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 월하의 청연 "매트로배니아 입문자에게 강추"
이전의 매트로배니아 명작들의 벽이 높아 상대적으로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명작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신작이 나왔다. 험블 게임즈 '보우: 월하의 청연(이하 보우)'가 그 주인공이다.
한 편의 동화와 같은 그래픽으로 전 세계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보우는 매트로배니아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즐겨도 충분히 재밌는 포텐셜이 있다. 볼륨은 여타 명작들에 비해 적지만, 2만 1500원이란 가격이 아깝진 않다.
기존 매트로배니아 게임에 비하면 루즈하고, 깊이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데 지장을 줄 만큼 텐션이 떨어지는 편도 아니고, 플레이 경험을 저해할 만큼 불편하지도 않다.
체험판 기준으로는 정통 메트로배니아에 가깝지만 본편을 즐길수록 여러모로 다양한 변주를 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접근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덕분이다.
정리하자면 장르 고인물에게는 그저 그런 게임이지만, 초보자 혹은 가볍게 여러 장르를 즐기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꽤 수준급의 게임이다. 명작 '할로우나이트'와 같은 깊이 있고 짜임새 있는 게임을 생각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보우는 명작은 아니더라도 수작이라고 하기에는 손색없다.
장르 : 매트로배니아, 액션 플랫포머
출시일 : 2024년 7월 17일
개발사 : 스퀴드 쇼크 스튜디오
유통 : 험블 게임즈
플랫폼 : PC, 닌텐도 스위치, Xbox XIS, PS5
■ 일장일단이 있는 파격적 편의성
초보자들에게 메트로배니아 입문작으로 보우가 적격이다. 장르가 어렵고 불친절한 장르로 꼽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그런 상황에서 길까지 헤매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보우는 이러한 장르 진입장벽을 기존 RPG 장르의 시스템을 가져와 완화시켰다. 바로 퀘스트 가이드라인이다. 여타 매트로배니아 게임과 달리 메인 퀘스트를 주고,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의뢰 일지를 활용해 상세히 보여준다.
장르 특성상 게임 내 숨겨진 장소나 히든 퀘스트 등이 산재돼 있으니 모든 것을 알려주는 만능 내비게이션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초보자들이 뭘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지도 밝히기는 조금 아쉽다. 여러 개의 방이 이어진 구역이 진입 시 통째로 밝혀지는 방식을 사용하다 보니 게임 중반에 특정 구역을 방문했는지, 안 했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장르 특성상 왕래가 잦은 편이다 보니 상당히 불편하다.
장비 중 하나인 '오마모리' 중에는 적의 보상, 혹은 숨겨진 재료 아이템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효과를 가진 아이템도 있다. 직접 플레이로 알아가야 하는 메트로배니아 장르 중에서는 꽤 파격적이다.
물론 이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매트로배니아는 불편함이 장르의 특징이자 하나의 재미요소이기 때문이다. 넓은 맵을 직접 탐험하며 길도 헤매보고, 결국 숨겨진 아이템을 찾았을 때 희열은 장르의 정체성이다.
부적 등의 장비 아이템 수집 요소 대부분이 상점 판매에 의존한다는 사실 역시 장단이 명확하다. 상점 판매 방식은 게임을 직관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장르 특유의 보상 체계에 반한다는 단점이 불거진다. 편의가 좋은 만큼 깊이감은 없는 것이다.
아울러 볼륨 자체는 다른 게임에 비해 충분한 편이 아니다. 장르에 익숙한 유저에게는 이런 편의적인 요소로 더욱 빠른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분량이 적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 시원한 속도감과 묵직한 손맛, 반복적 패턴은 아쉬워
보우의 액션과 전투는 쉽지도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무난한 수준이다. 편의성과 함께 매트로니아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이유다. 메트로배니아에서 흔히 있는 이단 점프라던가, 패링 등 어려운 조작이 없다. 장르에 익숙한 유저라면 전투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대목이다.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요소들도 존재한다. 보우에서는 이를 '히트 앤 플로우'라고 부른다. 쉽게 표현하자면 점프와 공격 후 점프를 이용한 체공 이동 방식이다.
흡사 무협 소설에 나오는 무림고수와 같은 액션으로 상당히 속도감 있는 액션을 체험할 수 있다. 이 같은 액션이 후반까지 일관되게 반복된다는 점은 아쉽다. 처음엔 새롭지만 반복되니 질린다.
반복적인 플레이 스타일의 반복은 마이너스 요소지만, 빠른 템포의 시원시원한 액션은 강점이다. 빠르고 시원시원하면서도 복잡한 조작은 필요없다. 또한, 파워업을 할 수 있는 아이템 획득 주기를 짧게 설정해 지루함을 덜었다.
레벨 디자인은 점진적 체계가 잘 잡혀있다. 초반부에는 새로운 기믹을 하나씩 선보이며 익숙하게 만든 뒤 후반으로 갈수록 이에 익숙해지고 응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 기본 기믹에서 파생되므로 쉽게 물리는 단점은 불가피하다.
하이라이트인 보스전은 적정 난도를 유지하면서도 재밌는 기믹을 많이 넣어놨다. 동일한 체공 이동 방식을 고수하지만, 보스 고유의 패턴을 파훼하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한 편이다. 적당한 스트레스를 유지하며 즐기기 딱 좋은 수준이다.
전투와 액션을 정리하자면 전체적인 다양성과 깊이는 아쉽지만, 수준급의 손맛과 속도감으로 보완했다. 플랫포머의 재미를 맵에 잘 녹여내기도 헀다. 생각 이상으로 재밌게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 훌륭한 그래픽 덕분에 더욱 주목받는 게임성
좋은 게임성 이전에 보우를 7월 기대작 반열에 올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수려한 그래픽 덕분이다. 그래픽은 사람의 첫인상과 같다. 어찌 됐건 외관이 만족스러워야 그 뒤에 있는 게임성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보우는 일본 화풍이 물씬 풍기는 2D 그래픽 게임이다. 핸드 드로잉 방식으로 그려낸 보우의 세계는 한 편의 동화 같다는 찬사를 받는다. 인디 게임 중에서도 상당한 퀄리티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일본 에도시대 서민 계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목판화 기법인 우키요에 화풍을 따르지만, 큰 거부감은 없다. 더욱이 요괴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게임 내 여러 캐릭터들은 사랑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하이라이트는 색감이다. 보우는 색을 제대로 활용했다. 사람들이 동화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몽환스럽게 느껴지는 색 표현에 있다. 난색(暖色)을 위주로 사용하며 가슴 따뜻한 느낌을 잘 살렸다. 보스전에서는 무채색과 난색을 사용해 분위기를 명확히 대비시킨다.
모션과 애니메이션도 상당히 훌륭한 편에 속한다. 조작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자신이 생각하고, 원했던 대로 캐릭터가 움직여준다. 덕분에 비정상적인 움직임 등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다. 이는 액션 게임에서 상당한 장점이다.
아울러 스킬이나 타격 이펙트 등의 효과도 적재적소에 잘 썼다. 화풍과 어울리는 만화적 표현 등으로 시각적인 타격감을 살렸다. 빠른 이동을 할 때의 잔상 등도 모션을 한층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수려한 그래픽과 훌륭한 이펙트 등에 비해 아쉬운 점은 기억에 남는 BGM이 없다는 사실이다. 게임의 몰입감을 높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플레이어가 상황에 한층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다. 보우는 그만한 임팩트는 없었다.
1. 파격적인 편의성 기능을 통해 진입장벽을 크게 완화
2. 시원한 속도감과 묵직한 손맛으로 액션 플랫포머의 재미를 잘 살림
3. 잘 잡힌 레벨 디자인으로 게임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듬
4. 훌륭한 그래픽과 이펙트 등으로 게임하는 내내 눈이 즐거움
1. 편의성이 높은 대신 매트로니아 특유의 깊이감은 부족함
2. 반복적인 패턴이 지속되어 후반부에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짐
3. 훌륭한 그래픽에 비해 음악적 요소는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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