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더니] 왕좌에서 내려올 시간...내연기관 정점 찍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시승 [CarTalk]
640마력, 제로백 3초
2028년 첫 전기차 란자도르 출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아직 전기차의 시대로 완전히 넘어가진 않았지만 미래는 모두가 예측한 대로 흘러갈 터.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에 섰던 차를 한껏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체험했다.
5월 경기 용인시 스피드웨이에서 람보르기니가 주최한 '미디어 트랙데이'에 참여해 우라칸 STO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를 타고 트랙을 주행했다. 우라칸 STO는 자연흡기 V10 엔진을 담아 640마력, 최대토크는 57.7kg∙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시속 310㎞에 달한다.
항공기 조종석 같은 운전석
자동차가 주차된 트랙에 나서자 특유의 날렵한 디자인 슈퍼카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STO에 먼저 탑승했다. 안전을 위해 헬멧을 착용하고 차 문을 열었다. 이 차는 일반 도로에서 달릴 수 있는 레이싱카를 콘셉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차체가 낮고 좌석이 지면과 거의 붙어 있는 형태로 돼 있었다. 탑승하는 모습을 묘사하면 몸을 굽혀 운전석에 주저앉았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다음으로 시동 버튼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자동차 중앙에 붉은색 덮개 아래가 시동 버튼이었다. 마치 항공기 엔진 점화 버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차는 터지는 듯한 배기음과 민첩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치고 나갔다. 순간 가속력으로 몸이 뒤로 젖혀졌다. 강력하게 터지는 배기음이 인스트럭터가 무선 기기로 지시하는 음성을 '눌러 버릴' 만큼 컸다.
특히 인상적인 건 직선 코스에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것과 함께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자의 주행을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시승을 마치고 물어보니 이는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인 LDVI가 자동차를 제어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도로가 직선 도로인지, 곡선 도로인지, 앞차와의 간격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스스로 파악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차가 자체 판단으로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람보르기니 관계자는 "LDVI가 운전자의 의도를 한발 앞서 파악해 조향 및 구동 등을 제어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와 함께 이상적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직선 코스에서 순식간에 시속 160㎞를 가볍게 넘겼던 차는 브레이크를 밟자 빠르게 속도가 뚝 떨어졌다. 덕분에 헤어핀 구간에서도 차는 안정감 있게 속도를 줄여 바닥에 붙어서 주행했다. 몸은 핸들과 반대 방향으로 쏠렸지만 차는 쏠림이 없었다.
내연기관과 헤어질 시간...2028년 전기차 출시
람보르기니에 한국은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2023년 람보르기니는 한국에서 434대를 팔았다. 2007년 국내 진출 이후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본토인 이탈리아(409대·8위)보다 한국의 국가별 판매 순위(7위)가 높았다. 올해 1∼4월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대 늘어난 102대를 판매했다.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람보르기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은 "한국인들이 특히 우리의 날카롭고 에지 있는 디자인을 좋아해 준다"며 "특정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내세우지 않더라도 고객들이 브랜드 홍보대사 역할을 해 주는 구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람보르기니의 내연 기관도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람보르기니는 2028년 첫 순수전기차(모델명 란자도르)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브랜드 최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차 레부엘토를 출시했고 4월에는 첫 PHEV SUV 우루스 SE를 공개했다.
스카르다오니 총괄은 '전기차에서는 람보르기니 고유의 배기음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눈을 감고 전기차 란자도르에 타도 람보르기니 차라는 것을 알 수 있게 개발하고 있다"며 "절대 기존 내연 기관차의 소리를 인위적으로 복제하지 않은 미래지향적 사운드를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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