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동화로 돌아온 ‘완판 작가’ 우국원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7. 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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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머리처럼 나뭇가지가 우거진 깊은 숲속에 모닥불이 타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주로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는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배경을 따온 호쿠사이 시리즈, 월든 시리즈, 삐삐 시리즈, 생명의 나무 시리즈, 공주 시리즈 등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스타워즈, 디즈니 만화, 성경 등을 자유롭게 인용하는 작가는 작품 속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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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컨템포러리 우국원 개인전
스타워즈·성경·디즈니 소재로
딸위해 그린 신작 대거 선보여
Walden [탕컨템포러리아트]
마녀의 머리처럼 나뭇가지가 우거진 깊은 숲속에 모닥불이 타고 있다. 솥에서 끓고 있는 건 놀랍게도 천진난만한 표정의 디즈니 만화 주인공이다. 밤비, 바니, 아기돼지 3형제다. 심지어 두 마리만 묶인 아기 돼지들은 이미 형제를 잃었다. 겉으로 보면 동화 같지만, 이야기는 잔혹하기 그지없는 이 그림은 ‘월든’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숲속의 삶을 그린 소설을 그림으로 옮긴 4부작 그림이다. 대중문화 속 가장 상업적인 캐릭터와의 절연을 통해 세속과의 단절의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경매시장에서 나오기만 하면 신기록을 찍는 ‘완판 작가’ 우국원이 3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 ‘나의 우주’를 연다. 서울 청담동 탕컨템포러리아트에서 8월 24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개막전부터 그간 우국원의 신작에 목말랐던 국내 큰 손들 사이에서 개막전부터 쟁탈전이 벌어졌다. 해외 고객을 위한 물량이 있다 보니 기존 고객들도 작품을 사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주로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는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배경을 따온 호쿠사이 시리즈, 월든 시리즈, 삐삐 시리즈, 생명의 나무 시리즈, 공주 시리즈 등 신작을 대거 선보인다. 한동희 팀장은 “3년 전에는 작가가 아버지를 위한 전시를 꾸몄다면, 이번에는 온전히 딸을 위한 전시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세 살배기 딸의 육아에 진심인 작가는 딸의 이름 ‘우주’를 제목에 그대로 가져오고 딸을 위한 그림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곰과 어린 소녀가 함께 그려진 신작은 자신과 딸을 그려 넣고 “아빠가 네 우산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적어 넣었다.

50호에서 200호 크기 신작을 보면 두 가지에서 달라졌다. 직물처럼 수를 놓는 마티에르로 유명한 작가는 이번엔 더 대담해졌다. 한 통을 다 쓴 게 아닌가 싶을만큼 물감을 두텁게 발라 입체감이 확연히 커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가령 장미꽃 수천송이를 그려 넣은 ‘나이팅게일’은 장미꽃 송이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느껴진다.

스타워즈, 디즈니 만화, 성경 등을 자유롭게 인용하는 작가는 작품 속 이야기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가령 고래 뱃속에 들어간 성경 욥기의 요나 이야기를 그리거나, ‘겨울왕국’의 엘사·‘알라딘’의 자스민 등 공주 이야기도 비틀어서 들려주며 잔혹한 현실에 대한 은유를 숨기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왕국인 한국의 어른도 아이도 좋아할 신작이 많다. 한 팀장은 “호쿠사이를 소재로 삼은 것도 동서양의 교류를 대표하는 그림이라는 점이 주효했다. 작가는 예술로 동서양, 세대간의 차이를 허무는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컸다”라고 설명했다.

Lake of Galilee [탕컨템포러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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