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특구 1000개 난립… 지자체당 4.1개꼴

김호준 기자 2024. 7. 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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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눠주기식 특구 개편” 지적
‘지역특화발전특구’ 209개 등
무분별 지정에 행정비용 줄줄
지역전문가 82% “차별성 부족”
“유사특구 통·폐합해야” 목소리

지역경제 활성화와 기업투자 촉진 차원에서 정부가 지정하는 ‘특구’가 올해 전국적으로 100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난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수가 243곳임을 감안하면 한곳당 평균 4.1개의 특구를 두는 셈이다.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을 위한 통·폐합 등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눠주기식’ 특구 지정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는 데다가, 유사한 특구가 많아 과도한 행정비용이 지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8월 기준 특구 수는 전국 909개로 집계됐다. 지난 2월 ‘교육발전특구’ 31개가 시범지역으로 지정됐고, 현재 심의 중인 ‘기회발전특구’까지 지정되면 올 연말에 특구는 1000개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정하는 ‘지역특화발전특구’(209개)가 가장 많았다. 대규모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특정 지역에 조세나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외국인투자지역’(111개)이 뒤를 이었다. 이어 ‘국가혁신융복합단지’(59개)·‘관광특구’(40개)·‘농촌융복합산업지구’(37개) 등 순으로 많았다. 지역별로는 경기(115개)에 가장 많았고 경북(92개)·전남(85개)·강원(79개)·충남(75개) 등 순이었다.

문제는 같은 산업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특구가 무분별하게 추진되면서 기업 투자유치나 행정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의가 지역경제 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구제도 현황 및 개선방안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의 44%는 특구가 ‘잘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잘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전문가들은 8%에 불과했고, 나머지 48%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류승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구 제도가 복잡해 기업이 이를 파악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행정비용 등 전반적 관리 비용도 높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첨단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특구로 지정된 A 시의 경우 특정 산업의 집적도가 이미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특구 제도의 혜택을 십분 누리기 위해 산업을 인위적으로 세분화해 여러 개의 특구를 지정받았다. 한 산업이 쪼개져 입지가 좋지 않은 지역까지 분산되자 집적도가 낮아지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하나의 산업에 과도한 중복 지원을 받으면서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구 통·폐합과 차별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 답한 전문가 82%는 특구가 ‘차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사 특구 통·폐합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76%가 ‘통·폐합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나머지 20%는 ‘통·폐합보다는 특구별 차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특구에서 개선이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는 ‘유사 특구제도의 통·폐합’(88%)을 꼽았고 ‘기업 수요 맞춤형 특구제도 발굴’(42%), ‘세제특례 정비·확충’(40%) 등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하정석 산업연구원 지역균형발전센터 박사는 “유사 특구 제도를 간소화하고, 유기적으로 특구가 운영될 수 있도록 중앙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규제자유특구 제도개선을 위한 ‘지역특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실증 특례 및 임시허가 부결 시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해 기업에 대한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한 게 골자다.

한편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성과가 좋은 특구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인천경제자유구역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포항 규제자유특구 등이 꼽힌다. 이들 특구는 조성 목적이 달성되고 고유의 기능이 잘 자리 잡았으며 대표 산업이 명확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호준·박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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