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매도 ‘온라인 유통혁신’ … FTA 위기, 구조개혁으로 극복[FTA 경쟁력, 농업 고도화의 힘]
양파·양배추부터 배·사과까지
24시간 전국 어디에서나 거래
유통단계 3단계 → 1~2단계로
농가수취 가격 4.1% 상승하고
출하·도매 비용은 7.4% 절감
FTA 파고 넘어 농촌사회 활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비대면 접촉이 각 분야에 걸쳐 자리를 잡으면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KAFB2B)을 중심으로 한 물류 혁신이 농업인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등 농업계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값싼 열대과일의 국내 유입으로 어려움을 겪던 우리나라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농업인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등 저출산 고령화에 직면한 농촌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일 주력품목인 양파를 매입하기 위해 충남 서산시에서 경남 산청군으로 이동하던 농업회사법인 서산아그로의 강현열(61) 대표이사는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이점에 대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월 매출은 최대 6억 원까지 늘었고, 4개월간 거래처는 20여 곳이 증가했다”며 말하는 내내 웃음꽃을 피웠다. 강 이사가 이끄는 서산아그로는 농산물 재배·생산·저장·가공까지 아우르는 도매 전문기업으로, 양파를 비롯해 감자·양배추·무·대파 등 각종 농산물을 포장해 CJ프레시웨이·오리온·쿠팡·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납품하고 있다. 서산아그로는 충청권을 비롯해 호남권과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 있는 백화점·공공기관·식당 등에도 농산물을 공급한다.
지난 1996년 고향인 서산에 회사를 설립한 강 이사는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도매시장에 물건을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거리와 인력 문제 등으로 우리 업체에 접근하지 못했던 식자재 마트 등 신규 거래처와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면서 “시세 등락에 따라 생산원가·각종 경비·원가 등을 계산해 농산물을 등록하기가 쉽고, 입찰 과정이 간단해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일정 요건과 자격을 갖춘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공간을 초월해 하루 24시간 전국 어디서나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인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출범하면서 농업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상기후로 ‘금사과·금배’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해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유통비용 절감 효과를 촉진하며 물가 안정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매 제도를 토대로 한 현재의 유통구조는 지난 1985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개장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유통 단계가 복잡한 탓에 유통비와 소비자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상품 거래를 체결한 이후 산지에서 구매처로 직배송해 물류 최적화가 이뤄지는 덕분에 유통단계가 3단계에서 1∼2단계로 줄어들게 된다.
아울러 생산자는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출하처를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는 전국의 농산물을 플랫폼에서 비교 및 구매할 수 있는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농산물을 조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던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출범 직전부터 산지 직접 판매에 따른 위탁수수료 절감 효과 등으로 농가수취 가격은 오프라인보다 4.1% 상승하고, 유통경로 단축 및 물류 최적화로 출하·도매 단계 비용은 7.4% 절감된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이사는 “농산물은 유통 기한이 짧기 때문에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이용하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각 지역에서 출하한 농산물은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통해 전국 각지로 흩어지지만,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에서는 산지에서 농산물을 직송해 소비자들이 신선한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산아그로 외에도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에 참여하며 판로를 넓히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가 전국 각지의 산지 출하조직과 긴밀히 협력해 온라인 도매거래에 부합한 우수상품을 지속 발굴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의 3호 전용상품으로 선정된 경북 문경시에 있는 ‘신미네유통사업단’의 ‘저장양파’의 경우, 104t(1억2000만 원) 규모의 거래 실적을 올리며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이 터져 나왔다. 축산물 유통가공 전문기업인 ‘신선피엔에프’는 그간 축산물공판장 경매에 참여하던 업체였으나 지난 5월부터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판·구매자로 거래를 확대했고, 매달 5억 원 규모의 거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농업계와 축산업계에서는 농식품부와 aT가 산지와 소비지 간의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고, 직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제공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부와 aT는 농산물 유통 비용을 줄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올해 ‘거래 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품 구색이 조기에 갖춰지도록 다양한 이용자 확보 △품목 확대와 가입 기준 개선 등 시장 기능 강화 △거래 정보 기반 통합물류체계 구축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용자 모집에 집중하는 한편, 중소형 마트와 외식·가공업체 등 구매자들이 온라인도매시장에 방문해 전국 농산물을 비교·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 등록도 함께 독려하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중 소고기와 콩 등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스테비아 토마토 등 가공식품 거래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거래액 5개월새 2억 → 14억… 이번달 ‘천일염 13.5t’ 수산물 거래 물꼬
■ 정부, 수산물 유통 혁신도 박차
멸치·김·갈치 등 품목 다변화
농어가 소득 끌어올리기 나서
올해 들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KAFB2B)의 거래실적과 금액이 모두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작된 수산물 거래품목을 건어물과 선어류 등으로 확대해 물가안정을 촉진하고 농어가 소득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거래실적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1262억 원(5만2106t)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액은 올해 1월 2억900만 원에서 지난달 14억3800만 원으로 5개월 만에 약 7배로 늘어났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서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으로 확대하고, 제도를 개선해 수산물도 온라인상에서 도매거래를 할 수 있게 하면서 거래규모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와 aT는 특정 개설 구역 내 소수의 유통 주체 간 거래만 가능했던 기존 도매시장의 구조적인 경쟁 한계와 물류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지난해 11월 30일 출범시켰고, 이용자 확보와 품목 다변화 등 운영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판매자 가입 기준을 연간거래액 5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완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거래 부류 제한 폐지, 판·구매자 거래를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달부터는 수산물 거래가 이뤄지면서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한 거래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른멸치·마른김·전복·참조기·천일염 등 5개 품목과 갈치·오징어·명태·고등어 등 정부비축품목이 거래 대상이다. 지난 1일엔 천일염을 생산하는 전남 신안군 소재 농협과 농수산물 온라인판매업체 간 총 2160만 원(13.5t) 규모의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도 해양수산부와 손잡고 수산물 거래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온라인도매시장이 농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유통에서도 물류 혁신을 이뤄내는 등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와 농어가 소득 제고와 농수산물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업계 안팎에서 무르익고 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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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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