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침팬지의 몸짓 언어, 인간 대화만큼 빠르다

홍아름 기자 2024. 7. 23. 12: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람은 친구가 말을 하고 1초도 안 돼 대답하고 심지어 말을 가로채기도 한다.

하지만 침팬지는 음성이 아닌 몸짓으로 사람만큼 빠르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서린 호바이터(Catherine Hobaiter)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동아프리카에 사는 야생 침팬지의 몸짓 수천 가지를 인간의 대화와 비교한 결과 속도가 비슷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몸짓을 주고받는 침팬지가 인간과 비슷한 속도로 소통하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연구진, 동아프리카에 사는 침팬지 252마리 관찰
침팬지들이 서로를 손질하거나 놀고 있는 모습./영 세인트 앤드루스대

사람은 친구가 말을 하고 1초도 안 돼 대답하고 심지어 말을 가로채기도 한다. 지난 5월 오픈AI가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AI)인 GPT-4o(GPT-포오)도 아직 사람의 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하지만 침팬지는 음성이 아닌 몸짓으로 사람만큼 빠르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캐서린 호바이터(Catherine Hobaiter)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동아프리카에 사는 야생 침팬지의 몸짓 수천 가지를 인간의 대화와 비교한 결과 속도가 비슷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동아프리카의 야생 군집 5곳에 속한 침팬지 252마리의 몸짓을 촬영했다. 수백 시간 분량의 영상을 살핀 결과 몸짓은 총 8559개로, ‘그만해’, ‘나를 따라와’, ‘나를 손질해’와 같은 간단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침팬지들은 싸운 뒤 화해하거나 대립을 피할 때, 먹이를 나눠 먹자고 요청할 때도 몸짓을 사용했다. 두 침팬지 간에 몸짓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전체 소통 행위 중 14%를 차지했다.

일부 침팬지는 몸짓을 최대 7개까지 연속으로 교환하며 소통했다. 이때 서로의 몸짓에 반응하는 속도는 평균 120㎳(밀리초, 1000분의 1초)였다. 인간 사이의 대화에서 평균적인 응답 시간은 200㎳다. 몸짓을 주고받는 침팬지가 인간과 비슷한 속도로 소통하는 것이다. 음식을 주거나 손질을 시작하는 행동적인 반응은 상대적으로 긴 1200㎳가 걸렸다.

응답 시간은 무리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우간다 침팬지들은 상대적으로 느린 반응을 보였는데, 인간도 국가나 지역, 문화권에 따라 반응 속도가 달라진다”며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침팬지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침팬지의 소통 방식이 인간의 대화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고도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멜리사 베르테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원은 “인간처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소통하는 동물 중에서 빠르게 차례를 지키는 행동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개나 새들은 다른 개체가 소리를 내면 단순한 반사 반응으로 소리를 내지만 침팬지의 몸짓은 의도적으로, 인간과 정말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침팬지의 소통 방식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연구가 있었다. 호바이터 교수는 지난해 3월 사람이 사투리를 쓰듯 침팬지도 무리마다 다른 몸짓으로 사랑을 고백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이 꽃잎을 떼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점을 치는 것과 비슷하게 나뭇잎을 찢거나 가지에서 잎을 떼기도 했다. 당시 호바이터 박사는 “침팬지도 사람, 고래처럼 사회적으로 의사소통 방식을 배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과 유인원이 의사소통의 근본적인 특징을 공유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 소통 방식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진화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앞으로 고래나 박쥐, 하이에나와 같은 사회적 동물들도 비슷한 소통 방식을 사용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4), DOI: https://doi.org/10.1016/j.cub.2024.06.009

Scientific Reports(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2-25814-x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