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쇄신 발도 못 뗐는데… 김범수 구속에 비상 걸린 카카오

양진원 기자 2024. 7. 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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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김범수 창업주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하던 김 창업주가 발이 묶이면서 카카오의 체질 개선 역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혐의로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대두되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창업주가 직접 나선 것이다.

창업주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기 위해 경영 쇄신에 사활을 걸었지만 무용지물이 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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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추진하던 중앙 집권 경영… 창업주 구속에 '물거품'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카카오가 김범수 창업주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쇄신 경영을 내세워 버텨내려던 사법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경영쇄신위원장을 자처하던 김 창업주가 발이 묶이면서 카카오의 체질 개선 역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신아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후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창업주를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23일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창업주는 작년 2월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에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일엔 검찰에 소환돼 20시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은 일찌감치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카카오가 작년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며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제기됐다.

앞으로 카카오의 체질 개선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창업주는 지난해 말부터 사명까지 바꾸겠다는 각오로 변화에 힘을 쏟았다. 당시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 조종 혐의로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대두되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창업주가 직접 나선 것이다.

특히 자율경영으로 대표되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속도를 냈다. 지난 1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발족해 중앙 통제력을 높였고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정신아 대표를 본사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자신의 측근으로 불리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CEO도 교체했다. 준법과 윤리 경영을 위해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를 세우기도 했다.

논란이 된 임원을 계속 중용하고 준신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등 잡음이 컸지만 경영쇄신위원장인 김범수 창업주의 진두지휘 아래 조금씩 틀을 잡아가던 중이었다. 하지만 김 창업주의 경영 활동이 전면 차단돼 이러한 쇄신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애써 세운 CA협의체는 제구실을 할지 의문이다. 카카오는 해당 기구를 통해 협약 계열사의 신규 투자 집행·유치, 지분 매각 프로세스를 관리할 예정이었지만 정신아 대표와 함께 CA협의체 의장인 김 창업주가 사라지면서 구심점을 잃게 됐다.

자회사 매각·상장 등 문어발식 확장 대신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려던 노력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아 대표 체제서 강력하게 추진 중인 AI 사업도 위기라는 평가다. 정 대표는 흔들림 없이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일각에선 김범수 창업주가 보석으로 석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구속 수사한 후 보석으로 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방안이 검찰과 카카오 모두의 위신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동안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창업주가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기 위해 경영 쇄신에 사활을 걸었지만 무용지물이 된 까닭이다. 김 창업주가 다시 자유의 몸이 되더라도 겹겹이 쌓인 사법 리스크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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