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로 본 한국경제… ‘큰 파도’ 잘 넘어왔다[기고]

2024. 7. 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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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한국 경제의 지금 상황은 남의 눈으로 볼 때 나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한국이 2.6%, 유로존 0.7%, 일본 0.5%다.

그런데 한 달 전쯤 한국경제학회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지난 20년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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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메타인지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스스로를 관찰하는 정신 작용이다. 발달심리학에서 나온 용어라 교육과 관련해 학부모 사이에서 화제가 되더니 이제는 인공지능(AI)시대를 대비하는 핵심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를 남처럼 객관적으로 보고자 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입장에서 개념을 확장하자면 우리 경제에 대한 메타인지도 중요하다. 경제가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남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파악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 개인으로나 집단으로나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문화를 가졌다는 비판이 종종 나오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기보다 나은 성향이 아닌가 싶다.

한국 경제의 지금 상황은 남의 눈으로 볼 때 나쁘지 않다. 특히 유럽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한국이 2.6%, 유로존 0.7%, 일본 0.5%다. 요즘 ‘잘나가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6%이다. 심지어 1인당 국민소득도 작년에 일본을 역전했다. 이런 역사적인 발표에도 비교적 조용한 것은 국내 경기가 시원하게 풀린다는 느낌이 적기도 하고 우리가 그만큼 성숙해진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에 대한 열의가 예전만 못한 데에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한 달 전쯤 한국경제학회의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지난 20년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득으로 볼 때 하위의 근로자 소득이 상위보다 더 높은 비율로 상승한 데 기인한다. 이 연구에서 한국의 불평등 감소 폭은 캐나다,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컸다. 성장이 불평등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접을 근거다. 사실 지난 몇 년간은 물가가 더 문제였다. 다행히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상당히 안정됐고, 그 덕에 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슈퍼 선거의 해’라는 올해 큰 흔적을 남기고 있다. 압승이 예상됐던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3연임에 간신히 성공한 것이나 영국의 보수당이 14년 만에 노동당에 권력을 넘겨준 것 등도 인플레이션과 무관하지 않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일 때 유로존의 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1.5%까지 찍었다. 영국 11.1%, 미국 9.1%에 비해 한국은 6.3%였다.

한국은 물가를 잘 눌러놓은 셈인데, 최근 몇 개월 2%대로 안정된 물가상승률을 보면 큰 파도를 잘 넘어왔다. 앞으로 물가 걱정이 없을 거라는 뜻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게 되었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은 부작용도 우려스럽다. 물가 외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누적된 어려움이 있고 무엇보다 고금리에 국민들이 지쳐 있다. 그러나 최악은 지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문제는 더 경험 많고 지혜로워진 우리가 해결해 나갈 것이다. 암울한 정치가 경제까지 끌어내리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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