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선임절차' 고심하는 하나금융, 왜?

이경남 2024. 7. 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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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이승열, 임기 연이어 종료…선임절차 '촉각'
당국, CEO임기 3개월전 개시·절차 구체화 주문

하나금융지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핵심 계열사 수장인 은행장과 그룹 전체를 이끄는 지주 회장의 임기가 연이어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CEO 선임 과정을 구체화 해서 제출할 것을 재촉하고 있어서다. 

하나금융지주는 CEO 선임 과정을 줄곧 다듬어 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CEO의 법적리스크를 우려하는 일부 기류가 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을 하나금융지주가 CEO 자격요건에 포함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만료된다. 뒤이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선임절차 다듬어온 하나금융

하나금융지주는 그간 CEO 선임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해왔다. 임기 막바지에 들어서야 CEO 선임절차를 시작했다. 

함영주 회장이 취임할 당시에는 김정태 전 회장의 임기 종료를 두달 앞둔 2022년 1월에 들어서야 본격적인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시계를 좀 더 과거로 돌려 김정태 전 회장이 연임했을 때에도 비슷했다. 다른 금융지주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시작해왔던 셈이다. 

계열사 CEO 인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통상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CEO들의 임기는 연말 종료되는데 CEO 선임 절차를 시작한 것은 11월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턴 달라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임기 만료 3개월 이전에 CEO 선임 절차를 개시하라고 주문해서다. 따라서 9월 중에는 은행장 선임 절차를, 연내에는 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이에 하나금융은 최근 회장 경영승계계획 진행시 주주총회일 최소 90일부터 경영 승계절차를 개시하도록 선임절차를 개정했다.

일찌감치 회장 후보 '롱리스트' 선정…"상시 점검"

하나금융은 그간 CEO 선임 과정을 꾸준히 다듬어 왔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이 요구하는 수준을 어느정도 맞췄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지주의 지주 회장 선임 절차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이는 다른 금융지주와 별반 차이가 없다. 현 경영진이 회장 인사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다른 금융지주와의 차이점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지주 회장과 일부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다만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사외이사가 맡는다. 금융지주 회장의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지나치게 갖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최근에는 이사회와 CEO 후보군이 지속적으로 소통해 이들 후보군들의 자질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7월 조직개편에서 이사회 직속으로 이사회 사무국을 설치, 이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소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금감원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 핵심원칙 30가지의 취지를 고려해 이사회와 적극 소통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 그룹의 사내이사로 함영주 회장과 함께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를 포함시킨 것도 당국의 지침에 의한 것이라는 게 하나금융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CEO 후보군 '롱리스트'도 미리 꾸려놓고 있다. 금융당국이 CEO 후보군에 대한 검증을 정기적으로 진행해 오라는 주문에 맞춰 지난 2022년부터는 회장의 임기가 다가오지 않았더라도 매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회장 후보 롱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했고, 올해의 경우에는 연말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맞춰 후보군을 다시금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감원 제공

고민되는 'CEO 자격요건'

문제는 하나금융지주가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CEO 후보군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를 지배구조 개선안에 넣느냐다.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채용비리와 파생결합증권(DLF)으로 인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적법한지를 다투는 소송을 진행중이다. 

일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중이라고 해서 CEO 후보군에서 제외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하나금융지주 정관 및 내부 규범에도 명시돼 있다.

하나금융지주 정관과 내부 규범을 살펴보면 금융에 대한 경험, 지식, 회사의 비전, 회사의 공익성, 건전경영 등을 내부 자격요건으로 둔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형'이 확정된 경우에는 임원 자격을 상실토록 했다. 

다만 금감원은 CEO가 금융회사를 경영하면서 발생한 법적 분쟁 자체가 그룹의 경영 안정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CEO의 자격요건을 좀 더 구체화하라는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라는 주문으로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더욱 깐깐한 검증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지주 이사회 관계자는 "지금도 대부분의 금융회사 CEO 자격요건에는 우회적으로 법적 리스크에 대한 검증은 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다만 금감원이 꾸준히 CEO 후보군이 소송중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한 우려점을 최근 몇년 동안 제기해 온 부분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당국 관계자는 "법원의 최종 판결 전에 한 인사에 대한 평가를 당국이 먼저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는 만큼 개선안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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