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리스 트레이드'…美서도 '정치테마주' 통할까 [이슈+]

김인엽 2024. 7. 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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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6주 만에 최대폭 상승, 반도체주 반등
엔비디아 중국용 AI칩 출시 소식에 4.76%↑
러셀3000도 1.1% 오르며 '순환매' 흐름 끊어
짐 크레이머 "해리스 바이든보다 美 증시에 긍정적"
웰스파고 "정치 이벤트보다 금리·경제 중요" 반론도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대학 운동선수들과 함께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P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4% 넘게 오르며 3대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 엔비디아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뚫을 새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일각에선 IT(정보기술)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오르며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 내년 2분기 중국용 반도체 출시

이날 뉴욕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8% 오른 5564.41에 거래를 마쳤다. 6주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나스닥지수는 1.58% 오르며 18000대를 회복했다. 다우종합지수는 0.32% 오른 40415.4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플래그십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20'로 명명된 이 칩은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설계(아키텍처)인 블랙월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소식통들은 엔비디아의 중국 협력사인 인스퍼가 B20의 출시 및 유통을 담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적은 내년 2분기에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4.76% 오르며 반도체주 상승세를 견인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 올랐다. AMD(2.83%) 퀄컴(4.7%) 브로드컴(2.36%) 등 미국 반도체 기업과 대만 TSMC(2.16%),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제조사 ASML(5.13%)도 상승 마감했다.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행사에 엔비디아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전시돼있다. 로이터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면서 기술주에서 빠진 돈이 증소형주로 몰리는 '순환매' 흐름이 이어졌지만 이날은 대형기술주와 중소형주가 같이 올랐다. 이날 러셀30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 오른 3170.97을 기록했다.

'글로벌 블루스크린 대란'을 일으킨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가는 지난 19일 11% 하락한 데 이어 이날 13.46% 떨어졌다. 6개 증권사가 목표 주가를 낮췄고 2개 증권사는 주식 평가를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했다. 이번 대란으로 인한 피해보상 소송과 신규 계약 감소 가능성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가 주식에 미치는 영향은? 월가도 '설왕설래'

최근 요동치는 미 증시를 두고 '정치 이벤트'가 주식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의견과 정치의 영향은 별로 크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CNBC 간판 프로그램 '매드 머니'의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이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주식 시장과 미국 비즈니스에 절대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검사 생활을 했고 주 상원 의원을 지낸 만큼 테크 산업에 대해 훨씬 정교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빅테크 주가 상승도 '해리스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큰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민주당 승리 가능성과 같이 올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럴 크롱크 웰스파고 투자연구소 소장은 최근 빅테크 주가 하락이 공격적인 대중 무역 정책을 공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로) 트럼프 트레이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 중 연설하고 있다. AP

미국 대선이 주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왔다. 데이비드 반센 반센그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적, 미국 중앙은행(Fed), 지정학이 더 큰 동인이기 때문에 선거는 시장 고려 사항에서 3대 우선순위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투자전략 팀은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로 11월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후 시장이 '트럼프 트레이드'에 호기심을 보였지만 더 믿을 만한 촉매제는 미국 경제와 금리에 대한 견해"라고 일축했다.

최근 중소형주의 급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인세율 인하·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에 대해 폴 크리스토퍼 웰스파고 글로벌투자전략책임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반박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해외 제품을 조달 및 선적 시기를 분산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토퍼 책임자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수출 관세를 인상하자 이전까지 S&P500 지수보다 높았던 러셀2000 지수 수익률이 뒤집힌 사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선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 시즌의 이벤트에 기반한 분석은 일반적으로 불완전하고 변경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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