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년 걸렸다…인간 지능의 탄생
(23) 지능의 하드웨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유베날리스(55~140)
인류가 문명을 탄생시킨 것은 고등 지능 덕분이다. 정신과 육체의 관계는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지는 철학자들의 단골 메뉴다. 스스로를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으로 정신을 꼽았다. 그리고 정신, 생각, 사고, 지성 등으로 인간의 지능을 특별하게 여겼다. 또한 이성은 두뇌에 깃들어 있고 감정은 심장에 깃들어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이성과 감정을 포함한 모든 정신의 총합을 발현시키는 장기가 두뇌라는 것이 규명된 것은 불과 백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두뇌는 정신이 발현되는 생물학적 하드웨어이며, 고등 지능이 발현되는 인간의 두뇌도 기본적 구조는 동일하다. 대신 인간의 지능은 문명의 울타리에서 오랜 양육을 통해 복잡하고 정교한 신경망 회로를 형성할 수 있는 후천적 지능 발달의 잠재력이 크다.
식물은 처음 씨가 떨어진 자리가 숙명이지만, 동물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운명을 만들어간다. 자유의지의 가장 기본은 환경 인식에 의한 행동의 판단이며,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세포에 의해 구현된다. 원시적 동물도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사이에서 신호를 종합해서 처리하는 두뇌에 해당하는 신경뭉치가 있다. 고등동물에서는 신경계도 분화가 되어 있다. 정교한 감각 기관에서 입력을 받아들이는 감각신경계, 빠르고 강력한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계, 그리고 신호의 입력과 출력을 통합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하는 두뇌가 연결되어 있다. 감각 신경과 운동 신경은 온몸의 말단에 연결되어 있어 말초신경계라 하며, 척수와 두뇌로 구성되는 중추신경계와 구분 한다. 중추신경계는 동물의 생존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 기관이기 때문에 두개골과 척추라는 단단한 뼈에 의해 보호가 된다. 또한 치밀한 막을 가득채운 뇌척수액 사이에 떠있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물의 유전자는 과거 지나온 진화 과정이 기록되어 있는 역사책이다. 그리고 승자만 기록되는 문명의 역사와 동일하게, 진화에서 살아남은 현존하는 생물의 역사만 남아 있다. 다세포 동물은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해 계속 분열을 하며 특정한 기능을 가진 세포가 정해진 위치에 자리를 잡아간다. 이 발생(development) 과정이 끝나면 형태가 완성되고, 이후는 덩치가 커지는 성장(growth)이 주로 일어난다. 찰흙 조소에 비유하면 세포 분열은 찰흙의 양을 늘리는 것이고, 발생은 찰흙을 주물러가며 모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때 찰흙을 주물러가며 모양을 만드는 설계도가 동물의 ‘호메오박스’라는 특별한 유전자에 들어 있다. 이 설계도에 따라 발생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각 세포가 자기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의 중심원리 때문에 유전자는 한번 기록되면 수정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7억년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동물의 굵직한 형태의 변화가 발생과정에서 재현되는, 이보디보(Evo-Devo: evolutionary development) 현상이 나타난다.
수억년 진화를 압축한 발생 과정
소화관을 지닌 좌우대칭 구조의 최초의 동물 형태부터 시작해,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의 특징적 형태가 형성되었다 변형되면서 점차 사람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반쪽 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완전한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이 된다. 만능 줄기세포인 수정란은 발생 초기에는 빠르게 분열만 한다. 모양을 만들려면 일단 재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주머니가 생기면서 인체의 내부, 중간, 외부가 되는 구역이 나누어진다. 이 구조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경우에만 자궁의 내막에 붙는 착상이 일어난다. 사람의 경우 임신과 육아에 엄청난 에너지가 투여되기 때문에, 최소의 기본구조를 형성하지 못하는 유전자 이상은 발생 초기에 걸러내는 것이다.
착상 이후에는 태반을 통해 엄마에게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아 본격적인 발생을 시작한다. 착상이 일어날 때 모습이 신체 중심관을 가진 좌우대칭 형태다. 각 구획의 세포들은 계속 분열과 분화를 해서 중요 장기를 형성한다. 내부 구획은 위장관 내부와 간, 췌장 등 소화액을 분비하는 장기를 만들고, 가장 마지막에 양서류부터 진화된 허파가 될 부레의 형태를 만든다. 중간 구획은 혈액을 순환시키는 혈관과 심장, 혈액 조성을 유지하는 신장 등 내부의 환경을 유지하는 장기와, 사지의 뼈와 근육을 만들기 시작한다. 외부 구획은 피부와 두뇌와 척수를 만든다.
인체에서 단단한 뼈에 의해 소중하게 보호되는 신경계가 피부와 같은 위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좀 이상할 것이다. 이는 초기 동물 진화에서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피부에서 신경계의 진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등쪽 표면이 둥글게 말려들어가 긴 막대기 형태의 신경관이 형성된다. 뼈와 근육은 사지의 형태를 잡아가고 신경과 혈관이 따라가면서 말초가 생성된다. 이렇게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의 연결이 계속 이어지며 감각기관과 근육에 연결된다. 이렇게 발생이 시작되고 3주면 눈코귀가, 4주면 심장과 간과 척수가, 7주면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렇게 3개월이 지나면 비로소 태아의 형태가 완성되고, 이후는 주로 크기가 커지는 성장이 일어난다. 이처럼 임신 초기 3개월은 과거 7억년의 진화 과정을 반복하며 수정란이 사람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그만큼 잘못될 위험도 커서, 이 시기에 20%에 가까운 확률로 유산이 일어난다.
뇌 영역은 진화 단계별로 나뉜다
감각기관의 진화를 통해 외부의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동물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 따라서 정교한 감각 기관과 정보를 처리하는 두뇌가 더 뛰어난 종이 진화 게임에서 계속 살아남아 왔다. 호메오박스에 따라 순서대로 발생되는 두뇌에는 파충류영역, 포유류영역, 영장류영역으로 구분되는 해부학적 구획이 존재한다.
파충류 영역은 처음 바다에서 등장한 동물이 육상으로 올라와 적응하기까지 진화된 구역으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육상에서 몸의 중심을 잡고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근육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소뇌와 체내의 일정 환경을 유지하는 뇌간 등이 포함된다. 포유류 영역은 편도체, 해마, 변연계 등으로 감정과 기억의 통합을 수행한다. 공룡을 피해 다녀야 했던 포유류는 공포와 다양한 감정을 통제하는 변연계가 진화하였다.
영장류 영역은 두뇌의 가장 바깥 쭈글쭈글한 대뇌 피질로 고등 지능이 발현되는 영역이다. 원숭이 새끼가 나무를 타는 걸 학습하기 위해서는 시각, 두뇌, 팔의 협동 능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나무 위를 자유롭게 오가기 위해 행동에 대한 예측 능력이 필요하다. 간단해 보이는 나무 타기도 목표 지점으로 가려면 놓여 있는 가지들을 잡는 순서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안전한 나무 위는 새끼들이 충분한 학습 기간을 가지도록 해주었으며, 에너지원인 당이 풍부한 열매는 두뇌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주었다. 이런 환경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개체가 생식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게 만들었다. 이는 지능이 진화의 방향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런 지능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된 영장류 영역이 대뇌의 가장 바깥에 있는 피질이다. 이들은 진화가 일어난 영역에 대한 개념적 분류며, 도마뱀이라고 파충류 영역만 있는 것은 아니고, 원시적 대뇌 피질 역시 가지고 있다.
두뇌의 영역별 기능을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동작, 행동, 행위의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물은 근육을 조절해 동작을 수행한다. 그리고 여러 동작이 연속되어 행동이 되고, 행동이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 행위가 된다. 인형극에서 꼭두각시의 움직임을 예로 들어 보자. 꼭두각시는 인형사가 관절에 연결된 실을 조정해 동작한다. 팔을 굽히고,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은 인형사가 실을 당겨 구현하는 각각의 동작이다. 두 동작을 동시에 수행하면 팔을 굽히면서 들어 올리는 행동이 된다. 그리고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면 의도와 목적을 가진 먹는 행위가 된다.
동작과 행동은 소뇌와 척수에서 담당한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어느 근육을 어느 정도 강도로 수축을 시켜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일일이 조절하지 않는다. 기본적 행위를 위한 동작은 의식의 개입 없이 소뇌와 척수의 신경 회로에 의해 자동으로 수행된다. 이런 신경 회로들은 태어나고 나서 몸을 움직이는 반복 연습을 통해 형성된다. 아이가 태어나 걷기 위해서는 수없이 넘어지며 연습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지의 근육과 감각신경, 중추신경, 그리고 운동신경의 회로가 계속 연결되고 다듬어진다. 운동선수는 이런 행동 조절 회로의 중심인 소뇌가 발달되어 있다. 대뇌는 소뇌와 연결되어 목적을 가진 행동, 즉 행위를 하게 만든다. 동물의 행위는 주변 환경 정보를 받아들여,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행동을 할지 말지에 대한 판단을 한 뒤 이루어진다. 사람의 행위의 경우는 행동은 명확하지만 의도는 알기 어렵다.
사람 뇌 속의 파충류-포유류-영장류 영역
사람의 두뇌 역시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호메오박스에 기록된 순서대로 중심에서 바깥으로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 영역이 발생이 되면서 쌓여나간다.
세가지 영역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근육을 움직이는데, 수행하는 기능의 중요도에 따라 행동의 결정권을 가진 부위가 다르다. 가장 중요한 생명 유지에 필요한 심장 박동, 혈관수축, 동공확대, 소화운동, 호흡조절 등은 파충류 영역에서 수행한다. 이런 조절은 지능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수행되기 때문에, 이 신경 회로를 자율 신경계라고 한다. 하지만 파충류 영역은 이를 둘러싼 포유류 영역과 연결되어 있어 영향을 받는다. 포유류 영역의 특징은 감정의 통합 조절이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뛰고, 배는 아프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감정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공포에 의해서는 통제권이 포유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간다. 이는 포유류가 분기되어 진화할 당시 공룡이 나타나면 빨리 도망가야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영장류 영역은 포유류 영역을 둘러싸고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공포 상황이 발생하면 위험을 평가하는 추론 기능이 촉발된다. 영장류 영역이 진짜 위험으로 판단하면 도망가고, 아니면 포유류 영역의 공포 경보를 해제시킨다. 이는 땅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나무 위에서 살면서 진화된 능력이다. 개나 고양이가 놀래면 도망부터 가지만, 원숭이가 놀라면 흠칫했다 금방 다시 건들거리는 것이 영장류 영역의 빠른 판단 기능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영장류 영역은 파충류 영역과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율신경을 통제할 수는 없다. 심장 박동이나 위장관 운동을 직접 조절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생명 유지 기능은 호흡이 유일하다. 다른 생명유지 기능은 양서류가 땅으로 올라오기 이전에 완성되었지만, 호흡 기능은 파충류를 거치며 진화가 되었기 때문에 영장류 영역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사람의 유인원 영역도 여전히 포유류 영역의 지배를 받기에 병적인 상황이 아니면 감정에서 완전히 독립된 이성적 사고는 불가능하다. 감정과 이성의 조절이 잘 안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공황 장애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고등 지능이 발현되는 대뇌는 포유류 영역의 바깥에 자리잡고 있다. 인간의 경우 대뇌가 전체 뇌의 80%를 차지하며, 특히 대뇌의 껍질에 해당하는 신피질에서 기억, 추론, 언어, 학습, 각성, 감각 통합 등의 고등 지능이 수행된다. 신피질의 연합 뉴런들은 6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뉴런들이 시냅스를 이루면서 각층에 연결된다. 이런 연결 구조 때문에 이성이 감정을 억제하기도 하지만,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강력한 동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신피질에서 이루어지는 연결회로가 많아질수록 공간이 부족해 쭈글쭈글해지며 주름이 생기게 된다. 피부는 팽팽할수록 좋지만 신피질은 쪼글쪼글할수록 좋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영역이 왜 좁아터진 표면에 위험하게 자리 잡고 있을까? 이유는 생명의 중심원리 때문에 호메오박스에 기록된 진화 정보를 재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좌우의 구분 이외에도 대뇌 피질이 담당하는 기능에 따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두엽은 사람의 두뇌에서 가장 큰 부분으로 다른 피질에서 처리된 추상적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며 기억과 추론 등을 이용해 예측과 결정을 하는 지성의 원천이다. 태어났을 때는 기능적 차이가 없다가 말을 배우면서 좌측 반구는 언어, 개념, 논리 추론 같은 정보 처리, 우측 반구는 감각 정보의 종합 처리를 담당하게 된다. 옆의 측두엽은 장기 기억이 저장되고 청각 정보가 처리되는 영역이다. 여기가 손상되면 글을 읽는데 말은 못 알아듣는 특이한 증상이 나타난다. 정수리의 두정엽은 자기 신체의 이미지기 저장되고, 계산과 글쓰기를 실행하는 영역이다. 모든 동물은 자신의 육체가 공간에서 차지하는 범위와 위치를 계속 인식하기 위해 신체 이미지가 필요하다. 뒤통수의 후두엽은 시각 정보를 전담해서 처리하는 영역이다. 시각은 가장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쳤고, 가장 객관적인 상황 정보를 전해주는 감각이다. 안구의 망막에서 후두엽까지 연결되는 시신경 구조는 뇌과학에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진 영역이다. 이 지식을 바탕으로 구현한 인공 시신경망 프로그램은 이미 이미지와 영상 인식에서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육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게 해준 힘
확률적 판단을 잘못하는 개체는 죽고 그 유전자는 도태되었다. 그런데 두뇌가 어떤 상황에서 확률적 판단을 하려면, 과거의 경험이라는 기억이 필요하다. 태어났을 때는 백지상태지만, 경험이 늘면서 다양한 상황의 확률적 판단을 위한 정보도 늘어난다. 그런데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이 감정이다. 특히 공포는 기억의 가장 강력한 동기다. 위험 상황을 기억으로 저장해둬야 다음에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강도의 기억 유발 감정은 쾌감인데, 기분 좋게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된 상황도 잘 기억해둬야 계속 먹이를 찾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새끼가 성체가 되려면 다양한 상황에 대한 학습, 기억,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능을 발현하는 두뇌가 필요하며, 살아남은 성체는 성공적인 지능을 발달시킨 두뇌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 반대로 제대로 된 지능을 발달시키지 못한 새끼는 성체가 되기 전에 죽어, 그 유전자는 도태된다. 사람의 두뇌도 동일한 진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행동의 결과에 대한 공포나 기대의 감정이 클수록 해당 상황에 대한 주관적 확률은 실제보다 왜곡되어 기억된다.
진화 게임에서 다른 동물들이 육체적 능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때, 인류는 육체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지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그 결과 높은 지능의 두뇌는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이 되었지만 진화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된다’는 것을 머피의 법칙, 행운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을 샐리의 법칙이라고 한다. 하지만 뭐라고 부르던 관계없이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사건은 무작위로 발생한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에서 기억과 감정은 연결되어 작동하기 때문에 확률적 판단의 결과는 과장이 되어 기억된다. 과학 지식이 발전하면서 객관적이고 절대적 확률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지만, 사람이라면 주관적 확률을 더 중시하는 것이 본능이다. 진화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국한된 주관적 확률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두뇌는 모든 사건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확률을 계산하는데, 결과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주관적 확률은 실제보다 과장되어 기억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각자 고유의 경험과 감정을 지닌 수많은 자유 의지가 연결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니다. 문명 탄생에는 신뢰와 응징 원칙을 이해할 만한 지능과 공동체 의식이 필요했다.
주철현 | 울산의대 미생물학·의학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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