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배구 중계권까지 먹으면 드리울 그림자 [視리즈]
돈 없으면 못 보는 시대의 유감➌
스포츠 팬 OTT 필수 구독 시대
야구, 농구, 축구 중계권 넘어가
배구도 거머쥐는 것 시간 문제
‘고정 이용자’ 확보하는 OTT와
젊은층 유입하는 리그 윈윈 전략
보편적 시청권 문제 매듭 지어야
# 스포츠 팬이라면 이제 OTT를 필수로 구독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국내에선 축구와 야구, 농구의 중계권을 OTT가 따냈습니다. 언뜻 보면, OTT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끌어들이고 스포츠 산업은 높은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인 듯합니다.
# 하지만 짙은 그림자도 공존합니다. 스포츠를 보고 싶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보지 못하는 시청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 논란입니다.
OTT 플랫폼 티빙 운영사인 CJ ENM이 한국프로야구(KBO) 디지털 중계권을 독점한 데 이어 한국프로농구(KBL) 중계권까지 확보했습니다. CJ ENM은 오는 10월 개막하는 새 시즌부터 앞으로 4년간 방송 채널 tvN 스포츠와 티빙에서 KBL 경기를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역시 OTT 플랫폼인 쿠팡플레이가 K리그 전경기의 독점 중계권(2025년까지)을 따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대 스포츠 중 배구를 제외한 야구ㆍ농구ㆍ축구의 중계권이 OTT로 넘어간 셈입니다.
그렇다면 OTT 플랫폼이 스포츠 중계권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포츠 경기는 고정 팬덤을 보유하고 있어서 중계권만 확보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청자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KBO리그를 중계하는 티빙의 경우 일주일에 6번, 하루에 5경기를 중계하는 동안 이용자가 유지됩니다. 그러면 티빙으로선 도랑 치고 가재도 잡을 수 있습니다. 야구를 보려고 결제한 이용자들이 다른 콘텐츠도 시청하면서 티빙에 유입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죠.
티빙의 성장은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지난 4월 706만명, 5월 731만명, 6월 740만명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야구가 '국민 스포츠'라서 그런 건 아닙니다. 이번엔 쿠팡플레이의 사례를 볼까요? 쿠팡플레이는 K리그, 포뮬러1(F1), 스페인 프로축구, NFL(미국 내셔널풋볼 리그) 등 스포츠 콘텐츠의 독점 중계를 통해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결과, 쿠팡플레이의 MAU는 지난해 6월 531만명에서 올해 6월 663만명으로 24.9% 늘어났습니다.
OTT가 스포츠 중계로 보폭을 넓히면서 스포츠 산업계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티빙과 계약을 맺은 KBO는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OTT 중계시대가 열린 후 젊은층이 유입된 걸 가장 큰 성과로 봅니다. KBO 관계자는 "티빙과 계약 후 팬들이 유튜브ㆍ인스타 등에 야구 영상을 올리는 제약이 사라졌다"면서 "젊은 팬들이 SNS에서 영상을 즐기는 것이 야구 흥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팡플레이의 '쿠플픽'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쿠플픽은 쿠팡플레이가 자체 기획ㆍ제작해 송출하는 오리지널 스포츠 콘텐츠입니다.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활용해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고 게스트를 출연시키는 등 예능적인 볼거리도 가미했죠.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차별화한 스포츠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요?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프로축구연맹은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너무 고마운 파트너"라며 쿠팡플레이에 감사상을 전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 중계권을 거머쥔 OTT의 활약상은 두드러지지만 그림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 행사를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방송법 제2조 제25호).
곽규태 순천향대(글로벌문화산업학) 교수는 "방송사와 OTT 사업자 간의 스포츠 중계권 경쟁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유료 가입을 통해서만 인기 스포츠를 보는 환경에 놓인다면 경제적 약자 소외, 이용요금 상승 등 사회적 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4대 스포츠 중계권 중 OTT가 확보하지 못한 건 배구뿐입니다. 업계에선 배구 중계권 역시 OTT 중 한곳이 거머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다른 스포츠의 중계권이 OTT로 넘어오는 건 시간문제'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문제를 지금 매듭짓지 못한다면, 시장 논리에 밀려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스포츠를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이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OTT 역시 합리적인 변화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강덕모 세종대 산업대학원(스포츠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디어 소비 구조가 변화하며 스포츠도 자연히 OTT로 넘어온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OTT로 보는 게 당연해진 것처럼 스포츠도 OTT로 보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OTT 역시 더 합리적인 요금제로 스포츠 팬덤을 끌어들여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hongsa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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