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새롬 연출 "현 시대 관객에게 응원받는 '햄릿' 만들고팠죠"
5일 개막 후 전석 매진 이어가며 호응
'여성 햄릿' 설정으로 신선한 재미 더해
"사회 비극 원인 떠올려보는 작품 되길"
국립극단 연극 ‘햄릿’ 연출가인 부새롬 연출은 작품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호평받고 있는 소감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집필된 동명의 고전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햄릿이 선왕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숙부가 자신을 제치고 왕위를 계승한 데 대한 의심을 품고 진실을 밝혀내려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5일 개막한 ‘햄릿’은 공연을 여는 날마다 명동예술극장 객석을 꽉 메우고 있다. 뜨거운 호응 속 티켓은 마지막 공연 날인 오는 29일까지 전회차 전석 매진된 상태다.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한 부새롬 연출은 “모든 출연 배우와 스태프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봉련 씨 팬들이 공연장을 많이 찾아주신 게 매진 달성의 큰 요인이라는 생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립극단의 ‘햄릿’은 주인공 햄릿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꾸는 ‘젠더 벤딩’(gender-bending)을 시도한 작품으로 주목받는다. 배우 이봉련이 ‘햄릿 왕자’가 아닌 ‘햄릿 공주’로 무대에 올라 극을 이끌고 있다. 부새롬 연출은 “봉련 씨가 요즘 주로 매체(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하고 계시는데 예전부터 이미 연극판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 나 있었다”며 “뛰어난 순간 캐치력과 변주력이 돋보이는 감각적인 연기에 감탄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당초 ‘햄릿’은 국립극단의 2020년 공연 라인업에 올랐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개막이 무산됐다. 이듬해 온라인으로만 ‘랜선 관객’과 만났던 ‘햄릿’은 긴 기다림 끝 오프라인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중이다. 기존과 달리 무대 중앙에 거대한 사각 수조를 설치해 둔 채 ‘물’을 주요한 오브제로 활용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점이 감상 포인트다.
부새롬 연출은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이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고전의 현대적 변주에 중점을 두고 연출 작업을 했다면서 “여성혐오적 대사나 기독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부분들을 덜어내 현시대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원작보다 왕좌를 향한 햄릿의 욕망을 강조하면서도 특유의 사유하는 면모 또한 충실히 녹이고자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부새롬 연출은 “‘물’은 ‘죽음’이라는 키워드와 연관돼 있다. 때에 따라 피처럼 보일 수도, 진창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무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게다 싶은 생각이 들어 작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부새롬 연출은 무대 디자이너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고 2011년 극단 달나라동백꽃 창단을 기점으로 연출가로 본격 나섰다. 비극을 기저에 깔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는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주요작은 ‘달콤한 노래’, ‘썬샤인의 전사들’ 등이다.
부새롬 연출은 성황리에 공연 중인 ‘햄릿’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비극의 원인을 고찰해 보는 작품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이 공연장을 빠져나가면서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어디서부터 바로 잡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신다면 연출가로서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물도 쓰고 칼 싸움도 해야 하는 작품이라 배우들의 컨디션 관리가 걱정이었는데 아직 아무도 감기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며 “공연이 끝날 때마다 젖은 옷과 신발을 세탁하고 말리느라 고생을 많이 하는 스태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깊이 있는 작품들로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부새롬 연출은 이미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있다. 오는 25일에는 서울연극센터에서 낭독 공연 ‘모두가 나의 아들’로도 관객과 만난다. 가을과 겨울 시즌에는 각각 연극 ‘루프’와 ‘로미오 앤 줄리’ 연출가로 나설 예정이다.
인터뷰 말미에 부새롬 연출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작품을 올리는 연출가가 되는 것이 현 시점에서의 가장 큰 포부이자 꿈”이라면서 차기작들을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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