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 트럼프와 대결할 흑인 여성, 해리스의 선거 전략은
백인·남성·78세·사업가 vs 흑인·여성·60세·법조인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카멀라 해리스(60)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리스 캠프는 하루 만에 1125억원을 모금했고, 민주당 거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마저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선거전이 두 사람의 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엘리트 집안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성별·인종·경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되는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흑인이자 아시아계 미국인인 해리스는 78세의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역동성을 형성하며 세대·문화적 차이를 뚜렷하게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 금수저 공통점, 삶은 전혀 달라
해리스 부통령은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자메이카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인도 브라만(인도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 최고 계급) 가문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해리스 부통령의 아버지는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에서 암을 연구한 과학자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계 이민 2세 가정의 3남 2녀 중 차남으로 동부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뉴욕에서 아파트 임대업으로 큰돈을 번 건설업자였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른바 ‘금수저’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살아온 삶은 전혀 다르다. 해리스 부통령은 정계에 발을 들이기 전 법조인으로 생활했다.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올랐으며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이후 6년간 주 법무장관을 역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파트 임대업을 하던 아버지의 회사를 승계해 사업가로 활동했다. 37세 때인 1983년에는 뉴욕 맨해튼에 주상복합 건물 ‘트럼프 타워’를 지으며 사업을 확장했다.
◇ 검사 경력 & 낙태 이슈 내세울 듯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조되는 경력을 선거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대중 앞에서 한 첫 연설에서도 검사 경력을 부각했다. 22일(현지 시각) 델라웨어 윌밍턴에 위치한 민주당 선거 캠페인 본부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시절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사람, 사기꾼 등 온갖 종류의 사람을 봤다”면서 “나는 트럼프 같은 타입을 잘 안다. 이번 선거 운동에서 내 경력을 트럼프의 경력에 맞서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 돈, 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 문서 유출, 조지아주 대선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총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CNN은 “해리스가 상원의원이나 부통령보다 검사로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것이 바로 그녀가 이제 도널드 트럼프와 맞붙게 될 방식”이라고 전했다.
낙태권도 해리스 부통령의 주 무기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낙태 이슈와 관련해 공화당보다 우위에 있지만,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이슈를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은 오랜 기간 ‘낙태’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조차 불편해했었다”면서 “반면 해리스는 경력 내내 낙태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을 옹호했다”라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첫 연설에서 “우리는 생식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모든 주에서 낙태를 불법화하는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검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도 고등학교 때 가장 친한 친구가 계부에게 성추행을 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다.
고령 리스크로 공격받던 민주당이 역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나이’로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스무 살 정도 어리다. NYT는 “해리스가 이제는 역으로 78세 트럼프의 건강 문제를 겨냥하고 세대 교체론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 한계 극복할 러닝메이트가 관건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대중적인 인기가 높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CNN과의 전화 통화에서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캠프는 지난 몇 주 동안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가 될 가능성을 대비해 왔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후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해리스의 단점을 보완할 인사가 러닝메이트로 지목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로써는 앤디 배쉬어 켄터키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조지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3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으로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기 때문에 경합주 출신 상원의원이나 주지사 등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지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아시아계 대통령이라는 새로운 기록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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