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갚는 '국제보훈' 참전국 후손도 챙긴다…품격 높이는 외교자산

박응진 기자 2024. 7.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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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외교의 품격②] 1975년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사업 시작
"유엔 참전국 헌신 보답, 미래세대 6·25 참전 역사 통해 교류"

[편집자주] 한국의 보훈외교, 'K-보훈'은 전 세계 공공외교 경쟁에서 우리의 독특한 소프트파워로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의 보훈외교의 핵심 배경인 한국전쟁(6·25전쟁)의 정전협정일(7월 27일)까지 총 4편의 기사를 통해 K-보훈의 가치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보훈외교의 시작과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숙소에서 에피오피아 어린이들을 격려하고 있다.(국가보훈부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지난 18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숙소에서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이 책가방과 학용품을 선물하고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꽃을 피운 것.

심방증격결손을 앓고 있는 에티오피아 어린이 5명은 한국전쟁(6·25전쟁) 참전국 기념사업회와 부천 세종병원의 도움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6~10세의 5명 어린이 중엔 6·25전쟁 유엔참전용사 고(故) 테카렌 월대 아레가이의 손녀인 테카렌 메흐릿 베주아엣(7) 양도 포함돼 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 대륙에서 지상군을 파견한 유일한 나라로, 당시 어려운 국내 상황에도 황실근위대 병력을 중심으로 1개 대대를 파병했다.

파병된 강뉴(Kangnew·격파하다) 부대는 화천, 철원 등지에서 모두 250여 차례의 전투를 치르며 단 1명의 포로도 없었던 용맹한 부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74년 에티오피아가 공산화되면서 참전용사 대부분은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보훈부는 에티오피아 생존 참전용사들에게 매달 소정의 영예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학교에 다니는 참전용사의 후손 350명에겐 매년 초‧중‧고교 과정 교육비 지원을 위해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콜롬비아 200명, 필리핀 200명, 태국 100명 등 참전국 후손들에게도 장학금을 건네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11일 서울 중구 그랜드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행사. (국가보훈부 제공) 2018.9.12/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보훈부는 지난 1975년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보훈외교 활동을 하고 있다. 전쟁 중 자국에 파병하거나 물자를 지원했던 동맹국의 참전용사들을 직접 예우하는, 보훈외교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유엔참전용사 및 유가족 재방한 초청 사업을 통해 한국을 찾은 인원은 총 3만 4080명이며,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현지 위로·감사행사엔 30만 명 이상이 함께했다. 캐나다의 한 군의관은 이러한 사업을 가리켜 "보석 같은 사업"이라고 치켜세웠다.

2019년 말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유엔참전용사 및 유가족 재방한 사업 등 우리 국가보훈부의 보훈외교 활동을 놓고 "한국은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땐 참전국을 대상으로 마스크 300만 장을 지원해 세계 속 대한민국이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보훈부의 보훈외교는 22개 참전국 국민들과 참전용사들에게 71년 전 은혜를 잊지 않는 대한민국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우리 국민들에겐 참전용사 등의 감사 메시지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겐 감동을, 우리 국민들에겐 자긍심을 심어주는 선순환정책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보훈부는 해외 참전용사들이 전 세계 유일의 국제 추모 인프라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5년 5월 레몽 베르나르 프랑스 참전용사를 시작으로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인 지난해 11월 11일까지 총 26명의 유엔 참전용사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이때 유해가 국내로 들어오는 인천국제공항에선 유해봉환식이 거행되고 있다.

2022 유엔 참전용사 후손 평화캠프 참가자들이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국제평화센터를 걷고 있다.2022.7.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아울러 참전국 학교와 국내 학교가 교류하는 국제 교육과정 '글로벌 아카데미'는 지난해 처음 시작됐으며, 참여 국내 학교는 지난해 22개교에서 올해 30개교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국내 대학에서 수학 중인 참전국 참전용사 후손 20여 명을 대상으로 등록금과 학습장려금을 지급하고 기숙사비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보훈부는 지원금액을 현실화하고 유엔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관계부처 등과 협의하고 있다.

유엔참전용사의 증언, 관련 기록 등을 자료화해 참전국 및 우리나라의 미래세대 등 국민에게 동맹의 역사를 전파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참전국 역사·사회 교사들은 축적된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를 직접 분석해 교안 등이 포함된 교육자료로 개발·활용하고 있다. 2019년 미국, 2020년 영국, 2023년 캐나다 등에서 순차적으로 발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은 다음 달 영국에서 역사·사회 교사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제5회 월드콩그레스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강 장관은 "보훈부는 유엔 참전국과 참전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하고, 대한민국과 참전국 미래세대들이 6·25전쟁 참전 역사를 통해 교류하면서 우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국제보훈사업과 지원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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