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김한결 감독 "촬영할 때도 눈물 날 만큼 웃었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배우들이 어떤 장면을 시나리오에 적힌 것과는 다르게 매력적으로 구현해내는 것을 볼 땐 너무 재밌어 숨이 넘어갈 듯 웃었어요. 너무 웃다 보니 (눈물이 나) 울음이 돼버리곤 했죠. 촬영 현장에서 그럴 때가 참 많았어요."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한결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영화 '파일럿'의 촬영 현장을 이렇게 회고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코미디 '파일럿'은 잘 나가던 여객기 조종사 정우(조정석 분)가 회사 술자리에서 여성에게 모욕감을 주는 실언을 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실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업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이 어려워진 정우는 고심 끝에 여동생 정미(한선화)로 신분 세탁을 하고, 미용 전문 유튜버 정미의 도움을 받아 여성으로 변장해 취업에 성공한다.
여장한 조정석의 코믹 연기가 끊임없이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건축학개론'(2012), '관상'(2013), '엑시트'(2019) 등에서 코믹 연기를 펼쳤던 조정석은 이번에도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김 감독은 드라마 '질투의 화신'(2016)을 보고 조정석에게 주목하게 됐다며 "무엇보다도 자기 몸을 자유자재로 잘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대사와 대사 사이에도 말이나 추임새, 표정으로 공백을 만들지 않는 점이 정말 영리하고 재치 넘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파일럿'을 함께하면서 인간의 깊은 감정도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파일럿'엔 조정석이 시나리오에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김 감독은 취업을 위해 전전긍긍하던 정우가 면접장에서 갑자기 춤추다가 넘어지는 장면을 꼽았다.
"조정석 배우가 '감독님, 저 한번 돌게요(미칠게요)'라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연기하면서 갑자기 확 넘어지니 너무 재밌어 '컷'을 외치는 걸 잊어버렸어요. 그때도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죠."
한선화를 비롯해 정우의 직장 동료 역할을 맡은 이주명, 신승호가 조정석과 이루는 앙상블도 좋다.
김 감독은 한선화에 대해선 "'술도녀'(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에서 보여준 연기를 잊을 수 없다"며 "이번에도 현장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관객의 웃음을 끌어내기 위한 연출 포인트에 관한 질문에는 "배우들이 (코믹 연기를) 알아서 잘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만들어주려고 했다"고 답했다.
촬영 현장에서도 김 감독은 배우에게 구체적으로 연출 지시를 하기보다는 "편하게 연기해달라"고 당부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파일럿'은 여성으로 변장해 직장 생활을 하는 정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성차별의 문제도 건드리지만,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김 감독은 "갈등을 조장하거나 편 가르기를 하는 영화가 되는 건 바라지 않았다"며 "표현이나 연기에서 적정한 선을 찾으려고 제작진과 대화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파일럿'은 김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그는 2019년 3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한 로맨틱 코미디 '가장 보통의 연애'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김 감독은 코미디에 관해 "자연스러운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스토리나 캐릭터의 매력도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받쳐줘야 웃음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장르를 정해 놓고 영화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공포든, 스릴러든, SF든, 이야기가 새롭고, 재밌고, 개연성과 깊이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든 잘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고 했다.
'파일럿'을 한마디로 "건강하고 맛있는 코미디"라고 소개한 김 감독은 "이야기와 웃음, 재미를 최대한 충족하는 영화로 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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