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화장품 전시회서 한국관만 ‘텅’... 물품 컨테이너 통째 도둑 맞았다

이가영 기자 2024. 7. 23. 12: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4 북미 라스베가스 코스모프로프 전시회'를 12시간 앞둔 22일(현지시각) 한국관 부스가 텅 비어 있다. /독자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화장품 전시회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 70곳의 물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통째로 사라졌다. 전시회 개막이 1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물품을 다시 찾지 못한다면 한국관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선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23일(현지 시각)부터 사흘 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4 북미 라스베가스 코스모프로프 전시회’에 참여한 한국 기업 70여곳의 물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사라졌다. ‘라스베가스 코스모프로프 전시회’는 볼로냐 코스모프로프, 홍콩 코스모프로프와 함께 세계 3대 미용 전문 전시회로 평가받는다. 화장품 소재·완성품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사와 온라인 플랫폼 기업 등 제품 공급망을 구성하는 기업 대부분이 참여한다. 21회차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전세계 1100개 기업이 참가하고, 3만 2000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전시회 전날인 22일 라스베이거스 현지에 도착한 참여업체들은 자신들이 운송한 물품을 담은 컨테이너가 사라졌다는 황당한 소식을 접해야 했다. 업체들은 약 한 달 전 필요한 전시 물품을 해운 배송 업체에 넘겼다. 그러나 전시회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물품 배송을 담당한 물류회사 측은 “우리 회사로 발송한 전시품이 모두 도둑맞았다”며 “자세한 설명은 추후에 드리는 것으로 하고, 급한 것이 추가 물품 발송이어서 기업별로 2박스씩 준비를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행사장 사진을 보면, 한창 전시회 준비에 바빠야할 부스들이 텅 비어 있다. 그나마 업체 관계자들이 개인 캐리어에 전시 물품 몇 개를 챙겨온 업체만 일부 상품을 전시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24 북미 라스베가스 코스모프로프 전시회'를 12시간 앞두고 한국관 부스가 텅 비어 있다. /독자 제공

이번 전시회의 한국관 사업은 전시회 대행업체인 K사와 I사가 나누어 주관했다. 서울 강남구청과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화성시청 등 지방자치단체는 K사의 부스를 대여해 지원 사업을 했다. 강남구청과 한국무역협회는 강남구에 있는 뷰티 중소기업 6곳을 선정해 부스 임차료 및 전시품 편도 운송비를 지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도 전시회 참여를 원하는 뷰티 업체를 지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우리는 6곳 업체를 지원했을 뿐, 사업 진행은 대행사인 K사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일단 전시회는 진행해야 하니까 급하게 비행기로 물류 운송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지원하는 6개 업체는 주로 화장품 업체여서 항공으로 긴급하게 물품을 추가 운송해 전시회는 치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미용기기처럼 비행기로 전시 물품을 옮기기 힘든 업체는 상당히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전시회를 치르는 게 우선이고, 이후 물류보험을 통해서 보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K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개인적으로 가져온 물품들이 있기에 전시회 첫날 바이어 상담은 이것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시회 둘째 날부터는 항공편으로 운송된 물품들로 수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의 잘잘못을 따지자면 물류 배송 업체의 책임이 100%이지만, 물류 배송 업체를 선정한 것이 우리이기에 전시회를 잘 끝내고 추후 배상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컨테이너가 왜 사라졌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다. 다만, 물류업체 측은 뷰티 업체 관계자들에게 “물품 인수증을 받았기에 배송이 잘 됐을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I사 측을 통해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들은 피해 없이 부스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I사 관계자는 “하필이면 지자체 지원을 받은 회사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되어서 안타깝다”며 “다같이 잘돼야 할 텐데, 한국관 절반이 비어있는데도 도울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전시회에 참여하려던 업체들은 수천만원씩 피해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나 지자체를 통해 지원받은 업체는 부스 임차료 일부와 비행기표, 체류비 등을 포함해 1000만원 정도를 각자 부담했다고 한다. 지원을 받지못한 업체들은 부스 임차료만 1500만원 정도를 부담했는데, 물품 운송비와 항공료, 체류비, 잃어버린 물품 비용까지 더하면 그 손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에 참여한 한 업체는 “70개 한국 기업의 물품이 담긴 컨테이너를 도난당해서 한국관이 텅텅 비고, 아무것도 못 하게 된 이 상황이 말이 되느냐”며 “올해 전시회에서는 K-뷰티가 전멸한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