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싸움 중…이스라엘-헤즈볼라 확전 위험 고조"

이창규 기자 2024. 7. 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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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성 도발과 발언 위험…"계산되지 않은 실수로 전면전"
헤즈볼라, 자국 내 영향력 고려…"체면 살릴 출구전략 필요"
레바논 남부지역에서 발사된 로켓들이 8일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상공에서 이스라엘 아이언 돔 방공망 시스템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남부 소재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간 국경을 넘나드는 포격전이 이어지며 전면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4.07.09 ⓒ AFP=뉴스1 ⓒ News1 이강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확전을 원하진 않지만 억제성 도발과 발언들이 오히려 전선을 확대하면서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경고했다.

NYT는 이날 서방·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공식적인 휴전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서로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휴전 협상에선 △레바논 남부 지역(이스라엘과 국경)에서 헤즈볼라 전투원 철수 △레바논 정규군 배치 △서쪽 국경 획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관계자들은 협상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협상이 시작되면 공식 휴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실과 난민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양측의 도발적인 공격과 발언 등으로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NYT는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레바논 공격 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최근 두 명의 헤즈볼라 지휘관을 사살했다. 또한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게임 규칙 변경을 결정할 순간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전면전이 벌어지면 헤즈볼라는 붕괴할 것이며 레바논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수백 발의 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이스라엘과의) 싸움이 확대되면 갈릴리(이스라엘 북부 지역) 침공도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는 최근 공개된 연설 영상에서도 "우리와의 전쟁을 생각하는 사람은 후회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아람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에 임하고 있는 레바논 헤즈볼라 전사들의 모습이다. 2023.05.21 ⓒ AFP=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분쟁은 초기엔 교전 지역이 국경 지역에 국한됐으나 9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은 국경 지역에서 북쪽으로 60마일(약 96km)에 대해 타격하고 있으며 헤즈볼라의 가장 깊숙한 타격은 이스라엘 내부 25마일(약 40km)에 이른다.

지난 20일엔 이스라엘이 예멘 친이란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과 헤즈볼라의 로켓에 대응해 후티 반군이 관할하는 항구도시 호데이다와 레바논 남부 아드룬의 헤즈볼라 탄약고를 공격하기도 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연구원은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실제로 해를 입히는 것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취약성 때문에 전면전을 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헤즈볼라에게 남은 것은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즈볼라가 레바논의 가장 강력한 정치 세력 중 하나인 만큼 (이스라엘과 전면전 시) 레바논 여론이 불필요하고 비참한 전쟁이라고 판단할 경우 자국에서 영향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NYT는 이스라엘이 자국민들에게 국경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냈다고 말하기 위해 레바논을 침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탄약과 부품 등이 부족해 대규모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레바논 정부와 유엔 평화유지군 간 연락 담당자였던 무니르 셰하데 장군은 "양측이 벼랑 끝에서 싸우고 있다"며 "계산되지 않은 실수는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마스 니데스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양측은 전면전 발생 시 자국에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전쟁이 오판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로를 억제하려다 오히려 의도와는 반대로 오판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를 지원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도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 간 분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보건 당국과 유엔에 따르면, 레바논에선 460여 명, 이스라엘에선 29명이 사망했다. 또한 레바논에선 약 10만 명, 이스라엘에선 약 6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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