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는 역사적 흐름”, “트럼프는 노련한 사람”… 탈북 외교관 리일규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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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탈북한 리일규 전 참사가 22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2월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맺은 것에 대해 "탈북 전부터 수교를 직감했고 역사적 흐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리 전 참사는 쿠바에서 9년 여 근무하면서 한국과 쿠바 수교를 저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탈북했습니다.
리 전 참사는 최근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기브 앤드 테이크'가 명백한 노련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대미 전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회담을 통해 군사적 '상호 지원 조항'을 담은 협정(포괄적 전략 동반자)을 맺은 것에 대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대북 제재에 '큰 구멍'을 뚫은 것"이라며 우려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북한의 추가 핵 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선을 앞 둔 미국 등에 (북한도) 부담을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대비는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외교 안보 분야 관련 일문 일답.
-한국과 쿠바 수교 가능성이 (자신의) 탈북에 영향을 줬나?
"이미 한국과 국가가 수교될 수 있다는 걸 많이 직감을 했다. 2022년도부터 그걸 막기 위해서 별의별 노력을 다 했다. 인맥 관계를 총동원해서 해당하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혁명적 위기 등 위기감을 유도했고, 끊임없이 (한-쿠바 수교는) 안 된다고 주장을 했다."
"그러다가 나는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거기(북한에서) 나왔다. 그 이후 석 달 만에 한-쿠바 수교가 됐다. 한-쿠바 수교야 말로 역사의 대세가 어디 있는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한류가 쿠바에 많이 스며들어 있나?
"원래 쿠바 사람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 (과거 쿠바는) '코리아'라고 하면 북한만 알고 있었다. 그게 2000년대에 들어오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한류가 들어오면서 그 사람들 인식이 코리아는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 됐다. 한류의 파워가 얼마나 센지 그걸 다 뚫고 들어갔다."
"(쿠바에서 하루는) 자동차 세차를 하고 있는데 나한테 쿠바 사람이 다가왔다. 충격받았던 것이 그 사람이 나보고 "사우스(south)냐 노스(north)냐"고 물어보지 않고 "코리아 부에노? 꼬레야 말로?" 이렇게 물어본 것이다. 그게 한국말로는 "좋은 한국인이야 나쁜 한국인이냐" 이런 질문이다."
"내가 되물었다. "야, 좋은 한국은 어디고 나쁜 한국은 어디냐" 그랬더니 "노스는 나쁜 한국이고 사우스는 좋은 한국"이라고 하더라. 나는 대답을 안했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회담이 다시 성사될 가능성이 있을까?
"미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 교체해버리니까 대북 전략팀이라는 게 허술하다고 북한은 보고 있다. 외무성이 지금 자신감을 가지고 전술안을 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해서 다시 북한과 만나면 싱가포르나 하노이 때 했던 그러한 효과는 못 얻을 거다."
-북한에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이라고 보고 있나.
"트럼프는 정말 노련한 사람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가 명확하고 손해될 일은 안 하는 사람이다. 트럼프 1기 때 북한이 얻은게 뭐 있나? 다만 트럼프는 얻은 게 많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기간에는 만히 있어 그러면 이게 업적이지 않나" 북한이 그걸 다 알고 있고 거기에 기초한 전략을 세울 것이다. 북한의 전략은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국교수립, 그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김정은 위원장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큰 걸 얻었다. 돈? 그게 아니다. 경제적 지원이 아니다. 북한이 얻은 건 러시아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러시아의 지위를 이용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는 것이 첫번째 이득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 이런 대북 제재 불이행이라는 대북 제재를 주도했던 국가를 대북 제재 불이행이라는 행위에 끌어들임으로써 대북 제재야말로 정말 무력한 제재고 미국 돈이 아무리 어째도 우리는 다 (제재를 벗어날 준비를) 이렇게 해놨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혜택이 제일 큰 혜택이다."
-그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을 할까?
"푸틴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조약에서 '북한이 침공을 받을 때'라고 명시했고, 내가 알고 있는 한 한국이 북한을 침공할 아무런 생각도 의지도 없다. 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조건부를 달았다. 동맹 조약이 아니다. 동반자 파트너십 조약이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자동으로 개입한다는게 아니고, 너네(북한)가 피동적으로 침공을 받으면 우리가 개입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먼저 침공을 하지 않는다면 개입 안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러나 그것도 대한민국에게는 위협이 된다고 본다. 푸틴을 배경으로 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오판을 한다든지 이런 것도 결국은 다 위협이 된다.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에 위해가 가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배제하지 말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을까
"(북한의 무력 도발은) 나름 치밀하게 계산된 타이밍에 따라서 하고 있다. 확답은 못하지만 내가 김정은이라면 최소 핵실험을 지금 안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 앞에는 많은 전략적인 야심 목표가 있다. 러시아를 이제 겨우 끌어당겼지 않나. 러시아의 관계도 조금 더 공고히 하고 확실하게 자기 손아귀에 넣고 싶어한다."
"중국은 지금 북한이 러시아 쪽으로 자꾸만 가니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전략적 이해 관계 때문에 (북한을) 버리지 못한다. 그 심리를 아니까 (북한도) 중국에 더 이상 큰 거부감을 주기 싫어 한다. 사실 이 핵실험이라는 것이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 다 모두에게 다 불편하다. 금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얼마 전에도 말했듯이 김정은이랑 친하게 지내겠다고 하던데, (북한은 미국에) 부담 주기 싫을 거다."
"앞으로 (북한은) 일본도 끌어당기려고 하는데 자꾸만 부담을 줘서 계획하고 있던 게, 자꾸만 이렇게 희석되는 게 좋겠나. 내가 볼 때는 그런 의미에서 당장 핵실험이 임박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북한이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만반의 대비 태세는 갖추는 게 필요하다."
최수연 기자 newsy@ichannela.com
박수유 기자 aporia@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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