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여자친구 다섯명,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김영욱 2024. 7. 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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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쓰리게임즈, 영상·게임결합 FMV 미연시 출시
8만자 스토리·500개 클립으로 영화 같은 연출
내달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스팀서 선봬
이용자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 다른 장면이 연출된다. 루트쓰리게임즈 제공
출연진 5인. 루트쓰리게임즈 제공
인생2회차: 연애의 신. 루트쓰리게임즈 제공

"이별 후 후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피엔딩이 가능할까"

루트쓰리게임즈가 풀모션비디오게임(FMV) '인생 2회차:연애의 신'를 출시한다. 영상과 게임을 결합한 FMV는 1980년대 처음으로 등장했지만 비주류 장르였다.

최근에는 '실사형 FMV'와 상호소통 방식이 결합된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의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주목도가 늘고 있다.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대화방식의 상호적 요소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이용자 선택에 따라 연애 성공 유무가 결정되기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부터 인터렉티브 무비가 연애시뮬레이션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이용자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추리 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들이 다수 나왔다. 드라마로 유명한 '워킹데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신도불량탐정' 등이 대표적이다.

연애시뮬레이션에서 확장되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연애 게임하면 '2D', '미소녀'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2020년 얼리엑세스로 출시된 '모태솔로'가 화제되면서 인터렉티브 무비 연애 게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태솔로'는 주인공 강기모가 김유미와의 소개팅을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으로 이용자 선택에 따라 7가지의 엔딩과 숨겨진 엔딩을 만날 수 있다.

시장성은 중국 게임사가 입증했다. 2023년 10월 출시된 중국 게임사 'intiny'가 개발한 '젠장! 미녀들한테 포위당했어!'는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250만장 이상 판매됐다. 총 매출은 27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용자 평가와 리뷰도 매우 긍정적이다. 차기작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량, 리뷰, 차기작 등은 게임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걸 방증한다.

◇진짜 연애하는 것처럼...1인칭 시점, 다양한 선택지 준비

루트쓰리게임즈는 '인생2회차: 연애의 신'을 실제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1인칭'으로 연출했다. 모태솔로를 비롯한 국내 게임은 3인칭으로 내 선택으로 주인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재미'였다면, '인생 2회차:연애의 신'은 1인칭으로 몰입감을 선사하고 이용자가 여주인공과 '교감하는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젠장! 미녀들한테 포위당했어!'도 1인칭이다.

게임 개발사는 최근 '나는솔로' 등 다양한 연애 매칭 프로그램의 높은 관심이 인터렉티브 게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타깃층이 국내외 MZ세대 남성 이용자인데 이들이 연애 프로그램에 익숙해졌고, 유튜브 등을 통해 노출하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영화 같은 게임'을 강조했다. '인생 2회차:연애의 신'은 8만자 수준의 스토리 분량, 400~500개의 클립 영상을 갖춰 총 플레이타임이 6시간 이상이다. 영화 같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영화, 드라마 못지 않는 수준의 장비도 갖춰 촬영했다. 오는 8월 스마일게이트 스토브 인디와 스팀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인생 2회차:연애의 신'은 '내가 아직 전 연인과 연애 중이라면 어떨까'라는 한번쯤 해봤을 상상을 게임 스토리로 만들어냈다. 연애와 취업에 실패한 주인공 준호(33세)가 인생을 절망하던 도중 10년 전으로 돌아가 20대 때 실패했던 5명의 여자와 다시 연애를 하는 스토리다. 2회차인 만큼 1회차 때의 실패를 경험삼아 연애를 해나간다.

5명의 여주인공은 '이루나', '한유리', '정하나', '라희', '윤이소' 등으로 각자 준호와 만난 장소와 캐릭터성이 다르다. '이루나'는 대학 동기, '한유리'는 동네친구, '정하나'는 직장 동료, '라희'는 모델, '윤이소'는 스타트업 대표 등이다. 이용자는 한 게임에서 다양한 유형의 여자친구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루트쓰리게임즈는 여주인공의 캐릭터성을 매우 디테일하게 만들었다. 별자리, MBTI, 혈액형, 취미 등을 구체적으로 만들었고 컨셉과 강점이 겹치지 않게 했다. 예를 들어 이루나는 청순, 한유리는 귀여움, 정하나는 안정감, 라희는 섹시, 윤이소는 세련됨을 강조했다. 이용자의 선호도에 따라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배우 인터뷰…"색다른 장르에 도전"

루트쓰리게임즈에 따르면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일부 배역은 캐릭터에 부합하는 인원을 뽑기 위해 수 차례 오디션을 열었다고 한다.

출연진 5인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선택지에 따라 결과가 바뀐다는 것이 되게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합류 이유를 밝혔다.

'인생2회차: 연애의 신'은 1인칭 시점 플레이를 제공하는 데다 이용자가 선택지를 고르는 동안 게임이 멈추지 않아 여주인공이 이를 기다리는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출연진은 기존 영상 콘텐츠와 달리 카메라를 바라보고 연기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지은 배우(이루나역)는 "상대방의 눈이나 표정을 보고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를 보고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처음엔 어려웠지만, 캐릭터에 녹아들고 촬영을 진행할수록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김유림 배우(윤소이역)는 "장면이 끝났는데 상대 배우와 10초 동안 눈을 맞추고 기다리는 것도 어려운데 카메라라 더욱 어려웠다"며 "초반에는 카메라 뒤에 서 있는 배우를 보고 연기를 하다가 카메라를 사람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게 해결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최시은 배우(정하나역)는 "카메라가 너무 눈 앞에 있어 얼굴이 어떻게 나올지를 많이 신경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나의 흐름만 존재하는 영상과 달리 이 게임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과정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선택지마다 다른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정아윤 배우(라희역)는 "장면이 다 달라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장면을 다 이해하고 따라가다 보니 준비 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한서인 배우(한유리역)는 "선택지가 정말 많이 나뉘었다. 똑같은 장면인데 음식, 음료, 춤, 심지어 요리 재료 등에 따라 달라져 '지금 뭘 들고 찍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답했다.

인터뷰 이전 플레이해본 데모 버전에서는 챕터1와 챕터 2의 일부분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윤소이가 챕터 1·2에 모두 등장하는 데 챕터 1은 30대, 챕터 2에선 20대로 등장한다. 김유림 배우는 "윤소이는 겉으론 당당하지만 서사가 많은 34살의 이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24살의 이소는 더 융통성이 없는 캐릭터였다. 거의 대사도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인데도 더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게임 초반의 주인공 집은 쓰레기장에 가까울 정도로 어질러져 있다. 회귀 하기 전 주인공 준호가 자포자기한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미술팀이 촬영 전날에 몇 시간 동안 세팅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한서인 배우는 "같은 장소에서 촬영을 해야 해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 청소하고 방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촬영 일정이 딜레이 됐고, 다음날 12시가 돼서야 촬영할 수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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