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붙은 정기선 부회장, HD현대 신바람…승계도 정공법?
STX중공업 인수로 선박 '풀 밸류체인' 구축...'방산 맞수' 한화와 경쟁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정기선 부회장이 이끄는 HD현대가 STX중공업을 인수하며 선박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등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성과를 내며 그룹 안팎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주까지 지속적으로 매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HD현대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주식 35.05%(인수대금 813억원)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3년 시정조치(선박용 엔진 부품 공급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가 조건이다.
HD현대는 STX중공업(변경 후 사명 HD현대마린엔진)을 인수하면서 선박 엔진 부품, 건조, 개조 등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HSD엔진을 인수해 한화엔진으로 재탄생시키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는 한화와 엔진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인수 핵심이 선박용 엔진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CS)에 대한 사실상 독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TX중공업 자회사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는 선박용 엔진 핵심 부품인 CS를 생산하고 있다. 인수 이후 HD현대 CS 시장점유율은 61%에서 73%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로서는 난감해질 전망이다. 한화엔진은 CS 물량 80%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20%를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에서 공급받는다. 엔진 핵심 부품 20%를 경쟁 업체인 HD현대에게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공정위는 3년 시정조치를 걸어 놓은 상황이다.
HD현대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웃돈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7월 후반부인 시점에서 이미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상황이다. 일부 업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각 계열사도 준수한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HD현대와 한국조선해양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경영 행보에 나선 정 부회장은 여러 성과를 내놓으며 그룹 안팎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자사주를 연이어 매입한 것은 승계 작업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KCC가 보유한 HD현대 지분 5.1%를 사들인 뒤, 지난 5월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3~17일 HD현대 주식 14만2537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이 6.12%로 올랐다.
그룹 승계에 핵심인 HD현대 지분율을 확보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행보라는 평가가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알렸다. 다만 아직 권오갑 회장과 쌍두마차 체제인 상황이다.
확보한 지분으로 받는 배당금을 예측되는 막대한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다만 정 부회장 지분율이 현재로서는 6%대에 불과한 만큼 배당금을 향후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하고자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지분을 연이어 매입하기 시작한 지난 5월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구 현대글로벌서비스) 유가증권시장 상장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당시 HD현대마린솔루션이 분리 상장되면서 '지주사 저평가' 우려가 나왔다. 이에 책임경영 일환으로 매입했다는 의견이 있다.
한편으로는 경영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안팎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화와의 '방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 매입을 승계랑 관련이 있다, 없다고 당장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향후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할 것 같다"며 "현재는 경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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