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 이광희 문화 엿보기] '2024 대전 0시 축제'에 거는 기대

이광희 2024. 7. 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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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축제 되길

'2024 대전 0시 축제' 로고. / 대전시

[더팩트 | 이광희 기자] 세계적인 도시들은 나름의 축제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과 독일 '옥토버페스트', 스페인의 '투우축제' 등이다.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도시가 축제를 가지고 있다. 그래도 이 도시들이 가장 대표적이다.

익히 알려진 리우 카니발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유명하다. 매년 2월에 열리는데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이 축제를 찾는다. 화려한 퍼레이드와 춤,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는 브라질 자체를 느끼게 한다. 그들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삶의 방식이 이 축제에 녹아 있다. 세계에서 많은 이슈를 낳는 것도 이런 탓이다. 삼바축제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23 대전 0시 축제' K-POP 콘서트 모습. / 대전시

축제의 기본이 되는 삼바 춤은 육감적이면서도 다소 퇴폐적이다. 보는 이를 흥분시킬 만큼 자극적이고 적극적이다. 사람을 춤이란 동작으로 환각에 빠지도록 할 만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만큼 볼거리가 많은 축제다.

독일의 옥토버패스트는 맥주축제다. 뮌헨에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열린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식음수가 적당하지 않아 물 대신 맥주를 마신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그것이 생활화됐다. 이렇게 흔한 음료를 축제의 모티브로 사용했다. 이 축제 기간에는 독일의 전통음식과 맥주를 곁들여 즐길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다양한 놀이기구와 공연도 이어진다. 화려한 독일 전통의상을 입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독일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는 축제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많은 이들이 이 축제를 동경하며 방문을 희망한다. 당연히 관광객이 넘쳐난다.

또 다른 축제는 스페인의 투우축제다. 산 페르민 축제라고도 한다. 매월 7월 팜플로나란 도시에서 열린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도시다. 중세 스페인이었던 나바라 왕국의 수도다. 3세기 주교였던 성 페르민을 기리기 위해 매년 7월 6일부터 14일까지 열린다. 600년을 이어온 축제답게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 소를 몰고 투우장으로 향하는 놀이는 축제의 가장 하이라이트다. 특이한 것은 매일 오전 8시마다 실시한다. 축제 기간 내내 매일 소를 모는 셈이다. 성난 황소를 좁은 거리에 풀어놓고 그를 모는 놀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그 위험 요소를 축제의 흥밋거리로 승화시켜 즐기고 있다. 매년 사상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해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중세부터 이어져 온 그들의 관습처럼 되었다. 외세와의 싸움에서 강인한 국민성이 필요했고 그것을 투우 소몰이라는 놀이를 통해 훈련시킨 결과물이다.

특히 이 축제는 미국의 대문호 헤밍웨이가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에 다뤄 널리 알려졌다. 골목에서 소를 모는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함으로써 많은 세계의 독자들이 이 축제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문학이 축제에 기여한 대표적인 경우다. 이 밖에도 일본의 '삿포로 눈축제'를 비롯해 태국의 '물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이 세계인의 관심 속에 매년 반복적으로 열리고 있다.

'2023 대전 0시 축제' 현장에 많은 시민들이 운집한 모습. / 대전시

대전에도 큰 축제가 생겼다. 지난해 처음 포를 쏘아 올린 '0시 축제'다. '0시 축제'는 14년 만에 부활한 축제다. 현 이장우 대전시장이 동구청장으로 있을 때 대전역 앞에서 펼쳤던 축제였다. 그때 나름 큰 성과를 보였다. 대전역 앞 중앙로 일부를 막고 펼친 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호응했다. 대전에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겸비된 축제가 생겼으니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 했다.

하지만 다음 구청장이 이 축제를 싹둑 잘랐다. 뿌리도 없이 뽑아냈다. 그렇게 '0시 축제'는 기억 속에서 잠을 잤다. 그러다 지난해 이 시장이 다시 되살려 첫 회를 열었다.

지난해 '0시 축제'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일주일간 개최한 축제에 110만 명이란 인파가 몰렸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줄 청량제였다. 구도심 공동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앙로에 참으로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다.

'2023 대전 0시 축제' 중앙시장 푸드 페스타 모습. / 대전시

주변 상인들은 처음에는 반대했다. 혼란스럽기만 하고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이 축제가 열린 다음부터는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는 얘기가 생길 정도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란 차원에서는 확실하게 대전시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그리고 오는 8월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2024 대전 0시축제'가 열린다. 지난해보다 축제 기간이 이틀 늘어났다. 공간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사 등 중앙로 일원을 주 무대로 삼았다. 당연히 이 기간 중앙로는 통제된다. 시는 이번 0시 축제를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로 떠나는 시간여행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따른다. 다양하게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축제는 '대전다움'을 대폭 보강했다. 시민·문화예술인·상인·기관·기업의 참여를 확대했다. 대전이 가진 재미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2023 대전 0시 축제'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왼쪽)이 꿈돌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 대전시

이장우 시장도 "대전 0시 축제를 5년 이내 아시아 1위·세계 3대 축제 반열에 올려 대전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또한 "올해는 지난해 나타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한 만큼 방문객 200만 명, 경제적 효과 3000억 원의 성과를 가져오도록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대전 0시 축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다만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문화와 특색이 살아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폭이 확대돼야 하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리오의 삼바축제가 그렇고 맥주축제나 투우축제도 주인공은 시민들이다.

시민들이 동참하고 즐기고 기쁨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관광객이 몰려와 동참을 희망한다. 조금 덧붙이면 색깔 있는 축제를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축제는 이미지며 디자인이며 예술이다. 대전시민들의 삶이 녹아있고 그 색깔과 냄새와 맛이 깃들어져야 한다. 단순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로 세계적인 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0시 축제'가 회를 거듭할수록 대전의 철학을 담아 참으로 창대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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