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트럼프-해리스 대진표 사실상 확정…100여일 '혈투' 예고

조준형 2024. 7. 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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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백인남성 vs 진보 흑인여성 첫 대결…인종ㆍ이념ㆍ문화 차이 극명
트럼프, '바이든 실정 공동책임' 공격…해리스, 낙태ㆍ형사기소 쟁점화
미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좌)와 민주당 대선 후보 '예약' 해리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오는 11월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를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의 새로운 대결 구도로 사실상 확정됐다.

AP통신의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오후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최소 2천214명의 지지를 얻어, 지금 당장 대의원 투표를 하더라도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매직넘버(단순 과반)인 1천976명을 가볍게 넘길 상황이다.

[그래픽] 해리스 미국 대선 후보 지명 민주당 대의원 여론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AP통신의 조사 결과는 언론사의 비공식 집계이며,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는 전당대회(8월19∼22일·시카고)에 앞서 내달 7일전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과 경합할 수 있는 잠룡으로 분류됐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해리스 지지 대열에 합류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다시 시작된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는 해리스의 독주로 사실상 끝난 셈이다.

여기에 더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거물급 중진들도 해리스 지지를 잇달아 선언함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포기를 선언한지 불과 하루만에 해리스는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끝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이 차기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미 공화 전당대회에서 주먹쥔 팔 들어 보이는 트럼프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민주·공화당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과반 대의원을 확보하면서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설정됐던 대선 구도가 약 4개월만에 완전히 재편되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부통령 후보로 39세의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선출했고,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대선 후보가 됨에 따라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를 본격적으로 물색할 예정이다.

트럼프-해리스의 맞대결은 성별(남녀), 인종(흑백), 세대(트럼프 78세ㆍ해리스 59세) 등 태생적으로 주어진 배경 면에서 확연히 다른 두 후보 간의 대결이 되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보수적 백인 남성과 진보적 흑인 여성 간의 첫 대결이라는 점도 민주-공화 양 진영의 첨예한 대립에 더해, 인종과 문화면에서 '선'이 선명하게 그어지게 된다.

또한 중앙 정치무대로 뛰어들기 전까지, 동부 뉴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부를 축적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 생활을 해온 해리스 부통령은 걸어온 길도 자못 다르다.

앞으로 100여일 남은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한 축이었던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불법 입국자 문제, 인플레이션 등 기존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했던 소재들을 그대로 활용하며 '공동책임론'으로 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주의 무역 강화와 화석에너지 시추 재개, 남부 국경 봉쇄, 국제 분쟁 조기 종식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때 밝힌 공약을 점차 구체화해 제시할 전망이다.

또 다양성 수용과 경제 정책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동급 또는 그 이상으로 진보적인 모습을 보여온 해리스 부통령에 맞서 우파 진영의 '반(反) PC(좌파가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주의' 정서를 자극할 전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랬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승복 거부 이력을 거론하며 '민주주의 수호가 걸린 대선'이라는 내러티브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더해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우위로 확고히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판결을 2022년 폐기한 사실을 거론하고 낙태 권리를 강조함으로써 여성 지지세 확대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검사 출신 이력을 십분 활용해 4건 형사 기소에다가 성추문 입막음돈 지급과 관련한 회사 기록 조작 건으로 유죄 평결까지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법 집행자' 대 '중범죄자'의 구도를 부각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노조 중시 기조, 총기 규제 강화, 친환경 산업정책 등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원 다수가 요구해온 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면서 민주당 당원들이 이전보다 더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번 대선은 치열한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 이후 유권자 4천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2%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전에 실시한 이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양자 대결 시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였다.

[그래픽] 미국 트럼프 - 해리스 프로필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그래픽] 미국 대선 해리스-트럼프 지지율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하고 캠프 관계자들 만난 해리스 부통령 [윌밍턴 AP=연합뉴스. 백악관 풀기자단 제공]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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