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사태 ‘1라운드’의 손익계산서와 과제 [세상읽기]
김양희 |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지난 몇달간 뜨거운 감자였던 라인 사태는 일본 총무성의 지분매각 요구 철회로 끝난 걸까. 아니다. 2라운드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이에 라인을 둘러싼 중요 이해관계자별 현 단계 손익계산서와 과제를 톺아보자.
이번 사태는 정부도 기업도 아닌 제3 행위자의 무시 못할 역할을 각인시켰다. 총무성은 7월1일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에 합격점을 주며, 애초 지분매각이 목표는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일본 정부 요구에 맞춰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와 지분 조정 협상에 나선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말이다. 총무성의 요구 철회는 한국의 반발 여론에 힘입은 바 크다. 반면 한국 정부는 시종 네이버 뒤에 숨은 방관자 또는 일본 정부의 대변자 같은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는 향후 이번과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책 강구라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았다.
이번 사태의 최대 승자는 일본 정부다. 라인야후가 당분간 지분매각은 없다고 했으나, 네이버 쪽과 핵심 거래관계는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으니 경제안보 강화 목적을 이룬 셈이다. 기술한 7월1일 보고서 부록에서 라인야후는, 일본과 해외 사업 일부에서 네이버의 기술과 시스템 이용뿐 아니라 서비스 개발 위탁도 이르면 2025년까지 종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라인의 탈네이버 계획을 언제 어떻게 할지 상세히 보고하라는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를 매우 충실히 따른 이 부록은 경제안보 시대의 국가 우위를 말해준다. 야후 쪽의 네이버 대안은 내재화와 일본 내 타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단장이 요구했던 ‘라인의 모든 것의 일본화’다. 일본 정부의 다음 카드는 중요 경제안보정보 취급자를 국가가 정할 수 있도록 한 ‘중요경제안보정보보호활용법’이 될 수 있다. 네이버가 이에 기반한 법적 수모를 면하려면 일본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하나, 이로써 일본의 플랫폼 보호주의 파고를 비켜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 네이버는 당분간 지분매각을 통한 신사업 자금 마련 기회는 놓치고 글로벌 경영에도 차질이 예상되는 최대 피해자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개발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그런데도 7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증언자로 나선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총무성의 지분매각 요구가 라인야후의 모회사(네이버)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총무성 논리를 그대로 읊었다. 놀랍게도 아마리 단장의 노골적인 라인야후 일본화 요구도 사실이 아닐 거라며 감쌌다. 그는 총무성의 지분매각 요구 철회를 이끌어낸 한국 여론이 달갑지 않았던가. 동상이몽일지언정 네이버가 원했던 지분매각으로 상통하니 일본 손을 들어준 것인가. 네이버의 고충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배타적인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고자 야후와의 통합 등 라인의 일본화에 공들인 노력이 한국의 관여로 허사가 될까 우려도 컸으리라. 국회 공개회의 석상에서 공부 부족 티 역력한 의원들의 난감한 질문에 답하기도 힘들었겠다. 그럼에도 혹여 있을 일본과의 분쟁과 국내 후발 기업의 일본 진출을 고려할 때 근시안적 사익에 매몰된 그의 답변은 국내 유일 글로벌 플랫폼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네이버의 글로벌 경영은 갈 길이 멀다.
라인야후의 글로벌 경영을 담당한 한국 자회사는 어떨까. 네이버의 106개 국외 계열사를 살펴보면 라인야후의 지배구조 곳곳에 네이버와 연결고리가 선명하게 부각된다. 네이버의 2023년 국외 수익 중 일본 비중은 7%로, 미국(5.5%)과 기타국(1.5%)을 합친 것과 같다는 해석은 단편적이다. 국외 계열사 중 일본 비중은 소재국 기준 26%에 불과하나, 소재국 불문 최대 투자자 기준으로는 73%에 달해 일본이 네이버의 글로벌 경영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한일 기업 간 전례 없는 글로벌 협력사업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그 결과 라인플러스 등 야후의 글로벌 사업을 담당했던 한국 내 자회사 직원은 고용불안을 호소한다. 한편 야후가 해외 사업을 내재화하려면 이들 중 핵심 인력 흡수가 절실하다. 이는 곧 야후로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극력 막아야 하는 네이버의 당면 과제다.
라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치열한 수싸움은 이제부터다. 그런데 모호한 국익과 명료한 사익은 돌출한 반면 공익과 민익이 설 땅은 잘 안 보인다. 후자를 찾는 것은 누구의 과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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