정한 원로’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차기 후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는 것이다.
◇바이든에게 두번째 트라우마 안겨준 오바마, 지지대신 바이든 찬사에 집중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관계성에 대한 말도 나온다. 2016년 경선 당시 민주당 인사들에게 여전히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의 출마를 만류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에게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밀려나게 된 경험은 오바마로 인해 민주당 후보에서 밀려난 두번째 ‘트라우마’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인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에 대해 성명을 냈을 때도 그의 결정과 업적에 대한 찬사에 집중했고, 교체 후보 등 타인에 대한 언급은 피하려고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현실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당장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도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꺾고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기에 차후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가만히 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편에서는 미셸 오바마 여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의 대안 후보로 오바마 여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지난 2일 C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바마 여사의 지지율이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압도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안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근거가 됐던 조사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를 의식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미셸 오바마 여사는 백악관에서 나온 이후에도 꾸준히 저서 집필 등을 통해 미국인들과 소통하며 변함없는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여사가 대선 후보로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수차례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WSJ는 “현재 민주당의 과제는 새로운 후보 주변으로 뭉칠 것인가이고, 이미 빌과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결집했다”며 “아직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합류하지 않았지만, 그는 민주당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엄청난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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