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이익 약탈하나”…거세지는 ‘두산 지배구조 개편’ 논란 [한양경제]
두산 “시너지 키우는 ‘윈-윈’ 전략” 반박에도…
합병비율 산정 논란…일명 ‘두산밥캣법’ 제정 움직임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합병시키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두산밥캣의 계열 조정을 통해 사업부문을 효율화한다는 명분이지만, 대주주의 ‘알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하는 대신 개인투자자 이익은 침해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어 ‘꼼수 경영’ 지적이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클린에너지 부문, 스마트 머신 부문, 반도체‧첨단소재 부문 등을 그룹 내 계열 조정을 통해 3대 축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현재 그룹 내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그룹의 중간지주사 격인 두산에너빌리티 아래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포괄적인 주식 교환 과정을 거쳐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바꾸는 것이다.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면 두산로보틱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두산밥캣으로부터 거둬들인 대규모 배당금을 다시 로봇사업 투자금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두산그룹으로서는 유동성 및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소형 특수장비 제조업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인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후 그룹 내 캐시카우(Cash Cow)로 ‘현금 플로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23년 기준 매출액은 9조8천억원, 영업이익은 1조3천억원에 이른다. 반면 두산밥캣을 품어 안을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530억원 수준에 머문다. 더욱이 로보틱스는 1천1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두산그룹이 개편안 대로 두산밥캣의 지배구조를 조정할 경우, 지배주주 이익과 지배력을 강화하는 반면에 개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두고 ‘약탈적 자본거래’, ‘꼼수 경영’ 등이라는 반응을 내놓는 이유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열린 ‘두산그룹 케이스로 본 상장회사 분할 합병 제도의 문제점’ 세미나에서도 관련 전문가들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천준범 한국거버넌스포럼 부회장(변호사)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주에게는 분할합병·주식교환으로 받게 될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초고평가 상태와 주가 하락 가능성이 가장 큰 핵심 위험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추상적으로만 기재되고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를 마련한 한국거버넌스포럼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자본시장법의 상장회사 합병 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단체는 “매출 규모가 183배 차이나는 두 계열회사의 주식을 1대 1로 교환할 수 있게 만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실질지배력은 현재 13.8% 수준이다. 하지만 두산이 공시한 방식에 따라 신설합병사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 42%로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두산밥캣에서 받던 배당금도 3배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다.
특히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은 1대 0.63으로, 이는 두산밥캣 주식 100을 로보틱스 주식 63주 가치로 환산한다.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수익이 큰 주식을 안고 있다가 가치가 낮은 기업 주식으로 갈아타야 하고, 주식 수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5조2천억원이었지만, 신규 합병안이 알려진 이후 22일 기준 4조9천억여원 규모로 집계됐다. 두산밥캣을 매각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도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감시 전문가단체인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을 내고 “두산 사업구조 개편안이 일반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매각 필요성보다 두산로보틱스의 두삿밥캣 인수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이다. 두산은 그룹의 이익에 충실했다”라고 주장했다.
두산그룹 측은 지배구조 개편안 논란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고 오히려 계열 조정을 통해 관련 사들이 골고루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그룹 내 복잡하게 혼재된 사업들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아 클러스터화하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 모두 ‘윈-윈-윈’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라고 해명했다.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 논란이 커지자 두산밥캣 자사주 소각을 통해 논란을 잠재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그룹 측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에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의 주식매수청구로 인해 취득할 자사주를 임의로 소각해 주식 가치를 올리겠다는 당근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정치권도 법적 한계 지적…금융위원장 후보자 “제도개선 검토”
두산밥캣 등 관련 계열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9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다. 회사 측이 제시한 매수 가격은 두산에너빌리티 2만890원, 두산밥캣 5만459원, 두산로보틱스 8만472원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안을 최종 결정할 주주총회까지는 개인 주주와 관련 단체의 반발 등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사례처럼 계열사 조정을 통한 신규합병의 경우 주식교환 비율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법 체계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으로만 교환 비율을 결정하기에는 두 기업의 실적 수준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 합병가액은 기준시가를 적용하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 자산가치를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두산밥캣 지배구조 개편’ 논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법인의 합병비율 산정을 규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전날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상대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두산그룹 구조 개편이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왜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이렇게 결정됐고 이 과정에서 어떤 편법이 있었는지를 다 알지 못하지만 시장에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고칠 부분이 있을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이현정기자 hyehyunjung@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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