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도 맘마를 먹고 자유를 되찾을래!"

전아름 기자 2024. 7. 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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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앉아 수박을 자르고 있었다.

8살 아들이 옆에 앉아 수박을 먹으며 문득 내게 이렇게 물었다.

마음을 맘마로 알아들은 게 참 귀여운데, 그 뒤에 따라온 '자유를 되찾겠다'는 말이 가슴에 턱 걸렸다.

정말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 질문 덕에 아이의 자유와 어른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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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하는 질문이 좋아서] 맘마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게 어른이라면..!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엄마! 나도 맘마를 먹고 자유를 되찾을래!" ⓒ베이비뉴스

식탁에 앉아 수박을 자르고 있었다. 8살 아들이 옆에 앉아 수박을 먹으며 문득 내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어른이 되면 뭘 할 수 있어?"

수박썰기에 심취했던 나는 깊게 고민 안하고 "응~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지"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맘마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그럼 나도 맘마를 먹고 자유를 되찾을래!"

마음을 맘마로 알아들은 게 참 귀여운데, 그 뒤에 따라온 '자유를 되찾겠다'는 말이 가슴에 턱 걸렸다. 안그래도 초등학교에 입학해선 '놀이'와 '자유'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녀석인데, 어떤 자유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무슨 자유를 되찾고 싶어?"

"하고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뭘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공부도 안하구~ 닌텐도도 실컷하구~"

"그게 자유야?"

"응~"

그 말 듣고 살짝 억울했다. 누가 들으면 엄마가 극성이라 공부 엄청 시킨다고 생각할 것 아냐. 해봤자 산수 문제 좀 풀고, 책 읽고, 일기쓰기가 전부인데... 닌텐도 게임도 집에 돌아와서 꼭 1시간씩은 하면서 뭐가 그렇게 자유를 억압당했다고 생각한 거냐! 라고 나름의 항변을 할까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너 수박화채 직접 만들어보고 싶댔지."

"응."

"만들어 봐."

수박 자르던 칼을 애 손에 쥐여주고 해 보라고 하니 할 줄 몰라 당황해했다.

"수박화채 만들려면 과일 써는 법 부터 배워야되고, 과일 써는 걸 배우려면 칼을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법을 배워야 돼. 근데 OO이는 이걸 알려주면 잔소리라고 생각하고 귀찮아하잖아."

"..."

"어른이 돼서 정말 자유로워지려면 나를 자유롭게 해 줄 방법을 배워야 해.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거, 엄마아빠가 가르쳐 주는 거,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건 사실 네가 앞으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배우는 거야. 알겠지?"

"응 알겠어~"

정말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 질문 덕에 아이의 자유와 어른의 자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어린이의 자유란 무엇인가. 어른의 자유란 무엇인가. 우리가 빼앗긴 건 무엇이고, 되찾아야 할 건 무엇인가.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방법을 배우는 일을 억압이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오늘도 아이의 말 한 마디에 일평생 가져 갈 질문이 늘어났다. 아이가 하는 질문은 언제나 '대충' '그렇다고 쳐' '퉁 쳐' 살아왔던 삶의 한 부분을 진지하고 깊게 일깨우는 마법이 있다.

그나저나 오늘 내가 한 답은 좋은 답이었을까? 

*전아름은 베이비뉴스 취재기자로 8살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들 쌍둥이라고 하면 다들 힘들었겠다고 놀라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매 순간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놀랄만한 질문을 자주 던져서 사춘기가 오기 전에 기록하고자 '애가 하는 질문이 좋아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가끔 자는 시간 아껴서 단행본을 만드는 고스트라이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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