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축하" '억' 소리 난다…수천개 화분 그냥 버려진다고?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달 가까이 됐는데 아직도 국회 로비에 축하 난과 화분이 쌓여 있습니다. 세어보니 돈으로 따지면 1억 원어치가 넘는데, 임기 4년마다 이렇게 많은 화분이 그냥 버려집니다.
밀착카메라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엔 2개월 가까이 꽃과 나무가 가득합니다.
22대 국회 개원과 상임위 보임을 축하하는 화분이 계속 밀려오는 겁니다.
문제는 의원실에서 다 가져가지도 못할 정도라는 것.
대부분 그냥 방치된 채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구석에 놓인 화분들은 상태가 더 심각합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축하한다면서 한 기업이 한 의원에게 보낸 건데요.
8만 원 정도 하는 미니 호접 화분입니다.
근데 여기 보면요. 배송 일자가 2024년 5월 31일입니다.
대체 몇 개나 될까요?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없길래 직접 세어봤습니다.
지난 19일 기준, 동양란 852개, 큰 나무 화분 182개를 포함해 총 1,241개입니다.
[의원실 관계자 : 처음에 개원했을 때는 더 심했거든요. 화원이었어요. 완전히. {그나마 빠진 게 이거예요?} 빠진 게 이거예요. 예전엔 밖으로 다 나와 있고.]
그럼 이거 돈으로 따지면 얼마일까요? 역시 직접 계산해 봤습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꽃 배달 업체에서 얼마에 파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잖아요.
제가 이름까지 말씀드릴 테니까 같이 한번 확인해 보시죠.
크로톤 화분입니다.
이거 이 정도 사이즈면 14만 원 정도 된다고 방금 제가 확인을 했고요.
또 황금죽 화분입니다.
이거 12만 원 정도로 가격 나옵니다.
이쪽에 보면 1m 이내에 핑크 호접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인데요. 안에 보면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이파리도 많이 시들어 있고요. 이거는 17만 원 정도 하는 걸로 검색됩니다.
지금 홈쇼핑 아니고요. 얼마나 돈이 사실상 낭비되는 현장인지를 보여드리는 겁니다.
가장 바깥에 놓여 있는 뱅갈고무화분 주 3회에 물을 주라고 나와 있는데 가장 바깥에 있어서 글쎄요.
누가 얼마큼 꼬박꼬박 물을 잘 챙겨줬을지 걱정도 되는데 이것도 12만 원이라고 가격 검색됩니다.
참고로, 청탁금지법상 꽃은 10만 원짜리까지만 받을 수 있어서 이런 비싼 화분은 의원실에서 안 챙겨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튼 여기 놓인 화분 총 1억 98만 원으로 추정됩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주 각 의원실에 "21일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일괄 폐기한다"고 공지한 상태입니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의 경우 업무추진비, 유관기관 협력비 같은 명목의 돈으로 화분을 사서 보냅니다.
결국 세금이 낭비되는 셈입니다.
화분을 보낸 쪽은 다 시들어 결국 폐기될 수 있다는 걸 알까요?
[지자체 관계자 : 사실 전혀 예견치 못했던 부분인데요. 소멸 위기에 있는 저희를 좀 많이 챙겨봐 달라, 공부하고 챙겨봐 달라 그런 의미에서 축하하며 보낸 건데.]
[대기업 관계자 : (의원들이) '마음 써줘서 고맙다'라고 느낄 거라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혹시라도 '어디는 왔는데, 어디는 안 왔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일단 다 보내놓고.]
받는 의원실에선 뭐라 생각할까요?
[의원실 관계자 : 심지어 전화도 없이 오는 화분도 있어요. 정부 부처나 이런 데서 어떤 분들은 직접 들고 오시는데 그냥 막 남발하는 것 같아요. 완전히 개선되어야죠. 국민을 위한 국회에서.]
그렇다고 아예 '화분 주고받기를 근절하자'고 하면 화훼농가가 영향을 받습니다.
화훼농가를 찾아가 국회 상황을 사진으로 보여줬습니다.
[화훼단지 상인 : 이건 '필요하신 분 무료로 드립니다. 가져가십시오' 해서 이렇게 딱 해놓으면 다 가져가죠. 그걸 왜 폐기를 해요. 아까운걸. 물론 '화훼업종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지만 그건 낭비지. (월요일부터 이거 폐기한대, 안 찾아가면) "미쳤네. 그럼 나눠줘요. 우리한테.]
물론 국회 입장에서는 '먼저 보내달라는 것도 아닌데 좀 억울하다, 난감하다' 싶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국회'니까 이렇게 낭비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 내보면 어떨까요?
제가 먼저 제안해 보면 이 채소 이름처럼 '무료 나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작가 유승민 / VJ 김한결 / 영상디자인 한영주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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