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에 단 2척 뿐인 ‘잠수함구조함’···파고 4m에도 완벽한 구조 작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7. 2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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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잠수함구조함인 5600t급 ‘강화도함’
‘센터 웰’ 방식 적용 악천후에도 구조 활동
조난 승조원 구조·일반 선박 구난에 투입
해군의 차기 잠수함구조함 ‘강화도함’ 모습. 사진 제공=한화오션
[서울경제]

지난해 6월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낙하했다. 군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낙하지역 해상에서 잔해로 추정되는 부유물을 발견했다. 그러나 인양 시도 과정에서 발사체 잔해는 무거운 중량으로 인양 장구에서 이탈해 수심 75m 아래 해저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발사체 잔해를 찾는다면 북한 발사체의 제원과 성능을 밝혀낼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어 군은 ‘잔해물 인양 작전’에 동원 가능한 해군 자산을 모두 투입했다. 인양 작전 15일 만에 직경 2~3m, 길이 15m의 잔해를 바닷속에서 끌어 올렸다. 그 선두에 있던 것이 3200t급 ‘청해진함’이다. 생소할 수 있는 ‘잠수함구조함(ASR·Auxiliary Submarine Rescue Ship)’이다.

잠수함구조함은 조난 당한 잠수함 승조원을 구조하는 게 핵심 임무로, 각종 해난 사고 발생에 따른 지원 임무도 수행한다. 해군은 현재 잠수함구조함 1호 ‘청해진함’을 보유하고 있다. 1996년 12월 취역 이후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대원들과 함께 각종 해난 사고 현장에서 활약 중이다. 그러나 해군 잠수함 전력이 늘어나면서 위급상황 때 신속하고 원활한 구조작전을 수행하고자 추가 건조를 결정하고, 해군은 2018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기공식을 갖고 현재 시운전 중으로 올해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해군은 잠수함과 승조원 지킴이인 잠수함구조함의 함명으로 해양력 확보와 관련된 역사적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해군은 차기 잠수함구조함(ASR-Ⅱ)의 함명을 강화도로 제정해, 잠수함구조함 2호 함명은 ‘강화도함’으로 명명했다. 강화도는 국난 시 항전의 요충지로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항쟁 거점으로 활용된 지역이다.

자료: 방위사업청

차기 잠수함구조함인 강화도함은 현재 해군이 운용 중인 3200t급 청해진함(ASR-Ⅰ)보다 2400톤이 늘어난 5600t급 규모다. 함정의 크기는 길이 120m, 폭 19m에 이르며, 승조원은 130여 명이 탑승할 수 있다.

배수량 동급인 함정 보다 ‘덩치’만 큰 것이 아니다. 각종 첨단 구조·잠수체계를 갖췄다. 파도·조류·바람의 영향으로부터 함정을 지정된 위치에서 유지토록 지원하는 자동함위유지장치(DPS·Dynamic Positioning System)를 비롯해 조난 잠수함 승조원을 구조하는 심해구조잠수정(DSRV·Deep Submergence Rescue Vehicle), 카메라 영상으로 수중 물체 위치를 탐색하고 상태를 확인하는 수중무인탐사기(ROV·Remote Operating Vehicle) 등이 탑재됐다.

또 수중 구조작전 때 물체를 탐색·추적하는 선체고정음탐기(HMS·Hull Mounted Sonar)와 포화잠수 작업이 가능하도록 잠수사를 일정 압력으로 가압·감압해주는 포화잠수체계(DDS·Deep Diving System) 등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중형급 수송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청해진함은 소형급 헬기 1대만 탑재가 가능하다.

특히 세계 두 번째로 함정 중앙 수직 통로로 DSRV를 진수·회수하는 센터 웰(Center Well) 방식을 적용한 덕분에 파고 4m의 악천후에서도 500m 깊이까지 내려가 구조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작전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센터 웰은 함정 중앙 수직통로를 통해 구조장비를 진수 및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3200t급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ASR-Ⅰ)은 함미에 설치된 A자형 크레인을 이용해 진수·회수하는 에이-프레임(A-Frame) 방식이어서 악천후 때 운용이 제한되고 있다.

해군 잠수함구조함 1호인 ‘청해진함’. 사진 제공=국방일보

러시아 핵추진 잠수함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를 다룬 영화 ‘쿠르스크’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숨진 드미트리 콜레스니코프 대위의 시신에서 메모 하나가 나온다. “너무 깜깜하지만 감각으로 나마 시도해본다. 살 가망은 없을 거다···(중략) 모두에게 안부를. 절망할 필요 없다.”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 당시에는 잠수함구조함이 없어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콜레스니코프 대위를 비롯한 23명의 모든 승조원이 사망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를 통해 각국의 군 당국이 잠수함구조함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 해군도 1987년 12월에 170t급 ‘돌고래’ 잠수정 도입을 시작으로 1992년 10월 독일로부터 209급 ‘장보고함’(1200t)을 인수해 세계에서 43번째 잠수함 보유국이 돼 잠수함구조함 도입에 나섰다. 1996년 12월 취역한 잠수함구조함 1호 청해진함(ASR-21)은 1998년 북한의 유고급 잠수함 인양을 시작으로 지난해 북한의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 인양까지 굵직한 활약을 펼치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500m서 한 번에 16명 승조원 구조 가능

배수량이 3200t급인 청해진함은 전장은 102m, 전폭은 16m에 이른다. 각종 구조·잠수체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포화잠수체계(DDS)와 심해구조잠수정(DSRV) 등을 탑재해 수중전력 구조 능력이 뛰어나다.

포화잠수체계는 수심 300m에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다. 심해잠수사에게 작업 수심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함상감압실과 조종실, 기체저장실, 잠수사를 작업 수심까지 이송하는 인원이송장치 등으로 구성됐다.

심해구조잠수정은 최대 수심 500m에서 한 번에 16명의 조난 승조원 구조가 가능하다. 실제로 청해진함은 2008년 12월 신형 심해구조잠수정(DSRV-Ⅱ)을 도입해 세계 최초로 500m 잠항에 성공한 바 있다. 수심 3000m까지 작업 가능한 수중무인탐사기(ROV)도 탑재하고 있다.

게다가 청해진함에는 파도와 조류, 바람의 영향에도 함정 위치를 자동 보정해 주는 ‘자동함위치유지장치’가 있어 정밀한 구조가 가능한 강점을 지녔다. 또 잠수함에 전원과 연료유, 주·부식 등도 공급할 수 있고 침몰선 인양 지원 등 일반 선박에 대한 구난 임무 수행도 할 수 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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