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테스트 만점 등 특수훈련 거쳐… 前대통령 미성년 자녀까지 경호 [10문10답]

민병기 기자 2024. 7. 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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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트럼프 피격’으로 본 비밀경호국
1865년 창설… 위폐 범죄 조사
1901년부터 대통령 경호 맡아
27주간 트레이닝·수개월 합숙
주로 근접경호… 공격대응팀도
7000명 넘고 年예산 수조원대
미국 정부, 경호실패 뒤 감찰 착수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던 도중 총격이 가해지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부상을 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몸으로 감싸 엄호하고 다른 요원들은 사주 경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비밀경호국’(SS·Secret Service)이 제대로 경호 활동을 수행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감독기관인 국토안보부는 현재 비밀경호국의 경호 실패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고 비밀경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국장인 킴벌리 치틀 국장은 22일 이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감독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했다. 비밀경호국의 창설 배경과 역할, 대통령 경호 방식 등에 대해 짚어봤다.

1. 창설 계기는

비밀경호국이 처음부터 ‘경호 업무’를 주로 하는 기관은 아니었다. 1865년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대통령 시절 처음 만들어진 비밀경호국은 남북전쟁 이후 급속히 늘어난 위조지폐 관련 범죄 사건을 조사하는 게 주 업무였다. 이 같은 창설 계기에 따라 여전히 비밀경호국은 위조지폐 단속 업무를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위조지폐 관련 범죄가 은밀하게 행해지는 데다 거대 조직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대응 차원에서 주요 정보를 수집하는 기능도 담당했다. 연방보안청이 모든 범죄를 다룰 여력이 없어 불법 도박 수사나 은행·열차 강도 등 강력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기도 했다. 국가정보기관이자 수사기관의 역할을 해 온 셈이다.

2. 경호 업무를 맡게 된 계기는

1901년 윌리엄 매킨리 당시 대통령이 뉴욕에서 무정부주의자에게 암살됐던 사건을 계기로 비밀경호국은 공식적으로 대통령 경호 업무를 맡게 된다. 이때까지는 지방 경찰이 대통령 경호를 담당했는데 암살 당시 대통령 경호 인력이 3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회가 비밀경호국에 대통령 경호를 공식 요청했다. 당시 별도의 대통령 직속 경호기구 설치도 검토됐지만 대통령 권력의 비대화를 이유로 의회가 이를 반대해 경호기구를 새로 만드는 대신 비밀경호국에 대통령 경호 임무를 추가로 맡겼다.

비밀경호국은 위조지폐 관련 업무를 맡기 위해 창설됐던 역사 탓에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있다가 9·11테러 이후 2003년 3월 1일부로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바뀌었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신설한 연방 부서다.

3. 경호 대상은

주요 암살(시도) 사건을 거치며 비밀경호국의 경호 대상은 계속 확대됐다. 1917년 대통령 가족이 경호 대상에 포함됐고 1951년에는 대통령 당선자 경호까지 확대됐다. 1968년 로버트 케네디 대통령 후보 암살을 계기로 대선 후보 경호까지 비밀경호국이 맡게 됐다.

지금은 미국 대통령과 미국 부통령 및 그 직계가족, 대통령 당선인과 부통령 당선인 및 직계가족, 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 전직 대통령 사망 혹은 재혼 전 부인, 전직 대통령의 16세 미만 자녀들이 경호 대상이 된다. 대선 120일 전부터는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과 배우자들도 비밀경호국의 경호 대상에 포함된다. 미국을 방문한 외국 국가원수나 정상, 외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 그 밖의 정부 주요 요인을 경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워싱턴DC나 인근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목격되는 이유다. 비밀경호국 전체 직원 중 이 같은 요원 경호에 투입된 인력만 3200여 명에 달한다.

4. 경호 요원 선발 방식은

비밀경호국 요원은 우선 미국시민권을 가진 대학교 졸업생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기초체력 테스트, 철저한 신원조사와 서류 면접 등을 통과한 뒤 10주간의 범죄수사 훈련(CITP)과 17주간의 특수요원 트레이닝 코스(SATC)를 통과하고 몇 개월간의 합숙 훈련을 거쳐야 최종 발탁된다. 이들 요원은 14대 비밀경호국장의 이름을 딴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제임스 로울리 트레이닝 센터’에서 다시 고강도 훈련과 테스트를 받는다. 사격 테스트는 거의 만점을 받아야 통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 비밀경호국 요원이 된 뒤에도 주요 인사의 근접 경호 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위조지폐 관련 업무 등 비밀경호국의 다른 업무에서 5∼8년가량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이후 내부 평가를 거쳐 비밀경호국 경호 부서(Protective Team) 테스트를 거쳐야 근접 경호 요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5. 이들이 가진 권한은

7000여 명이 넘는 비밀경호국의 1년 예산만 수조 원에 달한다. 대통령 근접 경호 때는 지역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FBI)까지 통제한다. 위조지폐, 방첩 등 관련한 사항에 한해서는 마약단속국(DEA), 연방보안청(USMS), 국가안보국(NSA)과 미군까지 통제할 수도 있다. 요원 개개인이 제한적 특별사법권을 갖고 있어 누구나 구속영장 없이 바로 체포가 가능하고 24시간 총기와 무기 휴대가 가능하다.

6. 요인 경호 원칙은

비밀경호국의 구체적인 요원 경호 방식과 원칙은 공개되지 않지만, 이들이 영국에서 정립된 3중 경호를 실질적으로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3중 경호는 경호대상자가 위치한 지역에서 가장 근거리부터 근접 경호와 중간 경호, 외곽 경호로 나누고 근접 경호에 최우선적으로 힘을 싣는 방식이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사실상 자유로운 데다 대통령과 대중과의 접촉이 어느 나라보다 많아 특별한 경호 체제가 필요하다.

근접 경호는 기본적으로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맡는다. 대중과 대통령 간 거리를 최대한 좁히면서도 유사시 대통령을 보호하는, 미국만의 근접 경호 방식을 갖고 있다. 피격 사건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요원들이 근접 경호 요원들이다. 중간 경호는 중간거리의 위협을 식별하고 방어하는 임무를 맡는데, 보통 현지 사정에 익숙한 지역 경찰 등이 맡게 된다. 외곽 경호는 이번 피격 사건과 같은 저격에 대한 대응, 사이버 정보 수집, 화생방 방호 등까지 포괄한다.

비밀경호국은 여타 국가의 대통령 경호와 달리 공격대응팀(CAT·Counter Assault Team)도 운영한다. 이들은 대통령 일행에 공격을 가하는 이들을 유인, 반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통령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호와 대조적이다.

지난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서 카퍼레이드 중 총에 맞자 한 비밀경호국 요원이 경호를 위해 차에 올라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7. 경호 실패 사례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은 치틀 국장이 ‘경호 실패’를 자인할 정도로 이견이 없는 경호 실패 사례다. 현지 언론들은 비밀경호국과 지역 경찰 간 협업 과정에서 경호에 커다란 ‘빈틈’이 노출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그간 최소 15차례의 대통령과 당선자,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케네디 대통령을 포함한 5명이 숨졌다. 가장 최근 사례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한 과대망상증 환자의 권총에 피격된 사건이다. 가슴에 총격을 당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비밀경호국 요원이 대통령을 막아서서 대신 총을 맞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추태’나 비위는 그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22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밀경호국 직원 2명이 용산구 하얏트 호텔 인근에서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받고 휴직 조치됐다. 4월에는 질 바이든 여사의 경호 담당을 포함한 비밀경호국 직원 5명이 상급기관인 국토안보부 직원을 사칭한 사기꾼들과 어울리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비밀경호국 직원들이 관용차를 몰고 음주운전을 하다 백악관 바리케이드를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8. 주요 국가의 경호는

세계의 경호 시스템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일본과 영국, 독일 등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주로 경찰이 총리 경호를 담당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 등 정세가 불안정하고 후진국일수록 군이 국가 원수의 경호를 맡는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경호를 담당하는 별도의 기구가 있는 경우는 매우 적다.

영국의 현직 및 전직 총리는 런던수도경찰청의 특별작전국 내 경호단이 경호를 담당한다. 현직 총리의 경우 수도경찰청의 특별경호과뿐 아니라 특수부대의 근접 경호도 받는다. 독일은 대통령과 총리 등 주요 인사에 대한 경호 업무를 연방내무성 산하 연방범죄수사청이 담당한다. 202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피격으로 사망한 일본은 ‘전 총리 암살’이라는 최악의 경호 실패를 겪은 뒤 경호 조직을 재편하고 훈련 시스템도 강화했다.

9. 우리나라 대통령과 가족 경호는

대통령 경호는 대통령 직속 기관인 대통령 경호처가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 직속 별도의 경호기구가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 경호법)에 따르면 경호 범위는 대통령과 그 배우자, 자녀 등 직계존비속이다. 경호처는 대통령을 24시간 밀착 경호하고 대통령실과 관저에도 경호 인력이 상시 경비하고 있다. 해외 순방 시엔 순방국가와 우리 경호기관이 합동으로 대통령 경호를 수행한다.

하지만 각 정권 때마다 경호 실패·과잉 경호 논란이 있었다. 2020년 7월 50대 남성이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신발을 투척해 담당 경호 부장이 대기발령 조치됐다. 현 정부 들어선 지난 1월 진보당 강성희 전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손을 잡고 고성을 질러 경호 요원들에게 사지를 붙들려 밖으로 끌려나갔다.

10. 전직 대통령과 가족 경호 범위는

전직 대통령들도 대통령 경호법에 따라 경호처 경호를 받는다. 퇴임 후 10년까지의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가 대상이다. 퇴임 후 10년이 지나면 경호처의 경호 업무가 경찰로 이관돼 사실상의 종신 경호가 이뤄진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호처 경호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거주하며 경호를 받고 있다. 대통령 경호처는 문 전 대통령 퇴임 직후 사저 주변에서 여러 시위가 발생하자, 경호 구역을 ‘울타리에서 최대 300m’로 넓히며 경호를 강화한 바 있다. 경호처는 2021년 12월 성탄절 특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되자 사저인 대구 달성군의 주택 경호를 맡았다.

민병기·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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