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찰나의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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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던 봄이 어느새 지나 지루한 장마 속에 찰나의 쉼은 참 달콤하다.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가올 여름방학과 휴가 등으로 마음은 설레고, 찰나의 쉼에 대한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 이러한 찰나의 쉼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 필요할 것이다.
많은 예술 분야 중 특히 음악은 흐르는 시간 속에 찰나의 시간을 묶어 하모니로 그 순간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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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럽던 봄이 어느새 지나 지루한 장마 속에 찰나의 쉼은 참 달콤하다.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가올 여름방학과 휴가 등으로 마음은 설레고, 찰나의 쉼에 대한 열정은 뜨겁기만 하다. 변화무쌍한 삶 속에서 이러한 찰나의 쉼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또 필요할 것이다.
많은 예술 분야 중 특히 음악은 흐르는 시간 속에 찰나의 시간을 묶어 하모니로 그 순간을 들려준다. 묶어둔 시간 속에 연주자도 감상자도 저마다의 쉼 속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그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는 온전한 자유 속에 오롯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다. 특히 현대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는 미국의 아방가르드 작곡가로 특히 음악에서 느낄 수 있는 찰나의 쉼을 잘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 '4분 33초'는 연주자가 무대에서 피아노에 앉아 스톱워치를 4분 33초에 맞추어 놓은 후 아무 행위 없이, 정말 손 하나 건반에 대지 않은 채 4분 33초간 머무르고 시간이 되면 퇴장하는 특별한 음악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연주자는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 영혼과 육체를 담고 감상자들의 의도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소리와 제스처 등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느끼게 된다.
이렇게 연주 시간 동안 의도되지 않은 모든 소리를 음악의 범주에 넣는 것을 우연성 음악이라고 한다. 이 곡을 연주할 때 연주자는 정해진 악보에 맞추어 온몸의 감각을 세워 때로는 기계처럼 한 음도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완벽에서 벗어나 음악 속에 쉼을 향유하게 된다. 늘 완벽하고 최고의 연주를 위해서 매일 매일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연주자의 고됨이 존 케이지의 음악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쉼'만 있을 뿐….
우리의 사는 모습은 어떠한가. 정해진 기한, 정해진 시간 내에 늘 달리고 달리며 스트레스와 온갖 근심 걱정에 우리의 몸과 마음은 쉴 틈이 없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창밖의 빗방울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그저 신발이 젖고 우산을 챙겨 나가는 것이 귀찮다는 생각이 들 뿐, 우리의 감성은 너무도 메마르다. 연주자나 우리나 참 건조하다. 이제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음에 분무기를 촉촉이 뿌려 주면 어떨까. 사람마다 개인의 분무기는 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누군가는 독서를, 누군가는 치맥을 즐기는 여유를…. 나의 메마름이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적시어 줄 충전의 방법을 찾아 보자. 이렇게 나만의 분무기로 충분히 적셔지는 찰나의 쉼이 있어야 우리 삶이 보다 탱탱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혹시라도 이렇게 나만의 분무기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이 된다면 과감히 존 케이지의 4분 33초처럼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고 멈추어 보자. 어떠한 소리가 어떠한 느낌이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지 그냥 두어 버리자. 하모니로 시간을 묶는 음악이라는 장르 외에 또 다른 예술이 나의 마음을 두드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정답은 없는 것이니. 이렇게 오롯이 찰나의 쉼을 통하면 이제야 보이고, 이제야 느끼는 것이 있다. 잊었던 웃음도, 잊었던 누군가의 손 내밈도, 접어두었던 감사의 인사도, 삐뚤삐뚤 적어 놓은 아이들의 사랑해요 쪽지도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보이고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 얼마나 소중한가. 아무리 바빠도 잠시 멈추는 찰나의 쉼을 통해 다시 더 멀리 도약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응원해 보자. 이수정 남서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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