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 얽힌 '온누리상품권'…국회는 사용처 확대 재추진

이정후 기자 2024. 7.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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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어디로下] 여야, 사용처 확대 법안 발의
전통시장단체, 온누리상품권 사용 감소 우려에 반대 의사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의 한 상점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임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여야가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를 농수산물도매시장과 백년소상공인 점포로 확대하는 법안을 재추진한다. 지난 21대 국회 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가 재발의된 두 법안은 온누리상품권의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두 법안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 사업을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및 이해관계 당사자인 전통시장 상인단체와의 의견 조율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 확대는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달 8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 때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가 폐기된 법안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중기부 소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 골목형 상점가 등 등록 가맹점에서만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다.

지류·충전식 카드형·모바일 등 3가지 종류로 발행되는 온누리상품권은 발행 방식에 따라 최대 10% 할인 판매한다. 소비자 구매 유인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매출 증가에 도움을 준다.

반면 농수산물도매시장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담당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시장 개설 권한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근거 법이 달라 온누리상품권은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시장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온누리상품권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골목형 상점가를 적용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해 농수산물도매시장 일부 구역에서도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골목형 상점가 확대에 힘을 쓰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1층 소매 구역 및 2층 식당가와 가락시장 내 가락몰이 대표적이다.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전통시장 "사용처 확대 법안 반대…원래 법 목적과 달라"

임미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자체의 조례 변경 없이도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중기부와 전통시장 상인단체는 이에 대해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한 일부 구역이 아닌 농수산물도매시장 전체를 가맹점으로 지정할 경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시장 상인단체인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온누리상품권을 적용하자는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도매시장과 전통시장은 규모 자체가 다른데 온누리상품권 유통이 가능해진다면 지금도 어려운 전통시장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사용처에 백년소상공인을 추가하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21대 국회에 이어 재발의했다.

중기부가 인증하는 백년가게와 백년소공인은 각각 1369곳, 956곳으로 전국에 총 2325곳이 있다. 그중 200여 곳만 전통시장에 위치해 있다 보니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할 수 없는 상인들 사이에서 적용 확대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이에 관련 법안을 지난 국회 때 준비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 상인단체 측의 반발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쓰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소상공인·전통시장 협·단체 현장간담회를 위해 서울 용산용문시장을 찾아 전을 구입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사용률 늘리긴 해야 하는데…고심 깊은 중기부 반면 중기부는 온누리상품권의 사용률을 높여야 하는 입장이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집계된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은 1조 8464억 원이다. 올해 목표치인 5조 원의 37%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중기부는 사용처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온누리상품권의 도입 취지와 더불어 예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10% 할인해 제공하는 온누리상품권의 할인보전금을 중기부 예산에서 전부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중기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 자료'에 따르면 5조 원 규모의 발행 목표 중 할인보전금으로 책정된 예산은 2800억 원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등으로 사용처를 늘려 온누리상품권의 발행 금액이 늘어난다면 중기부의 할인보전금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의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용 목적은 전통시장과 다르다"며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닌데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적용한다고 해서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이 쏠린다는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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