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여당 전대서 본 정치인의 ‘페르소나’와 ‘그림자’
우리는 누구나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와 ‘감추고 싶은 나’를 가지고 산다. 20세기 뛰어난 정신의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이 두 가지 상반된 인격을 페르소나(persona·가면)와 그림자(shadow)라고 불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는 감추고 ‘페르소나’를 월등하게 구현시킨다.
이번 국민의 힘 대표 후보로 나온 나경원, 원희룡 후보는 그동안 능력이나 평판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인물들이다. 말하자면 좋은 페르소나를 보여준 이들이었다.
나 역시 과거 공직 생활 시절 만났을 때 그들이 보여준 신선함, 겸손함, 공감력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뛰어난 엘리트면서도 소탈한 성품이었고, 운동권 출신이 갖고 있는 경직된 철학이나 선악 구분을 넘어 세상을 보는 넉넉함과 긍정적 시각이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이번 전당대회서 철저히 망가지고 있다. 그들이 평소 보여준 절제, 비전, 지혜는 사라지고 전혀 그들답지 않은 모습에 놀랄 따름이다. 그들이 비판하는 민주당 사람들 저리가라다.
이들을 망가지게 한 원인제공자(?)격인 한동훈 후보도 마찬가지다. 평소 그의 예리한 판단력이라면 이유야 어쨌든 총선에서 패배했고, 그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반발도 고려해 자숙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인데 그는 다시 나섰고 난타전의 대상이자 주역이 된 것이다.
# 이토록 인간의 마음은 제어하기 매우 어렵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출중한 능력을 보인 사람이라도 자신의 에고를 흔드는 욕망, 분노, 미움이 닥치면 일순간에 무너져버린다.
그래서 옛날 인도에서는 도(道)를 닦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최고의 수행처로 왕궁을 꼽았다. 권력, 재물, 향락, 온갖 욕망과 음모가 교차 되는 그곳에서 견뎌내고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할 수 있어야 진정한 수행자로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판 왕궁 격인 청와대에서 나도 3년 넘게 있었다. 거기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벌거벗은 욕망들을 목격했고 내 안에서도 수없이 발견했다.
그때 느낀 경험을 토대로 말한다면 인간은 권력이란 욕망 앞에 대부분 정상적 판단은 올스톱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통령도 예외가 없다. 오히려 대통령직은 모든 욕망의 최종집결지로서 최고·최대의 스트레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 자리에 오래 있으면 ‘제정신이 아닐(mindless)’ 가능성이 매우 높다.
# 과거 대통령들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고 크게 발전시켰다. 평생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이승만, 박정희가 그랬고 그보다는 못하지만 김영삼, 김대중도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들이다.
그들이 성공한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배경에는 본인이 쌓아온 내공(內功)과 동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려 깊고 정직한 참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세속적 권력을 추구했지만 그들은 인간을 알고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알았다. 마음관리면에서 그들도 도사 수준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일등공신이 고난과 역경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을 거치면서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줄곧 성공의 길로만 걸은 요즘 정치인들에게선 이런 점들을 발견할 수 없다.
그들은 한 발짝만 떠나 있으면 다 볼 수 있는 것, 평범한 사람들도 다 보는 것조차 보지 못한다. 심리학적 용어로 동물의 기본 본능인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에만 충실할 뿐이다.
나경원, 원희룡, 한동훈 후보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성공적으로 관리해 왔다. 그러나 무의식에 감춰진 열등한 인격, 어두운 욕망 등 ‘그림자’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 같다.
국민의 마음을 잡을 줄 아는 큰 지혜는 속 좁은 마음에선 나올 수 없다. 넉넉한 큰마음에서 나온다. 국민들의 건강지수도 날로 악화되는 지금, 정치인들이야말로 마음공부, 정신건강이 절실한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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