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스캠+리딩방…홍콩 여친이 찍어준 주식, 90% '폭락'
[편집자주] 국내에서 대거 매수한 해외 동전주가 하루 만에 폭락하는 일이 반복된다. 일부 투자자는 소개팅 앱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이나 유명인을 사칭한 리딩방에 속았다며 피해를 토로한다. 불공정거래가 의심되지만 해외 주식을 이용한 탓에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 최소 5년 전부터 이어져 온 해외 작전주 일당의 범행을 짚어본다.
한국인 A씨는 2020년 여름 낯선 이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프로필 사진엔 밝게 웃는 젊은 외국인 여성이 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대화를 이어가던 A씨는 홍콩 금융권의 미공개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미셸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B종목을 사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그 종목을 수천만원어치 매수했으나, 며칠 뒤 주가는 하루 만에 84% 내렸다.
그 시기 한국인들에게 수많은 '미셸'이 주식 매수를 권하고 있었다. 소개팅 앱, 모바일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날마다 무대는 달라졌다. 자신을 금융권 종사자인 중화권 여성으로 소개한 이들이 일제히 B종목을 추천했다. 그 해, 시가총액이 300억원도 되지 않는 B종목에 국내에서만 1779만4399달러(약 247억218만원)의 매수세가 몰렸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당장 지난달에도 홍콩 증시 상장사 C사 주가가 하루 만에 73%대 내렸다. C사는 시가총액이 100억여원에 이르는 소형주지만, 올해 들어 국내에서 187만8844달러(약 26억821만원)가량의 매수세가 몰렸다. 일부 투자자는 유명 투자 전문가를 사칭한 리딩방에서 해당 종목을 추천받았다고 주장한다.
국내 투자자가 대규모 매수한 해외 주식이 하루 만에 폭락하는 일은 최소 2019년부터 시작됐다. 본지 취재 결과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홍콩과 미국 증시에서 △국내에서 20억원 이상의 매수세가 몰리고 △주가가 2~5개월에 걸쳐 3배~30배 오른 뒤 △하루 이틀 만에 60~90%대 폭락한 종목은 최소 40여개에 이른다.
앞서 본지는 국내외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며 개설된 오픈채팅방에서 해외 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잠적하는 불법 리딩 사례가 반복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실태 파악에 착수했고, 경찰은 사기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관련 기사: [단독]찍어준 주식 90% 폭락…금감원, '해외주식 불법 리딩방' 손본다)
국내에서 매수세가 몰리면 주가가 폭락하는 흐름은 같지만 시간이 지나며 매수 권유 방법은 달라졌다. 2019년~2022년 폭락한 해외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이른바 '로맨스 스캠'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 자신을 금융권 종사자로 소개한 외국인 여성이 미공개 정보를 알려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하고, 특정 시간에 지정한 가격대로 주식을 매수하라면서 1:1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범행 방식은 2022년에 들어서는 유명 투자전문가나 외국계 자산운용사를 사칭해 다수에게 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투자리딩방' 형태로 진화했다. 그만큼 피해 규모도 커졌는데, 본지가 집계한 불공정거래 의심 해외 종목은 2019년 2개, 2020년 8개, 2021년 3개, 2022년 9개, 2023년 17개, 2024년 9개(중복 포함)로 2022년을 기점으로 늘었다. 실제 이용 종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가 폭락한 종목들은 모두 국내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가 대거 매수한 뒤 2019년~2022년 중 폭락한 주식 가운데 이전 주가를 회복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지난 19일 기준 18개 종목에서 주가가 1홍콩달러(약 177원)를 넘는 곳도 한 곳도 없었다. 이들 종목의 종목토론방에는 아직도 "주가가 오르지 않아 계속 들고만 있다"는 글이 올라온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는 철저한 정보 확인과 위험성 판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부 투자자가 주식을 투자가 아닌 투기로 생각하는 것이 답답할 노릇"이라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명심하고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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