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밀경호국장 “트럼프 피격, 수십 년간 가장 중대한 실패”
“책임을 받아들인다” 인정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경호 실패 논란에 휩싸인 미 비밀경호국 수장이 22일(현지시간) 해당 사건이 “지난 수십년 사이 가장 중대한 작전 실패”였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 의혹에는 답을 하지 않았고, 양당에서 일제히 제기한 사퇴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킴벌리 치틀 비밀경호국장은 이날 부실 경호 의혹을 조사하는 하원 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극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비밀경호국이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현장에서 총격이 벌어지기 약 20분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총격범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지붕 위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때 크룩스가 사격에 사용하는 거리 측정기를 소지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긴 했지만, 실제 위협이 될 거라는 보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치틀 국장은 “경찰 등 법 집행 기관들과의 통신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치틀 국장은 대부분 질문에 답변을 회피해 의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특히 그는 총격범이 있던 옥상에 경호원이 배치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다수 목격자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경호국의 조치가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등 핵심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치틀 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부 조사는 60일 안에 완료될 예정이며, 경호국을 감시하는 국토안보부의 감찰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일제히 치틀 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요구는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고 미 언론들은 짚었다. 민주당 소속 로 카나(캘리포니아) 의원은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이뤄진 상황에서 경호국을 계속 이끌 수는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치틀 국장은 “내가 비밀경호국을 이끌 최선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거부했다. 대신 재발 방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겠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면밀히 조사해 시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크룩스가 쏜 총에 맞아 오른쪽 귀를 다쳤다. 크룩스는 현장에서 비밀경호국 요원에 의해 사살됐지만 경호 인력의 규모와 배치, 사후 대처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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