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장악 시대의 비정상적 농담 [편집국장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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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즐기지 않는다.
하물며 언론사 간의 협업이라.
이른바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이다.
취재 결과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첨병으로 활동하다가, 장악된 언론 관련 기관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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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을 즐기지 않는다. 2인3각 달리기든 조별 과제든 ‘아오, 혼자 하고 말지’ 싶을 때가 많았다. 기사도 혼자 쓰는 게 제일 편했다.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공동으로 기획을 꾸려보라고 두 명 이상의 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하면서 눈치를 살펴보면 그들의 얼굴은 십중팔구 일그러져 있다.
하물며 언론사 간의 협업이라. ‘단독’ 욕심이 다글다글한 기자와 데스크들이 모인 한국 언론계에서 타사와 같은 자료, 같은 취재원을 공유하고 보도 시점을 동시에 맞추자는 약속은 성사될 확률이 매우 희박한 일이다. 〈시사IN〉·뉴스타파·미디어오늘·오마이뉴스·한겨레 5개 언론사가 손을 잡은 ‘진짜 저널리즘 실천(진실)’ 프로젝트는 그래서 의미가 깊다. 마감 일정도 보도 문법도 다른 주간지, 일간지, 인터넷 매체들이 협업의 고됨과 심란함을 무릅쓰고 하나로 뭉쳤다.
첫 협업물의 키워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다. 그가 소속된 ‘공정언론국민연대’ 등과 함께 활동한 인물들을 전수조사하고 그들의 네트워크를 파헤쳤다. 이른바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이다. 취재 결과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첨병으로 활동하다가, 장악된 언론 관련 기관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었다. 이어지는 보도를 통해 이들이 누구이고 서로 어떤 관계인지 등을 추적해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실태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시사IN〉이 협업에 참여한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언론계 동료들과 주고받는 농담에 이런 것들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너 그러다 압수수색 당할라” “구속되면 사식(私食) 넣어줄게”…. 이런 농담 끝에 점점 웃음기가 가시고 입맛이 썼다. 우리마저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닌지, 가랑비 옷 젖듯 물들어버린 언론 장악의 현실에 모두가 무기력하고 무감각해진 건 아닐지 문득 두려워졌다. 기자가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검찰 수사’ ‘압수수색’ ‘구속’ 같은 단어가 당연히 따라붙는 세상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협업 프로젝트 팀 이름으로 ‘진짜 저널리즘 실천(진실)’을 제안받고 너무 촌스럽고 개론적이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곧 마음이 바뀌었다. 시대가 과거로 회귀한 것을 어쩌겠는가. 영화 〈기생충〉과 배우 정우성 등은 ‘좌파’이고 영화 〈국제시장〉과 가수 나훈아 등은 ‘우파’라고 구분 짓는 고릿적 세계관을 지닌 사람들로부터 언론을 지키려면, 촌스럽더라도 개론부터 차근차근 나아갈 수밖에 없다. 절박한 언론인들의 연대에 독자들의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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