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장점은 폭넓은 레퍼토리… ‘사색 추구’ 너드들 위한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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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택수(44)는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근엄할 것만 같은 클래식에 일상의 유머를 채워 넣는다.
난해한 이상의 시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클래식 음악으로 새롭게 형상화된다.
현대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타파하며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의뢰받는 '잘나가는' 작곡가 김택수와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클래식이 다른 장르를 보다 폭넓게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김택수의 음악도 자연히 더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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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4일 신곡 ‘with/out’ 초연
“찹쌀떡 등 韓문화는 소중한 영감”
작곡가 김택수(44)는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근엄할 것만 같은 클래식에 일상의 유머를 채워 넣는다. 난해한 이상의 시나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클래식 음악으로 새롭게 형상화된다. 현대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타파하며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의뢰받는 ‘잘나가는’ 작곡가 김택수와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김택수의 작품 네 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 ‘with/out’이 다음 달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시아 초연된다.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8월 16일∼9월 2일)의 일환이다. ‘힉엣눙크’는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클래식을 현시대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음악 축제다.
작품은 ‘SNS 시대의 고독’을 주제로 바이올린 4대가 현대사회의 각 개인을 상징한다. 김택수는 “각 바이올린이 캐릭터를 갖고 목소리를 낸다”며 “특히 2번 바이올린은 ‘나는 언제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악장 데이비드 챈, 뉴욕필하모닉 악장 프랭크 황 등이 협연한다. 모두 행사를 주최한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를 거친 연주자들이다.
이번 초연 작품처럼 그는 일상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 찹쌀떡, 커피, 비눗방울, 국민체조 등이다. 한국적인 문화나 정서 역시 그의 단골 소재다. 파도의 풍경이나 빨리빨리 문화가 음악이 된다. 김택수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가 나에게 찾아 왔다’란 구절에 크게 공감한다”며 “일상의 음악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창작은 인생을 담는 행위잖아요. 그러니 삶에서 영감을 찾는 게 이상할 것도 없죠.”
그는 또 “한국의 현대는 음악으로 담을 가치가 큰 작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적 소재 차용은 국악과 클래식의 융화로 발전했다. 그는 “한국의 일상 생활과 그 안의 음악에 담긴 독특한 정서가 우리의 전통 음악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해 2017년부터 국악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클래식이 다른 장르를 보다 폭넓게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김택수의 음악도 자연히 더 주목받았다. 그는 “K-팝의 위상이 커진 시점과 맞물렸다”며 “다만 ‘한국적’인 것을 단순히 차용하는 데 그치면 반짝 관심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번역’이 잘돼야 해요. 소설을 다른 나라말로 번역할 때 뜻만 맞추는 게 아니라 운율, 울림, 뉘앙스를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처럼요.”
김택수는 서울대 화학과에 다니다가 4학년 때 작곡과로 옮겼다. 그는 “클래식 음악의 장점은 그 음악들이 들려줄 수 있는 드라마의 폭과 깊이에 있다”며 “깊이와 사색을 추구하는 ‘너드’들을 위한 최적의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여 년 전부터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해 현재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인 김택수는 “효과적인 강의 플랜을 짜는 것은 작곡 과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창작과 교육은 닮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음악을 하면서 ‘생각’을 하란 거예요. 작곡가의 모든 경험이 한 음 한 음을 결정짓는 데 사용된다고 믿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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