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그 잡채’ 한국형 AI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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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공지능(AI)은 과연 이 단어를 이해할까? AI 서비스 각각의 답변이 흥미롭다.
"그 잡채가 무슨 뜻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SK텔레콤의 AI 솔루션 '에이닷엑스(A.X)'는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말로,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강조하거나 감탄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고 답했다.
반면, 외국 기업 A사의 AI는 "한국어에서 '그'와 '잡채'를 합쳐서 말한 표현으로, '그'라는 곳에서 만든 특별한 잡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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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AI의 시대, 한국 테크 기업 총력
코리아 DNA 심은 AI 주권 확보 골든타임
데이터 주도권, 기술 주도권으로 이어져
네이버·SKT·LGU+·KT 혁신적 전환
#. 요즘 신조어 중 ‘그 잡채’라는 말이 있다. 기존에 쓰던 ‘그 자체’ 보다 상황이나 단어를 더 강조하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한다. “아름다움, 그 잡채(아름다움 그 자체)”, “이 식당, 맛집 그 잡채(이 식당, 맛집 그 자체)”처럼 말이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지면서 젊은 세대에선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단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은 과연 이 단어를 이해할까? AI 서비스 각각의 답변이 흥미롭다. “그 잡채가 무슨 뜻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SK텔레콤의 AI 솔루션 ‘에이닷엑스(A.X)’는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말로, 어떤 상황이나 대상을 강조하거나 감탄하는 의미로 사용됩니다”고 답했다. 비교적 정확한 답이다.
반면, 외국 기업 A사의 AI는 “한국어에서 ‘그’와 ‘잡채’를 합쳐서 말한 표현으로, ‘그’라는 곳에서 만든 특별한 잡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고 말했다. 각각의 단어를 풀어서 설명해주는 수준에 그친다.
SK텔레콤은 이는, 한국의 기술과 데이터가 중심이 된 ‘소버린 AI(AI 주권)’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한다. 한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의 문화까지 학습된 AI가 중심이 돼야 더 정확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세계 무대에서 데이터의 주도권이, 기술 주도권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소버린 AI’ 골든타임…토종 테크 기업 ‘총력전’=AI가 본격적으로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AI 주권을 확보해야 할 ‘골든타임’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국내 대표 테크 기업들은 ‘소버린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더 늦었다간 글로벌 경쟁에서 끝이다”는 절박함까지 담겨있다. 국내 기업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네이버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6월 헤럴드미디어그룹 주최로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에 “소수의 AI 모델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 모델들이 정해주는 답에 의해서, 모든 인류의 결정이 정해지는 세상을 상상해 본다면 무섭다”며 “다양한 AI가 존재해야만 각국의 문화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다”고 언급, 한국형 AI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각 지역의 문화적, 환경적 맥락을 이해하는 다양한 AI 모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8월 한국어에 특화된 LLM(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소버린 AI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 AI로, 한국어와 영어, 코딩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한 언어모델이다. 대부분의 학습 데이터가 영어로 구성돼 있는 Universal AI 모델과는 달리, 한국어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학습했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 법률·역사에 더 강력한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언어, 수학, 일반 상식 등 AI의 전반적인 능력을 ‘한국어’를 기준으로 평가한 한국판 AI 성능 평가 체계에서 오픈AI의 ‘GPT-3.5-터보’, 구글의 ‘제미나이 프로’보다 높은 종합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신’ 떼고 AI로 탈바꿈…기존 역량 쏟아부어= 국내 대표 테크 분야로 꼽혀왔던 통신업계 역시, AI 주권 확보를 통한 ‘AI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힘을 싣고 있다.
SKT는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텔코LLM’ 개발을 지난달에 완료했다. 통신업에서 쌓아온 역량을 집중해, 통신에 특화된 거대 AI다. 대한민국의 5G요금제명, 공시지원금 등 우리나라의 통신 전문 용어, AI 윤리가치와 같은 통신사 내부 지침을 학습 시킨 것이 특징이다.
텔코LLM은 에이닷엑스, 오픈AI의 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다양한 범용모델을 기반으로 파인튜닝(미세 조정)한 것으로, 통신사의 서비스나 상품, 멤버십 혜택, 고객 상담 패턴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학습시킨 특화된 LLM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학습해, 다른 범용 AI보다 자국의 언어, 신조어, 문화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는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ixi-GEN)’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에 초점을 맞췄다. LLM 대비 비교적 작은 파라미터 크기로 운영할 수 있어 모델 학습과 발생 비용 등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한 장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목표다.
빅테크 기술 활용과 자체 기술 개발 등 ‘투 트랙’의 전략을 선보이는 곳도 있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을 활용해 ‘소버린 클라우드’, ‘소버린 AI’를 개발한다. 한국형 AI·클라우드·IT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인 ‘AICT 컴퍼니(Company)’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자체 초거대 AI ‘믿:음’과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 등을 함께 활용하는 ‘멀티 LLM’ 전략을 기반으로 AI 역량을 다지고 있다.
박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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